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토)

[사회혁신발언대] 바이든 당선과 한국의 그린 전환

[사회혁신발언대] 바이든 당선과 한국의 그린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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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

지난 2014년 5월, 백악관이 주최한 회의에 D3(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초청받은 적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이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전력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개최한 ‘Power Afric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클린에너지 창업가와 임팩트투자자들을 파트너로 초청한 자리였다. 당시 우리는 탄자니아, 케냐 등에서 태양광 파이낸싱 플랫폼을 운영하는 선펀더(Sunfunder)를 포함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3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의에는 아프리카 지역 신재생에너지 회사들, 코슬라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임팩트투자기관들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반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Office of Social Innovation and Civic Participation)을 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청 임팩트투자 예산을 만들었고, 퇴직연기금 운용에 있어 ESG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관련 법을 정비했다. 또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고, Power Africa 프로젝트 등 개발도상국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설 수 있게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을 폐지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하며 문명국가로서 리더십을 저버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민간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 책임 투자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사회·환경 가치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으며,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올 상반기 ESG투자 펀드(재무적인 기준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투자 방식) 자금 유입은 209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유입 규모인 214억 달러에 근접했다.

ESG 투자 분야로 자금이 유입되고 기후테크(Climate Tech) 기업들의 가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분야의 테슬라(시가총액 400조원), 쓰레기 처리 및 관리 분야의 WM(55조원), 식물성 단백질분야의 비욘드미트(9조원) 등이 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주류로 취급되거나 하찮은 분야로 취급받았다는 점이다. 이들의 초기 연구와 개발을 지원한 투자자 중에는 오늘날 임팩트투자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테슬라는 DBL파트너스라는 임팩트펀드 회사에서, 비욘드미트는 Impact Assets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모으는 ‘Donor Advised Fund’(기부자 지정 임팩트펀드)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다.

이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고 그린 전환을 위한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우리에게 압박과 부담이 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산업을 만들 기회도 될 것이다. 하지만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애초 국제 권력에 맞추기 위함이 아닌 우리의 생존과 산업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던가. 실제로 한국에서는 6~7년 전부터 민간 임팩트투자자들이 활동해왔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벤처투자정책으로 임팩트 출자를 시작했다. 갈 길이 멀지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민관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기관 및 연기금 등 실제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ESG 및 임팩트 투자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의 클린테크와 환경분야로 투자운용하면서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클린테크, 기후테크 등 그린 산업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브라운 산업 즉 자동차, 철강, 반도체 산업의 앞날은 험난할 것이다.

그린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재무적인 성과에 치중된 투자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또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린 전환 기술을 갖춘 국내 석유화학, 중공업, 건설회사들과 금융기관들이 동남아 국가에 화력 발전소를 수출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프로젝트에 기술과 금융을 수출하는 ‘Power Asia’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는 날을 기대한다.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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