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품어온 ‘나눔의리’ 같이 굶으면서 나누으리~

[인터뷰] 월드비전 홍보대사 김보성 단숨에 전국구 스타가 됐다. 그리고 이젠 세계무대로 눈을 돌린다. 지구 반대편, 굶주림에 신음하는 아프리카다. 지난 14일 여의도 월드비전 본부에서 만난 배우 김보성(48·사진)씨 얘기다. 김씨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의리’가 위로가 되는 것 같다”며 때아닌 의리 열풍을 설명했다. 20여년을 숙성시킨 김보성식 ‘의리’는 무엇일까. 월드비전 홍보대사로서 다지는 각오 속에 그 답이 있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의리’란 뭔가. “세 단계가 있다. 첫째는 우정이다. 근데 이게 쉽게 변질된다. 의리 때문에 범죄를 돕기도 하고, 룰(rule)을 어기기도 한다. 그래서 정의감이 필요하다. 이게 둘째다. 정의감을 기초로 한 의리는 바른 사회를 만든다. 자연스럽게 궁극의 의리로 발전하는데, 바로 최고 단계인 ‘나눔 의리’다. 나누는 마음이 커지면 사회의 잡음이 줄고 화합을 이룰 수 있다. 각자의 삶을 지키기도 벅찬 시대라 이런 마음을 갖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꼭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김보성씨는 복지 관련 단체 20여곳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며 나눔 의리를 실천해왔다. 최근 세월호 사건 때는 대출을 받아 기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를 맡은 것도 그 때문인가. “맞다. 나눔 의리를 실천하는 건 오랜 세월 가슴 속에 품은 사명이다. 월드비전은 이를 더 넓고 깊게 실천할 수 있는 창구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사람들이 그 환경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를 열정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기아체험이 좋은 예다. 홍보대사 위촉 후 몇 번 활동을 함께 하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진짜 ‘동반자’를 만난 느낌이다.” ―오는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⑦·끝 “가족 회복 공들이지 않고 신고 처리 급급한 한국… 40년 전 미국 보는 듯”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7·끝)미국의 사례로 살펴본 우리나라 아동보호 체계 개선 방향- 원혜연 한국심리극·예술치료연구소 소장 인터뷰  더나은미래는 지난 4월부터 ‘아동보호 예방 체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51곳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 300여명이 아동보호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현 시스템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아동보호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0년 전,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했던 미국은 어떨까. 1974년 미국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을 당시, 미국 또한 우리나라처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현장 조사와 상담을 함께 해왔다고 한다. 이 방식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차츰 지금의 아동보호 체계로 자리 잡았다. 숭실대 사회복지학 석사, 미국 뉴욕대 연극 치료 석사를 전공한 후, ‘뉴욕아동센터’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에서 사회복지사로 5년간 근무한 원혜연(43) 현 한국심리극·예술치료연구소 소장을 만나 우리보다 앞서 같은 고민을 거쳐 간 미국의 아동보호 체계를 물었다.(‘뉴욕아동센터’는 1953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으로, 아동학대, 우울증, 약물중독 등에 대해 아동과 청소년 및 가족에게 심리치료, 약물검사 및 예방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기관이다. 뉴욕시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편집자 ―미국의 ‘아동보호 체계’가 궁금하다. 어떤 구조로 아동학대 보호 및 사후 대처가 이뤄지나. “‘국가가 하는 역할’과 ‘민간기관이 하는 역할’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모든 아동학대 신고는 각 주·도시에 위치한 아동학대 관련 공공기관인 ‘아동보호국’(CPS·Child Protective Services)으로 보내진다. 아동보호국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학대인지 아닌지, 예방조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가해자로부터 시급히 아동을 분리해야 하거나 가해자

비영리 단체의 잠재력은 무궁무진… 영리와 만나면 깨어나

‘SVP 서울’ 방문한 폴 슈메이커 서로 요구에 맞는 비영리·영리 단체 연결 유통에 어려움 겪던 ‘아이랩스’ 전문가와 연결하니 매출 3배 늘어 매년 소셜벤처·비영리단체에 조건 없이 투자하고, 조직경영·마케팅·IT·인사관리 등 무료 컨설팅을 진행하는 전문가 그룹이 있다. 세계적인 벤처 자선기관 ‘소셜벤처파트너스(Social Venture Partners·이하 SVP)’의 파트너들이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 전(前)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 모두 SVP 파트너다. 이렇게 활동 중인 전 세계 파트너만 3000여명에 달한다. 설립 2년 차를 맞은 ‘SVP 서울’을 축하 방문한 폴 슈메이커(Paul Shoemaker ·사진) SVP 인터내셔널 이사를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영리 50인’으로 꼽히기도 한 그는 15년간 마이크로소프트, 네슬레 등 영리 기업에서 마케팅·비즈니스를 총괄하다가 1998년 미국 시애틀에 SVP를 창립, 15년간 이끌어왔다. 폴 슈메이커는 자신을 “영리와 비영리를 연결하는 매치메이커(Match Maker·중매인)”라고 소개했다. ―소셜벤처파트너스(SVP)를 창립한 계기가 궁금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총괄 매니저로 일할 때 ‘트리피플(Treepeople)’ ‘시애틀 아동연합’ 등 비영리단체들의 비즈니스 전략 자문에 응할 기회가 있었다. 비영리단체가 가진 아이디어와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조직 경영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리 쪽에서 쌓아온 사업 전략, 조직 경영, 예산 실행 등의 노하우가 비영리단체에 접목됐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경험하고부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당시 내 주위엔 누군가에게 재정적·기술적인 도움을 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SVP는 재원과 기술이 있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파트너로 영입했나. “매년 최소 5000달러(약 500만원) 이상 SVP에 투자하면 누구나 파트너가

