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정책팀장
[사회혁신발언대] 청년과 농촌, 생명의 순환 고리를 잇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이라는 단어와 청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사람이 많았다. 농촌은 식물과 동물을 키워내는 일을 하는 곳이자 풍요로운 삶의 보금자리로서 생명력이 가득한 장소이다. 청년은 몸과 마음이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의 사람으로 절정에 달한 생명력을 품은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어 공통점이 많은 두 단어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농촌과 청년이 가까이 있는 광경이 오히려 낯설다. 이러한 가운데 농촌으로 들어오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5년간 약 1만3000명의 사람이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산촌과 어촌을 포함해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렇게 농촌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수는 2019년까지 약 46만3000 명에 이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중 약 50%가 40세 미만이라는 것이다. 인구감소로 농촌 소멸의 우려가 종종 거론되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긍정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에 만족하고 말 것인가? 우리의 청년들이 농촌에서 온몸으로 부딪혀 가며 일궈낸 삶의 양식은 기성세대가 농촌에서 삶을 생각할 때 막연히 떠올리는 모습과 다른 부분이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농촌으로 간 30대 이하 청년층의 수는 2019년 기준으로 약 22만4000명이다. 이들 중 약 8만2000명은 동반 가족이고, 나머지 약 14만2000명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촌에서 살며 일을 하는 청년의 숫자가 약 14만2000명인 셈인데, 이들 중 농업 종사는 0.9%, 어업 종사는 0.1%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청년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사회혁신발언대] 자원봉사의 변화적응적 도전

전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펼친 지난 두 해 동안 우리나라의 자원봉사현장 또한 치열하고 준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불신과 배제가 아닌 연대와 협력의 힘임을 실증했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자원봉사자들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거리감으로, 개인의 고립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어 우리 사회에 안전한 온기를 보강하였다. 그리고 이제 ‘자원봉사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변했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필요한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그동안 새롭고 다양한 비대면의 활동과 개인의 참여를 촉진하는 접근방식이 개발되었으며 비대면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대면봉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자원봉사현장을 다시 정비하고, 안전한 활동현장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누구랄 것 없이 우리 모두의 과업이 되었다. 지난 7월, 촛불재단 자원봉사 콘퍼런스에서는 불확실성과 도전으로 가득한 현재 상황에 맞서 ‘영감얻기’ ‘배우기’ ‘행동하기’(Inspire, Learn, Act)로 자원봉사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제안을 하였다. 격변하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돌봄을 요구하는 곳은 많아지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넓어지기 마련이다. 국경의 구분 없이 시민의 자원봉사활동을 격려하고, 차세대의 시민의식을 높이는 주요한 통로로서 자원봉사를 일상화해야 할 이유다. 바이러스 시기를 거치면서 더욱더 곤경에 빠진 사회적 약자 돌봄활동, 벌어진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한 학습지원활동, 지역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시민참여로 해결하기 위한 안녕캠페인의 활성화, 보다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 등이 중요한 과제로 자원봉사시민 앞에 있다. 위드 코로나 시기, 자원봉사의 전환을 도모하며 두 가지의 접근방법을 제안하려

