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
[단독] [취재 그 후] 서울시 유일 고립청년 그룹홈, 폐쇄 위기 넘겼다 

더나은미래 보도 이후 서울시·SH 입장 조정…공간 연장 결정 모집 공고 전 40명 대기 중…예산·지지 구조는 ‘불안정’ 고립·은둔 청년의 회복을 돕는 서울 유일의 그룹홈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의 계약 종료 방침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시민사회의 우려와 언론 보도 이후 가까스로 공간 연장을 확정지었다. 지난 3월 <더나은미래>는 해당 그룹홈의 운영 중단 위기를 보도했고, 이후 서울시와 SH는 기존 사업 종료 이후 논의를 거쳐 입장을 조정했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청년사업담당관 청년활력팀은 “고립·은둔청년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해, 새로운 시범사업으로 공간 연장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무서운회사가 운영하는 이 그룹홈은 2021년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으로 시작된 주거 회복 프로그램이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이 보증금을 지원하고 입주자는 월 20만원대의 임대료만 부담하면 된다. 주거지 접근이 어려운 고립·은둔 청년에게 이곳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자립 훈련과 회복을 돕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공간 내에서는 공동 식사와 아침 모임, 생활 루틴 훈련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이곳을 거쳐 간 청년 20여 명 중 90%가 사회적 관계 회복, 취업 연계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방문 상담을 받거나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외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고립되는 사례가 많다”며 “그룹홈은 함께 생활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경험을 하고, 무너진 일상 루틴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밀도 있게 지원하기 때문에 재고립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 서울시, 고립청년 그룹홈 유지 결정…‘정책 거점’ 시범사업 전환 당초 SH는 4년

고립청년 공동생활 정부 첫 실험…“변화는 있었지만, 인력이 없었다”

복지부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 성과와 한계 “공동생활 전담 코치 반드시 필요” 올해 2월, 울산의 한 임대주택에 두 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입주했다. 말수가 거의 없던 한 명은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넸고,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던 청년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익혔다. 보건복지부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을 통해 시작된 첫 공동생활 실험. 회복의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이 실험은 두 달 만에 휴지기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위기청년을 위한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을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등 4개 시·도에서 운영 중이다. 센터는 가족 돌봄, 고립·은둔 청년 등 위기 청년의 자립을 돕는 기관이다. 울산청년미래센터는 지난해 10월 개소했고, 올해 2월 LH 매입임대주택에 마련된 공간에서 공동생활 1기를 시작했다. 민간에서 운영돼 온 모델을 참고해 공공 차원에서 회복을 실험한 첫 사례다. 울산청년미래센터는 현재 두 명의 남성 청년이 입주해있다. 두 청년 모두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관계 형성과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반복 학습에도 어려움이 있어 직장에서는 잦은 질책을 받곤 했다. B씨는 오랜 대인 기피 상태로 인해 5년간 대화를 거의 하지 못했다. ◇ 2년 만에 면접·농담 주고 받기도 공동생활은 규칙적인 일상을 통해 생활 습관과 사회성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오전 6시 기상 후, 씻고, 아침을 먹고, 오전 9시에는 센터로 출근한다. 센터에서는 자격증 공부, 심리상담, 공모전 참여, 직업 체험 등 개별 맞춤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오후 6시 퇴근 후에는 함께 장을 보고 식사를

푸른고래, 고립청년 그룹홈 20년 만에 운영 중단… 왜?

