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일(목)

[사회혁신발언대] 임팩트 생태계의 텃밭에서 싹을 틔우다

박연주 MYSC 연구원

한국 공교육 과정을 밟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익숙한 것이 있다. 바로 생활기록부의 ‘진로희망사항’ 칸이다. 희망 직업과 희망 사유를 매 학기 작성해야 하는 이 항목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이어진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머뭇거렸다.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세상의 불평등과 분쟁을 바라보며 막연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나는 ‘취준생’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게 되었다. 구직 활동 중이던 나에게 한 지인은 임팩트투자사이자 액셀러레이터인 MYSC(엠와이소셜컴퍼니)를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지난 9월, 나는 임팩트 생태계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MYSC 입사 첫 날 책상 위에서 발견한 웰컴 패키지. /MYSC

◇ ‘사내기업가’로서 싹을 틔우다

MYSC는 ‘미래내일’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3개월간의 인턴십에서 나는 MYSC가 구성원들을 단순히 직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내기업가’로 정의하며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곳은 개인의 성장, 성숙, 성과를 전 과정에서 조화롭게 추구하도록 독려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경험은 바로 그 ‘3성’에 진심인 조직이었음을 증명했다. 워크숍, 독서 모임, 티타임 등 자발적으로 진행된 활동 속에서 배움과 나눔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디자인씽킹 워크숍이 인상적이었다. 하루의 루틴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문제를 정의하고, 최적의 하루를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내 성향을 파악하고 일상을 주도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아침형 루틴과 저녁형 루틴을 번갈아 시도하며 독서, 운동, 일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하루를 채워 나갔다. 그렇게 3주를 보내며 나는 ‘몰입’의 가치를 발견했다. 하루를 바쁘게 채우는 것보다 의미 있는 활동 하나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경험은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만의 루틴을 찾아내고, 삶의 태도를 바꾸게 한 이 과정은 단순한 인턴십 이상의 시간이 되었다.

‘디씽-내끌로우’ 디자인씽킹 워크숍 진행 현장. /MYSC

◇ 임팩트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간다는 것

MYSC에 합류하기 전, 나는 악화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친환경 마케팅 사례와 그린워싱 논란을 탐구하며, 기업의 목소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경영 전략이 사회문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지속가능경영을 꿈꾸던 나는 MYSC와 임팩트 생태계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한다는 비전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임팩트 투자와 엑셀러레이팅의 매력을 느꼈다.

3개월간 나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디자인-기술 협업 전주기지원 사업’과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문화기술 사업화 컨설팅 사업’ 운영에 참여했다. 참가 기업들과 소통하며 성과공유회 준비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 특히 지난 12월 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디자인-기술 협업 밋업데이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그날, 행사장을 가득 채운 기업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 사회혁신에 대한 꿈과 기대를 안고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 속에 잠시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더 나은 세상’은 어쩌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일 진행된 ‘2024 디자인-기술 협업 전주기지원 최종성과공유회’ 현장. /MYSC

◇ 희년을 꿈꾸는 사람들의 힘

MYSC의 구성원들을 만날 때마다 느낀 점은 그들이 모두 ‘꿈꾸는 현실주의자’라는 것이었다. 각자만의 이야기와 목표를 가지고,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무엇을 창조하는 힘은 그 가능성을 믿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희년(Merry Year)’이라는 자유와 회복의 가치를 추구하는 MYSC의 비전은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이러한 비전을 믿는 사람들과 함께 임팩트 생태계라는 텃밭에서 새로운 가치를 일구어 나갈 날들이 기대된다.

인턴십이 종료된 후 MYSC에서 연구원으로 도전을 이어가지만, 인턴십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막막함은 이제 사라졌다. 어떤 조직에서 일하든 세상에 어떤 목소리를 내며 살아갈 지가 중요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여정은 임팩트 생태계 텃밭에서 막 싹을 틔웠다. 이제는 막연하지도, 무모하지도 않은 꿈을 안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깨어진 세상을 치유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믿으며.

박연주 MYSC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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