[사회혁신발언대] 농촌의 희망, 청년여성 농업인

기후위기로 인해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식품체계의 변화가 요구되는 전환의 시대에는 농업·농촌으로 청년 여성을 부르고 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만 19~35세 미만이다. 농식품부가 정책 대상으로 삼는 청년은 만 19~39세 미만으로 조금 더 폭넓다. 실제 농촌마을 현장에 가보면 청년은 50대까지 포괄하고 있다. 통계로 따지면 농촌의 청년인구는 전체 농가인구의 약 9%인 20만2000명(여성 8만9000명)이고,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여성청년은 6만6000명 중 2만2000명이다. 청년여성농업인은 절대적으로 희소하다. 이러한 희소성은 청년여성들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간 청년농업인 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의 초기 정착을 위한 청년정착지원금(3년, 100만원 내외)과 정착 이후 기반조성을 위한 청년후계농 제도, 농지임대나 보금자리 주택, 청년농업인 창업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청년여성들에게 녹녹하지 않다. 청년여성농업인들의 좌충우돌 정착기를 들어보면 의견은 공통적이다. 마을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여성이기 때문에 정책지원 과정에서도 농사의 지속성에 대한 의심을 받는다. 심지어 정책지원을 받아도 땅이나 집을 구할 때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피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나홀로 귀촌한 여성청년들은 사회의 패배자로 의심받거나 결혼하면 지역을 떠날 사람 또는 중매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주거에 대한 안전 역시 이들에게는 큰 고민이다. 또한 결혼, 자녀양육 등 생애주기에 따른 생활여건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청년여성농업인은 농촌을 선택하는 계기도 다양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 또한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들은 농산물을 음식과 연계하거나, 공예나 예술로 만들기도 하고, 농민의 삶 그 자체를 컨텐츠로 보급하기도

[사회혁신발언대] 가치 소비와 국제개발협력

지난해 딜로이트 글로벌에서 발표한 ‘밀레니얼 서베이 2020’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환경보호’였다. MZ세대는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 친환경 제품과 재활용 제품을 소비하는데, 그 기저에는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평등, 정의 등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그들의 소신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Z세대는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자신들의 신념에 위배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현재와 미래의 핵심 소비자인 MZ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발전을 고려한 경영 목표를 앞다퉈 발표하고 실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1972년 로마클럽에서 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100년 안에 지구가 파괴적인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유엔은 제70차 총회에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환경 문제 ▲빈곤, 성차별, 교육 격차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기술, 주거, 고용 등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 역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환경(Planet)의 ‘4P’를 핵심 가치로 선정하고 협력국의 빈곤 감소,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 향상, 성 평등 실현 등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코이카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ODA 역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사회혁신발언대]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올해로 12년째 베트남 하노이에 살고 있다. 처음엔 한국 단체 소속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로 파견됐고, 베트남에 정착한 이후엔 여러 한국 기관들의 지원사업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노이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발을 딛게 되었고, 훌륭한 현지 사회적기업가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동료를 넘어 친구가 된 이들은 베트남에서 하는 나의 여러 활동을 함께 해주고 도와주는 든든한 ‘백’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현지 활동가들과 함께 교육, 예술, 장애, 여성, 환경 등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작당 모의’를 해오고 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중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베트남 사회에 기여하려는 훌륭한 기업도 있지만, 아쉽게도 베트남 현지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기획을 갖고 오는 곳도 많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 기금을 따내기 위한 일회성 사업을 마치고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이런 ‘문제적 기업’ 가운데 스스로를 ‘사회적기업’으로 칭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베트남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고, 현지 문제 해결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데도 이들은 자신을 사회적기업으로 당당하게 소개한다. 이들이 내건 사업 목표에 ‘베트남의 취약계층과 함께한다’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취약계층이라는 단어는 베트남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소외 지역에 사는 청소년, 한국에서 돌아온 귀환 결혼 이주 여성, 한국인 핏줄이지만 버려진 아이들, 농어촌 빈곤층, 성별, 지역, 직업 등에 따라 각자의 특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취약계층’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진다. 현장의 정확한 문제 파악이나

[사회혁신발언대] 생협 공제가 필요한 이유

‘공제(共濟)’는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상부상조 정신으로 움직이는 경제적 공동 보장제도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업화·도시화에 따라 보험제도가 성장했지만, 임금노동자나 소농민의 가입률은 낮고 계약액도 적었다. 이내 사회 계층 간 보험 보급의 격차가 나타났다. 이에 대응해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중심으로 생겨난 게 공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에는 공제조합법(Code de la mutualité)이 있다. 의료비 자기 부담을 보전하는 형태의 의료 공제다. 일본에는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공제 사업을 하고 있다. 스페인의 ‘라군 아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되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처럼 공제 사업은 부족한 의료 보장을 채우거나 사회보장 제도에서 소외된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공제 사업이 발전해왔다. 한국에도 노동자나 일반 시민이 주도하는 공제가 필요하지만, 법 제도의 미비로 공제 조직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따져본다면 공제와 보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 부족이 가장 크다. 공제는 보험과 다른 개념이다. 조합원의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제는 조합원이 소유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반면 보험은 계약자가 아닌 주주가 소유하며 영리 목적이다. 이 때문에 공제는 조합원의 수요를 반영해서 상품을 설계할 수 있고 모집 중개인을 두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수도 있다. 또 조합원을 위한 공동의 이익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최근 한국 사회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등 불안정한 노동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는 미흡하다는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사회혁신발언대] 사회적협동조합의 지정기부금 추천 ‘적신호’