제한적 사업비…“더는 못 버틴다” 서울시 단기 사업 구조에 회복 중 청년들 ‘재은둔’ 악순환 서울 시내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한 공동생활 공간, 일명 ‘그룹홈’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더나은미래가 보도한 ‘서울시-SH의 그룹홈 사업 종료 논란’에 이어, 또 하나의 고립·은둔 청년 그룹홈이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20년 넘게 그룹홈을 운영해온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도 ‘주거 공간 확보’와 ‘인건비 마련’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올해부터 공동생활 공간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센터를 이끄는 김옥란 센터장은 “현재의 그룹홈 시스템은 청년들의 회복보다 재은둔을 부추길 수 있는 구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서울시 지원 받아도, 공간은 자부담…결국 여자 숙소 철거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는 2022년부터 서울시의 예산을 일부 지원받아 남녀 그룹홈을 운영했다. 하지만 공간 자체는 센터 측이 별도로 확보해야 했고, 초기 입주에 필요한 보증금과 가전, 가구 비용도 자부담이었다. 김 센터장은 “서울시는 남녀 그룹홈을 별도로 운영하길 원했지만, 두 개의 공간을 동시에 꾸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결국 2023년에는 여자 숙소를 철거해야 했고, 올해는 아예 전체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룹홈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다. 오랜 은둔 생활로 생활 리듬이 무너진 청년들에게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성과 감정을 회복하는 훈련의 공간이다. 센터는 아침 기상부터 식사, 청소, 운동, 취미 활동 등 하루의 루틴을 함께 만들어가며 공동체 훈련을 돕는다. ◇ 공동생활 거쳐간 100여 명 중 약 80%가 일상 회복    이곳에서는 공동 요리와 식사, 주 1회 팀 경기 활동을 하는 야구단, 개인의 이야기를

존폐 기로에 선 그룹홈, 고립청년 ‘재고립’ 비상

고립·은둔 청년 위한 그룹홈, 4월 사라지나 SH, 사업 종료…서울시 “검토 중” 서울 한복판, 지난 11일 기자가 찾은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안무서운회사’의 그룹홈. 나지막한 담장을 지나 현관문을 열면, 작은 거실과 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실 한쪽에는 입주자들이 직접 꾸민 소품들이 놓여 있다. 디퓨저와 꽃, 귀여운 인형들이 어우러진 공간은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벽에 붙은 한 장의 안내문이 이곳의 특별함을 말해준다. “심한 자해 사고 발생 시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이곳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다. 사회와 단절된 고립·은둔 청년들이 다시 삶을 회복하고 자립을 꿈꾸는 곳이다.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무너진 일상을 되찾아가는 과정. 하지만 이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지원 종료로 4월이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 셰어하우스는 서울시와 SH가 추진한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부터 운영돼 왔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이 보증금을 지원해 입주자들이 월 20만 원대의 저렴한 임대료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과금과 식비, 프로그램을 포함해도 한 달 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구조다. 그러나 SH는 당초 약속한 4년 계약 만료일인 4월 26일 이후 계약을 연장할 계획이 없다. 고립·은둔 청년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 ‘방콕’에서 취직·모임 참석까지…그룹홈 통해 90% 호전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셰어하우스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그룹홈은 재고립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한다. “방문 상담을 받거나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외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고립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함께 생활하며 갈등을

