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발언대] 바이든 당선과 한국의 그린 전환

지난 2014년 5월, 백악관이 주최한 회의에 D3(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초청받은 적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이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전력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개최한 ‘Power Afric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클린에너지 창업가와 임팩트투자자들을 파트너로 초청한 자리였다. 당시 우리는 탄자니아, 케냐 등에서 태양광 파이낸싱 플랫폼을 운영하는 선펀더(Sunfunder)를 포함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3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의에는 아프리카 지역 신재생에너지 회사들, 코슬라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임팩트투자기관들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반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Office of Social Innovation and Civic Participation)을 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청 임팩트투자 예산을 만들었고, 퇴직연기금 운용에 있어 ESG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관련 법을 정비했다. 또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고, Power Africa 프로젝트 등 개발도상국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설 수 있게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을 폐지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하며 문명국가로서 리더십을 저버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민간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 책임 투자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사회·환경 가치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으며,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올 상반기 ESG투자 펀드(재무적인 기준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투자 방식) 자금 유입은 209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유입 규모인 214억 달러에 근접했다. ESG 투자 분야로 자금이

[사회혁신발언대]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할 것인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귀족도 아니고 가톨릭 성직자 신분도 아닌 ‘새로운 상류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 보험과 선물계약 등 전에 없던 ‘금융’이라는 것을 태동시켰고 상업과 금융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북유럽의 저지대 지역을 ‘네덜란드’라는 정치적 독립국으로 우뚝 세운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당시의 암스테르담은 ‘뉴욕’과 같은 곳이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17세기 상업자본주의를 이끌었다. 맨해튼으로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이 그 땅을 괜히 ‘뉴 암스테르담’이라 불렀을까. 금융의 발전이 없었다면 현존하는 최고의 생산체제인 ‘자본주의’가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 금융은 돈을 단순히 실물거래를 뒷받침하는 교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에 부(wealth)를 저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재정의했다. 심지어 빚(신용)을 얻어 시세차익을 좇는 행위도 합법화했다. 투기가 제도화한 것이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yes보다 no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창업팀들을 만나면 그들이 그리는 미래에 설득되고 만다. 임팩트벤처펀드를 운용하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에 금융이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될 수 있는 기준점은 간단하다.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 후 우리 자녀가 어떤 세상에 살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투자다. 다시 말해 투자는 더 나은 미래를 내다보며 다음 세대로 돈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10여년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확산할 무렵, 금융의 새로운 역할을 찾던 일군의 투자자와 패밀리오피스, 재단이 모여 ‘임팩트투자’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지금은 채권, 부동산, 벤처투자 등 다양한 자산으로 확산해 총 규모 5020억달러 시장이 형성됐다. 임팩트투자를 목표로 2011년 설립된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는 임팩트벤처투자조합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임팩트투자자들과 함께하는 포럼인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