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0일(금)

보호종료아동 60% 첫해 기초수급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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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기초수급비에 의존하는 ‘열여덟 홀로서기’

매년 약 2500명의 ‘보호종료아동’ 발생
시설 퇴소 후 자립 시작할 때 쥐여진 돈
자립 정착금 500만원, 자립 수당이 전부

대학 진학 통해 보호 기간 연장하기도
영국처럼 단계적 자립 이행기 도입 필요

그들에겐 비빌 언덕이 없다. 고아인 황모(19)씨는 지난해 보육원을 나왔다. 보육원이나 공동 생활 가정(그룹홈), 위탁 가정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 대상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법적으로 보호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여덟 살에 부모의 양육 포기로 10년을 경북의 한 보육원에서 지내온 황씨는 “보육원에서 제대로 된 자립 준비를 마치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도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황군처럼 보호 기간 종료로 시설을 떠나야 하는 이른바 ‘보호종료아동’은 매년 약 2500명. 이들이 세상 앞에 홀로 설 때 쥔 돈은 자립 정착금 500만원과 3년간 월 30만원씩 나오는 자립 수당이 사실상 전부다.

진학도 취업도 힘겨운 이들은 시설 퇴소 이후 경제난에 직면한다. 더나은미래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지난 5년간 이들의 기초생활수급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8일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종료된 자립 1년 차 1031명 가운데 613명(59.5%)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10명 중 6명이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하는 셈이다.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10명 중 6명이 기초수급자

최근 5년간 아동 양육 시설과 공동 생활 가정에서 보호종료된 아동은 총 5915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30일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은 2134명(36.1%)이었다. 퇴소 연도별로 보면, 2019년 시설 퇴소자의 수급 비율은 48.3%, 2018년은 35.0%, 2017년은 24.3%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6년 퇴소해 자립한 지 5년이 지난 보호종료아동도 16.9%는 여전히 탈수급하지 못했다. 국내 20대의 수급자 비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치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0~29세 기초생활수급자는 13만2113명으로 인구 비율로 따지면 해당 연령대의 2.2% 수준이다.

보육원을 나와 올해 자립 2년 차를 맞은 김모(20)씨는 “자립 정착금은 원룸을 구할 때 보증금으로 쓰고 자립 수당으로 월세를 겨우 낸다”면서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해서 돈을 모아야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지원금으로 주거비를 방어할 수 있지만, 서울 지역에서는 방 한 칸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LH 임대주택 확대 등으로 주거 지원을 한다지만 현실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19년 아동 자립 지원 통계 현황 보고서를 보면, LH 지원을 받는 보호종료아동 비율은 32.2%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월세, 기숙사, 고시원을 전전하거나 운이 좋으면 친인척 집에 머물기도 한다. 조윤하 희망디딤돌 광주센터 사무국장은 “LH 지원이라고 하면 아파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원룸”이라며 “LH 전세 지원을 받으려면 원룸 임대 사업자가 동의해야 하는데, 신축이나 교통이 좋은 지역에서는 그런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월세도 겨우 구한다”고 했다.

보호 기간 연장하려 대학 진학… 이마저도 10%에 불과

주거비와 생활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대학 진학이다. 아동복지법 16조 4항에는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직업능력 개발 훈련 시설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덕분에 만 18세 이후에도 최장 5년까지 보육원에서 지낼 수 있다. 등록금은 국가 장학금 지급 기준인 평균 평점 3.0을 넘으면 졸업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단 졸업과 동시에 진학해야 하기 때문에 재수하거나 대학에 다니던 중에 휴학하면 보육원에서 나가야 한다.