얼마 전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주무관청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지정기부금 기간 만료로 재지정을 신청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올해 받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부자들은 경비처리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고, 조합은 받은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미 사용한 기부금을 돌려줄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관의 내용상 협동조합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지역사회 문제 해결, 사회서비스 사업,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중 하나를 수행해야 한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은 공익성 요건으로 수입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고 사업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만 요구한 것에 비해, 사회적협동조합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만 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은 위 세 가지 사업 외에도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제4호), 그 밖에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제5호)을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주사업 유형 구분이 제5호로 돼 있다는 이유로 주무관청에서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제5호 사업은 제1호~제3호에 포섭되지는 않지만 공익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사업을 포괄하기 위한 규정이다. 제5호 사업으로 인가를 받았다면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인데, 위 사업을 지정기부금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규제는 이렇게 경직돼 있고, 급변하는 사회는 창의성과 혁신을 요구하니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은 점점 험난해진다. 주무관청의 해석과 달리 법인세법시행령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제1호~제3호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사회혁신발언대] 바이든 당선과 한국의 그린 전환

지난 2014년 5월, 백악관이 주최한 회의에 D3(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초청받은 적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이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전력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개최한 ‘Power Afric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클린에너지 창업가와 임팩트투자자들을 파트너로 초청한 자리였다. 당시 우리는 탄자니아, 케냐 등에서 태양광 파이낸싱 플랫폼을 운영하는 선펀더(Sunfunder)를 포함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3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의에는 아프리카 지역 신재생에너지 회사들, 코슬라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임팩트투자기관들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반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Office of Social Innovation and Civic Participation)을 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청 임팩트투자 예산을 만들었고, 퇴직연기금 운용에 있어 ESG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관련 법을 정비했다. 또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고, Power Africa 프로젝트 등 개발도상국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설 수 있게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을 폐지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하며 문명국가로서 리더십을 저버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민간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 책임 투자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사회·환경 가치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으며,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올 상반기 ESG투자 펀드(재무적인 기준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투자 방식) 자금 유입은 209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유입 규모인 214억 달러에 근접했다. ESG 투자 분야로 자금이

[사회혁신발언대] 컴퓨터 없이 온라인 수업받는 아이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저소득 가정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두 아이가 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민수(가명)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의 일용직 수입이 전부인 고등학생 효진(가명)이. 민수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효진이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줍은 목소리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두 가정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를 설치할 공간조차 없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 이 가정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코로나19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디지털 빈부격차‘라는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겼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죽을지도 몰라요.”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아씨의 요청은 간절했다. 그는 2013년 남편과 한국으로 망명했다. 넷째를 임신한 하디아씨는 고혈압과 선천적인 뱃속 질환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그에게 공공영역의 지원은 불가능했다. 비자가 없어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출산이 임박해왔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리(가정복지회)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의 10%를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찐기부야 챌린지’를 기획했다. 찐기부야 챌린지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노래 ‘찐이야’에서 착안한 제목이었다.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삼고 홍보를 시작했다.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사회혁신발언대] “새로운 상호 작용의 시작인가, 기존 추세의 강화인가”…코로나19 이후의 국제 개발협력

