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7일(금)

[사회혁신발언대] 생협 공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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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공제(共濟)’는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상부상조 정신으로 움직이는 경제적 공동 보장제도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업화·도시화에 따라 보험제도가 성장했지만, 임금노동자나 소농민의 가입률은 낮고 계약액도 적었다. 이내 사회 계층 간 보험 보급의 격차가 나타났다. 이에 대응해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중심으로 생겨난 게 공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에는 공제조합법(Code de la mutualité)이 있다. 의료비 자기 부담을 보전하는 형태의 의료 공제다. 일본에는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공제 사업을 하고 있다. 스페인의 ‘라군 아로’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되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처럼 공제 사업은 부족한 의료 보장을 채우거나 사회보장 제도에서 소외된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공제 사업이 발전해왔다. 한국에도 노동자나 일반 시민이 주도하는 공제가 필요하지만, 법 제도의 미비로 공제 조직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따져본다면 공제와 보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 부족이 가장 크다. 공제는 보험과 다른 개념이다. 조합원의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제는 조합원이 소유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반면 보험은 계약자가 아닌 주주가 소유하며 영리 목적이다. 이 때문에 공제는 조합원의 수요를 반영해서 상품을 설계할 수 있고 모집 중개인을 두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수도 있다. 또 조합원을 위한 공동의 이익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최근 한국 사회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등 불안정한 노동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보장제도 확대와 함께 이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공제회 설립이 시급하다.

국내에서 공제 도입 필요성에 가장 먼저 부응할 수 있는 조직은 생협과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이다. 특히 생협은 2010년 3월 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각 지역 연합회와 전국연합회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제 사업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허용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시행은 막혀 있는 상태다.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제 시행을 위한 감독기준, 시행령·시행규칙 마련 등 후속 조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공제가 자리 잡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생협의 조속한 조치 요구, 여야 국회의원의 시행 촉구 서명 등에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여야 한다. 기관이 나서야 공제를 도입하는 조직이 공익성을 입증하게 되고, 비로소 우리 사회에도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미 너무도 늦었지만 2021년이 그런 시대를 여는 출발선이길 기대해본다.

이향숙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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