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전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인 코로나19 발생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는 글로벌 협력 체제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과제들이 초국가적 연대의 새로운 형태와 표현을 초래한 것이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는 한 국가가 단독으로 다룰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현존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끝난 뒤 국제 개발협력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번 사태를 전 세계적 차원으로 직면하게 되면서 공공재에 대한 규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선진국들의 개발협력 예산에 대한 압박이 커질수록 이러한 변화가 개발협력을 정의하는 새로운 담론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주된 협력 모델로서는 지속적으로 의의를 잃고 있다. 근래에는 보다 창의적인 대책을 요구받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나 미국으로 보낸 러시아 의료물품과 같은 이전과 다른 형태의 협력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공공에 대한 국가들의 지위 추구 행위와 사람들 개개인 간의 공동 연대가 어우러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제협력은 갈수록 다각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띤다. 이러한 변화들은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도래할지, 혹은 기존의 추세를 보강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제도의 설립 및 조정 과정은 주로 단계와 점진적인 수정을 거친 비선형적인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모습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최근 생겨나는 전 세계적 과제들을 다루기 위해 양질의 국제협력이 본질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개발협력을 통해 가장 취약한 국가들의 필요 사항이 무엇인지 명시하는 일은 미래의 협력 구조에 필수적인 요소다. “국제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 과제에 대응하는 것은 곧 국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코로나19 사태의 맥락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같은 큰 과제에도 해당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국제협력을 강화할 것인가, 약화할 것인가?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기본적인 ‘다자주의의 약화’를 마주했다. 일반적으로 국제 사회의 단체 행동이 현재의 전 세계적 보건 위기와 같은 범세계적 혹은 지역적 과제에 적절하며 이를 해결하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공 보건계 종사자들은 ‘가장 취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접근법’(weakest link)이 긴급하다고 말한다. 즉 세계적 공공 보건 사태의 해결은 국가적 능력이 가장 제한된 나라에 달렸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다국간 해결책이 자연스럽게 적용된다는 논리다.

대부분의 국제관계 교과서들은 현재의 범유행 사태와 전 세계적 보건 상황의 근원적 체계상 결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자주의 접근을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정부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명백히 경쟁하는 범세계적인 전후 맥락에서 다자주의를 통해 ‘윈윈’ 전략을 세우는 일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G20와 같이 쌍방의 협력을 선호한 몇몇 정부들의 ‘클럽 거버넌스’ 접근 방식이나, 가장 선호하는 기관의 제의를 고려해서 새로운 플랫폼과 기관을 세우는 ‘포럼 쇼핑’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접근법들은 다자주의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괄적인 형태의 단체행동은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로 이뤄진 소집단에 의존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충격에 대처할 때 결국 양질의 회복과 빠른 승리 사이의 양자택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는 사회경제적 회복을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활동가가 코로나가 낳은 부정적인 영향을 진정시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중장기적인 복구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회복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경제적 자원이 필요할 것이고 몇몇 국가의 투자로 충당할 수 있다. 또 여러 국가가 금융, 기술, 지식 측면에서 개발 협력을 통해 외부 지원을 상당히 필요로 할 것이다.

모든 국가에 코로나19 이후의 회복을 위한 신속한 대책 실행이 요구되는 동시에 엄청난 압박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경제 성장은 모든 회복 전략의 핵심적인 측면이 될 것이고 돼야만 한다. 하지만 성장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2030 개발 아젠다와 17개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는 명백히 그 유효성을 유지할 것이다. 정부가 빠른 목표 달성과 회복 대책을 실행하는 동안 사회 경제적 회복의 생태학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있다.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빠른 해결책을 세우려고 할 것이고 이는 개발협력에도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빠른 승리를 지향한다면 지속가능한 개발과 기후 변화 등의 기본적인 우선 사항들을 방치하거나 기각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은 처음부터 ‘스마트 복구(smart recovery)’ 접근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지속하는 동안, 유행병의 여파로 인해 개발협력은 과거의 지속 불가능했던 방식을 탈피해 ‘스마트 복구’를 향해 접근할 기회를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접했다고 본다.

 

[슈테판 클링어빌 UNDP 서울정책센터 소장] [아테미 이즈메스티에브 UNDP 서울정책센터 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