이랜드재단, 자립준비청년 위한 여름캠프 열었다

이랜드재단(이사장 장광규)은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에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여름캠프를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이랜드재단은 만 18세가 되어 아동양육기관 및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의 보호 종료 후 취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해 이번 캠프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캠프에는 선한울타리, 한국고아사랑협회가 협력했다. 캠프는 자립준비청년 30명이 진로와 비전에 대해 깊은 탐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랜드재단 정영일 대표, 선한 울타리 박준형 목사, 소명교육개발원 신동열 대표 등이 강사로 참여해 교육을 진행했다. 이랜드그룹 임직원이 멘토로 참여한 토크콘서트에서는 패션, 외식, 호텔 등 다양한 직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참가자의 진로 탐색을 도왔다. 임직원 멘토는 자립준비청년들과 팀을 꾸려 구체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육 종료 후에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비전을 선포하고, 수상 레포츠와 자조 모임 등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캠프에 참가한 한 자립준비청년은 “현직에 있는 인생 선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멘토의 조언을 통해 진로를 찾고, 인생의 방향을 그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이번 캠프가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나가 겪는 막막함과 어려움을 해소하고, 자신만의 진로와 소명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캠프에서 형성된 비전과 직업관이 지속 유지될 수 있도록 후속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굿피플은 외풍과 누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남 해남에 위치한 그룹홈 ‘드림홈’ 건물을 개보수했다. /굿피플
굿피플, 태풍 피해 입은 해남 땅끝마을 그룹홈 개보수 지원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은 외풍과 누수 문제를 겪는 전남 해남시의 그룹홈 ‘드림홈’ 건물을 개보수했다. 지난 17일에 열린 준공식에 김천수 굿피플 회장 및 부회장단, 해남 드림홈 김나단 시설장 등이 참석했다. 그룹홈은 빈곤, 학대, 방임, 부모 사망 등의 이유로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이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이다. 전남 해남에 땅끝마을에 위치한 그룹홈인 ‘드림홈’은 2015년 설립돼 보호가 필요한 여아 6명이 공동생활하고 있다. 드림홈 건물은 바닷가에 있어 외풍이 극심한 데다 2018년 태풍 솔릭으로 건물 외벽이 손상돼 이후 누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실내에 곰팡이가 피거나 철골 구조가 녹슬고, 자는 아동의 머리에 빗물이 떨어지는 등 건물 개보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굿피플은 1억 1000만원을 투입해 건물 외장재를 조립식 패널에서 벽돌과 시멘트로 교체하고, 빗물이 원활하게 배수될 수 있도록 지붕과 처마를 설치했다. 실내의 출입문과 창문도 새로 교체했다. 김나단 드림홈 시설장은 “비가 내리면 누수로 아이들 머리맡이 흥건해질 정도였다”며 “이번 개보수로 깨끗하고 안전한 집에서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천수 굿피플 회장은 “드림홈의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보금자리를 선물하게 돼 뜻깊다”며 “굿피플은 아이들이 해남에서 멋진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보호종료아동 60% 첫해 기초수급자 된다

[Cover Story] 기초수급비에 의존하는 ‘열여덟 홀로서기’ 매년 약 2500명의 ‘보호종료아동’ 발생시설 퇴소 후 자립 시작할 때 쥐여진 돈자립 정착금 500만원, 자립 수당이 전부 대학 진학 통해 보호 기간 연장하기도영국처럼 단계적 자립 이행기 도입 필요 그들에겐 비빌 언덕이 없다. 고아인 황모(19)씨는 지난해 보육원을 나왔다. 보육원이나 공동 생활 가정(그룹홈), 위탁 가정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 대상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법적으로 보호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여덟 살에 부모의 양육 포기로 10년을 경북의 한 보육원에서 지내온 황씨는 “보육원에서 제대로 된 자립 준비를 마치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도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황군처럼 보호 기간 종료로 시설을 떠나야 하는 이른바 ‘보호종료아동’은 매년 약 2500명. 이들이 세상 앞에 홀로 설 때 쥔 돈은 자립 정착금 500만원과 3년간 월 30만원씩 나오는 자립 수당이 사실상 전부다. 진학도 취업도 힘겨운 이들은 시설 퇴소 이후 경제난에 직면한다. 더나은미래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지난 5년간 이들의 기초생활수급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8일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종료된 자립 1년 차 1031명 가운데 613명(59.5%)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10명 중 6명이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하는 셈이다.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10명 중 6명이 기초수급자 최근 5년간 아동 양육 시설과 공동 생활 가정에서 보호종료된 아동은 총 5915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30일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은 2134명(36.1%)이었다. 퇴소 연도별로 보면, 2019년 시설 퇴소자의 수급

“친부모 품에서 자랄 수 없는 아이들, ‘사랑’으로 키웁니다”