휴대폰 활용해 우간다 청년들 의견 담으니 정책과 사회가 바뀌었다

유니세프 이노베이션 센터 소장 샤라드 사프라 지난 20년 많은 NGO서 자금 쏟았지만 효과 미비 우간다 청년들 의견 내는 ‘유 리포트’가 대표적 혁신 사례 바나나 전염병 지역 맵 만들어 3800억원 수출 손실 막기도 “지역·주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가 당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요?” 1만6803명의 우간다 청년들로부터 SMS(문자메시지) 응답이 모였다. IBM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즉각적으로 결과를 취합했다.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대답이 50%에 이르렀다. 우간다 지도 위, 메시지가 도착한 지역과 응답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이 칠해졌다. 5일 후, 또 다른 질문이 26만명의 휴대폰으로 전송됐다. “지역정부가 교육 서비스를 좀 더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곧 주관식 답 6600개가 모였다. 반복적으로 응답한 단어가 크게 표시되는 ‘단어 맵’이 그려졌다. “더 많은 학교가 필요하다” “격려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답들에 힘이 실렸다. 언론사의 선거용 설문조사 이야기가 아니다. 우간다에서 일상적으로 오가는, 문자메시지 기반 청년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유 리포트(U-Report)’ 이야기다(‘U-Report’에서 오가는 설문 내용과 결과는 http://www.ureport.ug/ 에서 확인 가능하다). ‘유 리포트(U-Report)’가 만들어진 건 2011년. 유니세프 우간다 국가사무소에 ‘이노베이션 랩(Innovation Lab·혁신연구소)’에서였다. 유니세프는 지난 2009년 사상 최초의 혁신연구소를 우간다에 만들었다. 당시 우간다 사무소 소장이었던 샤라드 사프라(Sharad Sapra·사진) 박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년간, 많은 국제기구, NGO에서 개발 분야에 엄청난 자금을 들이부었습니다. 실제 바뀐 부분도 많죠. 그런데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은 겁니다. 유니세프 내부에서도, 지금까지 ‘많은’ 아이에게

“멘토와 진로일기 쓰며 내일의 정비사 꿈 키워가요”

영 엔지니어링 드림 프로젝트 교육생 인터뷰 “처음에는 막연히 ‘자동차를 수리해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8개월간 멘토링과 직장 체험 수업을 받으며 정비뿐만 아니라 서류작성이나 고객관리 등 정비사가 해야 할 일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미래의 내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매일 밤늦게 자동차 TV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정비사의 꿈을 키우던 한상원(신진자동차고교·16·사진 왼쪽에서 넷째)군. 남들보다 빨리 자립해 어엿한 자동차정비소 센터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하면 좋은 정비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등 진로 고민이 쌓여갔다. 주변의 조언을 구하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봤지만, 가려움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그랬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작년 11월 BMW미래재단의 ‘영 엔지니어링 드림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 한군도 매달 1회 서울 교대역의 BMW 코오롱모터스 교대서비스센터를 방문해 김도영 마스터 테크니션(master technician)을 만나고 있다. “멘토 선생님과 함께 매달 진로일기를 쓰면서 어떤 자격증을 따면 도움이 될지 상의하고, 가끔 학교에서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을 여쭤보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BMW 자동차를 살펴보면서 정비 과정을 배우기도 했다. 자동차정비소 센터장이 되겠다는 포부도 더욱 발전했다. ‘자동차 분야를 전공한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는 내용을 진로 일기에 추가한 것. “BMW 멘토 선생님들처럼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자동차 꿈나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특별 기고] “20년 전 처음 방문한 아프리카… 그곳에서 죽어가던 아이들이 내 삶을 바꿨죠”