정모(21)씨는 2년제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보육원에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다시 찾기 위해 휴학했고, 지난해 8월 시설을 나오게 됐다. 정씨는 “보육원에서 워낙 엄격한 규칙에 따라 단체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유와 일탈을 꿈꾸지만, 막상 자립하게 되면 아무것도 몰라서 방황하게 된다”면서 “밥을 먹기 위해 장 보고 요리하는 것부터 돈을 벌고 저축하는 것 하나하나가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퇴소 이후 방 안에서 커튼을 치고 두 달간 문 밖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부적응에 시달렸다. 보호종료아동 중에는 정씨처럼 무작정 대학에 진학했지만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고 생활비만 나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9년 보호종료된 아동의 대학 진학률은 40%에 이른다. 하지만 보호종료 5년 이내 1만2796명을 대상으로 대학 진학자를 따져보면 10.7%에 불과하다. 보육원 출신 대학생 박모(24)씨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친구가 많지 않고 대부분 성적도 안 좋아서 대학을 꿈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 “대학에 가더라도 졸업 이후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할 것 같아 졸업을 포기하는 친구도 많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인마다 자립 준비 수준은 제각각인데 만 18세로 딱 잘라서 보호종료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국처럼 보호 아동의 자립 계획 수립부터 개입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자립 이행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담 요원 확대 시급… 후견 제도 활성화도 방법

보호종료아동 지원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에게 개인 상담사를 지정해주도록 하고 있다. 만 16세가 되면 그간 보호자 역할을 해온 사회복지사와 개인 상담사가 아동과 함께 자립 계획을 세우고, 보호종료 이후인 18세부터는 지정된 개인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사회생활에 나서게 된다. 지원 기간은 만 25세까지다. 개인 상담사는 최소 8주마다 면담을 진행하고, 아동이 주거지를 옮길 경우 7일 이내 방문해 주거지가 적당한지 평가한다. 최신 근황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수집해 이를 근거로 자립 지원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호종료 5년 이내 아동을 자립 수준 평가 대상자로 정해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양육 시설 종사자나 자립 지원 전담 요원들은 매년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주거·진학·취업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형식적 절차일 뿐이라는 비난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2019년 기준 5년 내 보호종료아동 가운데 연락이 끊긴 비율은 26.3%에 달한다. 이들의 자립을 돕는 전담 요원은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306명에 불과하고, 자립 지원 전담 기관 역시 17시·도 가운데 ▲서울 ▲부산 ▲경기 ▲충남 ▲강원 ▲전남 ▲경북 ▲제주 등 8곳에서만 설치·운영 중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과 재단도 있다. 삼성전자는 보호종료아동 지원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현대차정몽구재단, 아산장학재단, 아름다운재단 등은 대학생 학비를 지원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임직원 기부금을 마중물로 ‘삼성 희망 디딤돌’ 사업을 시작해 보호종료아동이 생활하고 자립 준비를 할 수 있는 복합 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거점 4곳에 센터를 개소했고, 내년까지 9곳에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부산 지역의 보육원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지만 정보가 닿지 못해 놓칠 때가 많다”면서 “지원 규모도 확대해야 하지만 아이들과 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담당 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육원 아동은 통장 개설이 어렵다. 휴대전화도 개통하지 못한다. 여권 발급, 수술, 보험 가입, 전입신고도 법적인 보호자 없이는 할 수 없다.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혼자서 법률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소송을 할 때도 법정 대리인이 필요하다. 법정 대리인 1순위는 부모인 친권자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만나지 않았던 부모의 동의를 받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법은 법정 대리인 2순위인 후견인 선임이다. 문제는 고아일 경우 후견인 선임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친권자가 생존해 있을 경우 법원이나 지자체를 통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충남 지역의 한 사회복지사는 “보육원은 시설장이 후견인이 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절차가 복잡해 후견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일부 복지사는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네다섯 개 개통해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장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더라도 보호종료로 시설에서 퇴소하면 후견인도 사라진다. 민법상 성인이 되는 만 19세까지 법정 대리인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배광열 공익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국내에서 후견 사건은 대부분 성년 후견에 집중돼 있고 미성년자 후견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동은 아무래도 책임감에 대한 부담으로 위탁 가정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후견인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아직 제도화조차 되지 않아 이를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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