그룹홈으로 네 자매 키우는 백명옥씨 “저 집 애들 부모가 얼마나 유난인지 몰라요.” 동네 사람들이 말했다.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서울의 작은 골목에 있는 ‘딸부잣집’ 얘기다. 그곳에 여덟 살, 여섯 살, 세 살 쌍둥이 네 자매가 산다. 빠듯한 수입에 엄마는 10년 동안 옷 한 벌 제대로 산 적이 없다. 신발은 낡아 여기저기 해지고 터졌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겐 부족함이 없이 모든 걸 해준다. 영어, 바이올린, 발레 등 사교육도 시키고 간식 하나까지 좋은 재료로 만들어 먹일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평범하고 화목한 보통 가정의 모습이지만 아이들의 부모는 호적상 부모가 아니다. 흔히 그룹홈으로 불리는 ‘공동생활가정’이다. 친부모가 키울 수 없게 된 아이들을 집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곳이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전국이 들썩거린 지난 8일 그룹홈 엄마 백명옥(64)씨를 만났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쓸었다. 자신을 친엄마로 알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 봐 한 번도 언론에 나선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용기를 냈다. “우리 아이들은 여기가 그룹홈인 걸 몰라요. 어릴 땐 티없이 자랐으면 해서요. 나중에 알게 돼도 ‘난 참 많이 사랑받았다’ 하고 이겨낼 거라 믿어요.” 백씨의 요청에 따라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 엄마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온몸 까맸던 막내, 웅크리고 있던 셋째 딸부잣집에서는 현관문 밖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돌도 되기 전에 그룹홈에 왔다. 그룹홈은 법률상 아동복지시설로 분류되지만, 엄마는 이곳을 시설이 아니라 ‘집’이라고 불렀다. “1970년대부터 30년

무너지는 그룹홈…정부 지원 절실해

#1. A 씨(21·여)는 일곱 살 때부터 작년까지 그룹홈에 살았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 5~7명이 관리자 2~3명과 함께 일반 가정집에서 생활하는 주거 형태다. 대규모 양육시설이 아닌 가정집에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게 그룹홈의 가장 큰 특징이다. A씨는 무려 14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그룹홈 식구들을 둘도 없는 ‘가족’처럼 느끼며 자랐다. 가족이라 생각했기에 복지사가 손찌검을 해도 ‘사랑의 매’라고 여기며 자신을 설득했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욕설을 하며 나무라도 꾹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씨의 마음속 상처는 깊어졌고, 결국 복지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소된 복지사가 다른 그룹홈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룹홈에서 “제일 큰 언니로서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다”며 A씨를 쫓아낸 것. A씨는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이후 다른 그룹홈에 입소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다른 거처를 알아보던 끝에 숙식이 제공되는 골프장 부속 레스토랑을 찾아 현재 그곳에서 1년째 일하고 있다. A씨는 “그래도 여전히 내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건 그룹홈 식구들뿐”이라고 했다. “인권위 제소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곤 해요. 결국 유일한 가족마저 잃게 됐으니….” #2. B씨(20·남)는 7년을 그룹홈에서 보내고 올 1월 그룹홈 퇴소 의무 나이인 만 19세가 돼 독립했다. 7년간 B씨는 그룹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내 다른 그룹홈으로 보내지는 친구들을 여럿 봐왔다. 복지사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은

부모와의 갑작스런 이별… 아이들 감정을 치료하자 문제행동이 사라졌다

#1 장군(가명·12)이는 여덟살 때 아빠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 정신적 충격을 추스를 새도 없이, 엄마도 곧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장군이는 지난 2015년 누나들이 있던 전남 신안의 ‘OO보육원’에 입소했다. 아이는 가족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특히 아빠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거부한 채 입을 닫았다. 갑작스러운 부모와의 이별로 인한 불안정한 애착은 성 문제로도 이어졌다. 장군이는 충동적인 자위행동을 보였고, 짜증이 나면 스스로 감정을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 했다. #2 현승(가명·12)이도 가족과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맞았다. 현승이는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2016년 경남 창원의 ‘□□희망의 집’에 입소했다. 아이는 엄마가 ‘감기’에 걸렸으며, 곧 자신을 데리러 돌아오리라 믿었다. 엄마가 끝내 세상을 떠나면서, 현승이의 문제 행동은 급격하게 늘었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멍하니 하늘을 보거나 화를 냈고, 시설에서 또래들과 마찰이 생길 때마다 곧장 폭력적인 행동으로 대응했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분노를 제대로 치유하기 위해, 꾸준한 심리 치료가 시급했다. 전국 아동복지시설에 입소중인 아동의 수는 1만3689명(보건복지부, 2016년 12월 31일 기준). 2016년 한 해 동안 412명의 아동이 갑작스러운 부모의 병환 또는 사망으로 아동복지시설 또는 위탁가정 등에 보내졌다. 시설 입소 아동들은 불안정한 양육환경에 노출되었던 경험으로 인해 심리·정서적 불안감을 호소한다. 한국아동복지협회에 따르면, 시설 내 아동의 경우 내면의 문제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비율이 일반 아동들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시설 아동에 대한 심리 치료·재활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보건복지부는 2012년부터 관련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한국아동복지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올해로 시행 7년차를 맞은 ‘시설 아동

