‘쓰레기’의 변신은 무죄… 순환경제부터 주민친화시설까지

‘쓰레기’는 지구의 오랜 숙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1340만 8846톤이며, 폐기물 일평균 발생량은 2020년부터 50만 톤을 넘어섰다. 5톤 트럭 10만 개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양이다. 쓰레기 처리 시설은 악취 등으로 ‘기피 시설’이 되어 입지 확보부터 난항을 겪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변신’으로 돌파구를 찾은 곳들이 눈에 띈다. 페트병이 플라스틱 원료인 ‘플레이크’로 변하고, 기피시설이었던 쓰레기 소각장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지난 9일 기후변화센터의 클리마투스 플라스틱 특강 현장견학으로 다녀온 수퍼빈 아이엠팩토리와 하남 유니온파크에서 ‘쓰레기’의 변신을 직접 목격했다. ◇ ‘쓰레기가 돈이 된다’ 순환경제 만드는 수퍼빈 아이엠팩토리 경기도 화성시 소재의 수퍼빈 아이엠팩토리는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공장이다. 지난해 4월 약 3000평 규모의 대지에 본동, 수처리동, 지원동 세 개의 건물을 세워 준공을 완료했다. 아이엠팩토리 입구에는 숲이 있다. ‘공장이 품은 작은 숲’이라는 이름의 숲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나무”가 모여있다는 설명이 적힌 팻말이 있다. 공장은 숲을 가운데 두고 에워싼 U자 형태의 모습이다. 아이엠팩토리 견학 안내원은 “어느 공간이든 큰 창을 둬 어디에서나 숲을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점에서는 영락없이 ‘쓰레기’였던 페트병은 ▲투입 ▲인공지능 선별 ▲분쇄 및 비중세척 ▲온수세척 ▲건조 ▲포장 등의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 원료인 ‘플레이크’가 된다. 아이엠팩토리는 이 모든 과정을 유리창으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먼 거리지만 페트병이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유리 벽면에는 현재 어느

김정빈 수퍼빈 대표
[쓰레기공장 이야기] 시장의 원리에서 답을 찾다

지난 20일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아이엠팩토리를 방문했습니다. 아이엠팩토리는 폐페트병으로 ‘r-Flake’라는 재활용 소재를 만드는 수퍼빈 공장입니다. 세계은행은 UN 산하의 국제금융기구로 전 세계 빈곤 문제 해결을 사명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날 방문한 에너지환경 부문 선임담당관인 주누 슈레스타 박사는 지난 수년간 아시아 지역 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장 방문은 4층에 있는 ‘공존의 공간’에서 시작해 한 층씩 아래로 내려가면서 진행됐습니다. 공존의 공간에는 업사이클 아티스트들이 기부한 강아지 조각, 전등 등이 있습니다. 일부 마감재는 페플라스틱을 사용했죠. 따로 마련된 유기동물 임시보호소도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슈레스타 박사는 흔히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재활용 공장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재활용이라는 행위는 결국 문화와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3층에서는 순환경제에 대한 콘텐츠를 소개했습니다. 순환자원회수기 ‘네프론’에 페트병과 빈캔을 넣어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체험도 진행했습니다. 2층은 통제실입니다. 아래 1층에 있는 거대한 재활용 설비들이 공장 내 서버로 연결돼 생산 현장의 다양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재활용 소재 생산에 따라 얼마나 많은 탄소배출량이 감축되는지, 또 이렇게 생산된 재활용 소재들이 향후 포장재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전기전자·섬유 산업 등에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게 목표였다면 실현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재활용이 하나의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다른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조건에 부합해야 하니까요. 우선은 PET와 같은 특정 플라스틱 소재를 결정하고 작은 범위에서부터 재활용의 새로운

김정빈(왼쪽) 수퍼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아이엠팩토리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재생산… 수퍼빈, 스마트공장 ‘아이엠팩토리’ 준공

28일 환경기술 스타트업 수퍼빈은 경기 화성에서 리사이클링 플레이크(r-Flake) 소재화 공장 ‘아이엠팩토리’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r-Flake는 분리배출된 페트병을 잘게 파쇄한 형태로 고부가가치 소재다. 아이엠팩토리는 수퍼빈의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통해 전국에서 수집·선별한 폐플라스틱을 r-Flake로 재생산한다. 공장 규모는 약 4000㎡(1250평)으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최첨단 기술이 접목됐다. 아이엠팩토리에는 폐플라스틱 재가공 설비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됐다. 또 재건축 단지에서 버려진 성목으로 구성된 ‘아이엠팩토리가 품은 작은 숲’과 입양이 어려운 유기견 임시보호공간 ‘두부와 아이 놀이터’가 마련됐다. 이날 준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환경부·중기부·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정부 주요 인사와 국내외 기업, 교육기관, 투자사 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발표된 만큼 민간이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건 중요하다”며 “기후테크를 활용해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지난 8년간의 노력으로 순환경제의 상징이 될 수 있는 폐기물 가공 공장을 준공해 기쁘다”며 “이번 준공식을 계기로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