전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인 코로나19 발생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는 글로벌 협력 체제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과제들이 초국가적 연대의 새로운 형태와 표현을 초래한 것이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는 한 국가가 단독으로 다룰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현존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끝난 뒤 국제 개발협력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번 사태를 전 세계적 차원으로 직면하게 되면서 공공재에 대한 규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선진국들의 개발협력 예산에 대한 압박이 커질수록 이러한 변화가 개발협력을 정의하는 새로운 담론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주된 협력 모델로서는 지속적으로 의의를 잃고 있다. 근래에는 보다 창의적인 대책을 요구받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나 미국으로 보낸 러시아 의료물품과 같은 이전과 다른 형태의 협력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공공에 대한 국가들의 지위 추구 행위와 사람들 개개인 간의 공동 연대가 어우러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제협력은 갈수록 다각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띤다. 이러한 변화들은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도래할지, 혹은 기존의 추세를 보강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제도의 설립 및 조정 과정은 주로 단계와 점진적인 수정을 거친 비선형적인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모습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최근 생겨나는 전 세계적 과제들을 다루기 위해 양질의 국제협력이 본질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개발협력을 통해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사회혁신발언대] 공적마스크 공급과 공정무역

코로나19가 가져온 마스크 대란. 너무 급작스럽게 터진 일이라 물량 준비가 부족했던 것일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마스크 시장을 통제하지 못했다. 정부는 긴급한 개입을 통해 수출량을 통제하고, 무자료 거래에 따른 세금 추징 경고로 창고에서 잠자던 마스크 배포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자기 마스크를 한 달간 양보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 일어나고, 시민들이 재봉틀로 면 마스크를 제작해 취약 계층에게 무상으로 보내주고 있다는 미담도 들려온다. 보이지 않는 손은 비록 마스크의 분배를 통제하진 못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하나씩 호명한 것이다. 공정무역에 오래 몸담은 필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2020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공정무역 현장과 너무나 닮았음을 느낀다. 공정무역은 가장 취약한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커피 농부들에게 제값을 줘 시장에 대비하게 하는 것, 커피 가격을 시장이 결정하게 두지 말고 커피 농부들이 살아갈 만큼의 기본소득을 지켜줄 수 있는 선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왜 이런 개념이 생겨난 걸까? 1980년대 후반, 시장은 커피 가격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세계커피위원회의 가격 협상 결렬로 커피 가격이 폭락하면서 커피 농부들의 생계는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렸다. 만약 국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역량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커피의 과다 생산을 일시적으로 막기 위해 작물 전환을 위한 교육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그 기간을 견딜 수 있도록 기존에 생산된 커피를 정부 주도하에 사들여도 된다. 또는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들이 연합해 커피 소비국과 가격 협상을 벌여 농부들이 시장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사회혁신발언대] ‘세상에 좋은 일’로 돈을 벌어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Larry Fink)가 전 세계 CEO들에게 보낸 새해 편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환경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을 향후 회사 운용의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석탄제조업과 같이 환경 지속가능성을 해칠 위험이 큰 투자처로부터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운용 총자산 7조달러(약 8120조원)에 달하는 블랙록의 수장이 지속가능성 화두를 꺼낸 건 3년 전이며, 최근 들어 점점 그 논조가 강해지고 있다. 물론 블랙록의 이 같은 행보가 오로지 래리 핑크 개인의 신념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바라는 블랙록 투자자들의 압박을 그 이유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기업들은 ESG로 불리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기업 경영 전략의 DNA로 삼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건 상장 기업을 주 대상으로 하는 ‘사회책임투자’와 비상장 기업을 주 대상으로 하는 ‘임팩트투자’다. 만약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살상용 무기를 만들고, 인체에 해로운 담배를 생산하고, 도박 카지노업을 영위한다면 우리는 ‘투자’라는 행위를 통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셈이다. 이런 기업들을 회피하는 것을 ‘소극적 사회책임투자’라 부르고, 회피를 넘어 사회환경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유망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투자하는 것을 ‘적극적 사회책임투자’라 부른다. 임팩트투자는 특정 사회환경적 문제를 시장에 기반한 혁신으로 해결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책임투자와 임팩트투자 모두 재무적 투자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환경적 가치와 재무적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동시에 잡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