가족이 남긴 상처, 시설에서 마음을 치유한 아이들

#1 2016년 어느 겨울 밤, 지선(가명·15)이와 언니, 남동생은 ○○원에 왔다. 한밤중 급하게 나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였다. 세 남매는 수년간 아빠의 거친 욕설과 폭력을 견뎠다. ‘훈육’으로 시작된 매질은 갈수록 강도가 심해졌다. 견디다 못한 세 남매는 이웃에 도움을 청하면서 지옥같던 친부의 학대에서 벗어났다. 안전한 시설로 왔지만 지선이에게는 상처가 남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몸집이 큰 남자를 보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지선이는 고등학생 오빠의 작은 장난에도 버럭 화를 냈고, 학교 남학생이 말을 걸면 짜증으로 대꾸했다.  #2 “원래 이렇게 태어난 건데요. 어렸을 적 이야기는 할 말도 없고 기억하기 싫어요.” 동현(가명·17)이는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거리를 전전하다 □□원에 왔다. 아이는 선생님의 질문에도 눈만 꿈뻑이다 “네, 아니오”만 했고, 무기력하게 구석 자리를 지켰다. 방화, 현금 및 스마트폰 절취. 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동현이의 과거는 파란만장했다. 이혼 후 재혼한 동현이 아빠는 몇달씩 가출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아이를 포기했다. 동현이는 청소년이 되기까지 어디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 4592명.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부모의 빈곤과 실직, 학대, 가출, 미혼모·부 등으로 아동복지시설, 위탁가정 등에 보내진 국내 아동의 수(보건복지부, 2016년 요보호아동 발생 및 조치현황)다. 한국아동복지협회에 따르면, 불안정한 양육환경을 경험한 아동은 심리·정서적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내면의 문제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실제 해당 아동의 34%(1540명)는 학대를 경험한 피해 아동이다. 시설 아동에 대한 심리 치료·재활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보건복지부는 2012년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아동복지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올해로 시행

떼쓰던 현승이가 의젓해졌어요

한국아동복지협회 시설 아동 치료·재활 프로그램   “우리 엄마는 ‘감기’에 걸려서 안 왔어요. 엄마만 나으면 다시 같이 살 거예요.” 현승(가명·8)이는 지난해 2월 경남 창원의 아동복지시설 ‘○○희망의집’으로 왔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쉽게 적응을 못했다. 온종일 불안해했고 의자에 앉아 있지 못할 만큼 산만했다. 오매불망 그리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현승이는 더욱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본인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거나 울음을 터뜨렸고, 학교 수업 중 갑자기 연필을 부수기도 했다. 현승이는 6개월 동안 한국아동복지협회의 ‘시설 아동 치료·재활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현승이는 상담사 선생님과 18회기에 걸친 미술 치료를 시작했다. 데칼코마니, 탈 꾸미기, 지점토 공예 등의 활동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지점토로 햄버거와 피자를 만들어 친구들과 선생님을 초대했다. 그사이 현승이 아빠는 부모 교육을 통해 자녀 양육법을 배웠고, ‘집단 미술 치료’ ‘목장 체험’ ‘가족사진 촬영’ ‘가족 작은 음악회’ 등을 통해 현승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6개월 프로그램을 마친 뒤 현승이는 말했다. “상담 선생님께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잘 계실 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아빠 집에도 자주 가고 아빠와 있는 시간이 무척 좋아요.” 현승이를 바꾼 ‘시설 아동 치료·재활 지원’은 한국아동복지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위탁으로 2012년부터 6년째 수행 중인 사업이다. 전국 아동복지시설 및 그룹홈(공동생활가정) 아동 중 심리·정서·인지·행동상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 치료 프로그램 비용 지원 등 ‘맞춤형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통합적인 사례관리’로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