김혜자 월드비전 친선대사 아프리카 방문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2012년 말 황열병 주사를 다시 맞기 위해 병원에 다녀온 후다. 잠시 휴식을 위해, 그리고 호기심에 찾았던 아프리카. 그 여정이 내 삶을 이렇게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채, 파리를 쫓을 힘조차 없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아이들. 그런 자녀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엄마의 슬픈 얼굴. 그저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을 기대하며 방문한 땅에선, 상상조차 못했던 장면들이 펼쳐졌다.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후, 아무런 죄 없이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운명 속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더러운 물 때문에 목숨을 잃는 그 아이들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월드비전과 함께 이 아이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나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따뜻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배고프고 아픈 아이들을 돕기 위해 작은 동전들을 모아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바로 월드비전 ‘사랑의 빵’ 캠페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전 세계로 나누기 위해 동전을 모으는 캠페인이었다. ‘사랑의 빵’ 캠페인을 시작으로, 한국월드비전은 가난한 이웃들을 전 세계에서 넷째로 많이 돕는 모금단체로 성장했다. 아무 조건 없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53만명의 월드비전 후원자분들이 함께한 덕분이다. 이렇게 이웃을 돕는 기쁨을 소중히 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많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월드비전은 더

외로운 바둑의 길… 후배들이 재능기부로 세상과 함께했으면

바둑기사들의 재능기부 ‘다면기’ 참가… 바둑 국가대표 감독 유창혁 ‘프로바둑 기사와 마주 앉을 기회.’ 바둑 애호가들에게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다. 이를 통해 좋은 일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오는 15일 서울 왕십리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개최되는 프로바둑 기사들의 ‘다면기’ 행사는 그런 취지로 마련됐다. ‘다면기’는 프로바둑 기사 한 명과 2인 이상의 바둑 애호가들이 대국을 벌이는 것.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이하 세스넷)가 주관하고, KB국민은행·외환은행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엔 조훈현·유창혁·양재호 등 국내를 대표하는 프로기사 50명이 재능기부로 나서며, 100여명의 아마추어 바둑인들도 동참한다. 행사 참가비(1인 10만원)와 기업 후원금, 바둑기사들의 소장품 경매 수익 등은 모두 사회적기업 육성과 취약계층 지원사업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지난 3일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달성자(4대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현 바둑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유창혁(48·사진) 9단을 만나 이번 행사의 의미를 물었다. ―프로바둑 기사들의 재능기부 활동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2009년 ‘세스넷’이란 곳을 알게 되면서 첫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 세 번째다. 바둑기사들은 바둑문화 보급과 사회공헌 차원에서 갖가지 봉사에 참가하는데, 대부분 개인적인 활동이고 일회성에 그쳤다. 바둑이 개인적인 경기다 보니 개인 성적이 우선시되고 단합은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 바둑은 지금 변화를 필요로 한다. 중국에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위협받으며, 1000만명에 육박했던 바둑 인구가 절반으로 줄 만큼 관심도 떨어졌다. 이 행사는 개인이 아닌 단체의 자격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기회라는 점이 특별하다.” ―행사 수익금을 사회적기업에 지원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몇 차례 기부나 자선활동을 했었지만 늘

세계 3만5000㎞ 달려… 사회적기업의 희망을 만나다

임팩트 투자 전문가·인권 변호사 부부 1년간 만난 세계 20개국의 사회적기업가 100명 “기업 생태계, 나라마다 달랐지만 ‘개인적 동기’ 모두 가지고 있어 케냐의 공정거래·남아공 무료 대학… 지원 많아진 것에서 가능성 찾았죠” 1년 동안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3만5000㎞를 돌며 세계 20개국 사회적기업가 100명을 만난 부부가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을 돕는 ‘임팩트 투자(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를 고려해 투자)’ 전문가 스티븐 리(Steven Lee·37)씨와 유엔난민기구(UNHCR) 인권변호사 머라이어(Marije Mellegers·34)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 4월 28일 동해항에서 시작한 여정은 러시아, 몽골을 거쳐 아프리카 최남단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마무리됐다. 1t짜리 트럭 지붕을 개조해 텐트를 부착하고, 비포장 도로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바퀴를 장착했다. 대부분의 숙박 일정은 오토캠핑장 혹은 자연 속.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금융공사(IFC) 등 국제기구나 각 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협회의 추천을 받아 방문할 곳을 선정했고, 인터뷰한 사회적 기업가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막론하고 흔히 찾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 모델은 ‘재활용 가게’였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나라마다 달랐다. 아랍권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겐 일보단 돈을 주는 것이 낫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고, 중앙아시아 국가 상당수는 독재 정치에 익숙해진 탓인지 ‘사회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답을 못하곤 했다. 케냐는 10년 전부터 이미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나라지만, 장벽은 여전했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팅이 끝나고 사업자금을 찾으라고 하면 아주 쉽게 찾아요. 보조금(grant)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놔도 다시 보조금으로 돌아가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이유다. 사회적기업가 100명에게서 발견된 공통

“나와 비슷한 아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어요”

월드비전 64년… 3명의 시대적 증인 이야기를 듣다 최초의 월드비전 결연 수혜자였어요 미국서 공부할 때 1000달러때문에 도중 하차할 뻔 그때 월드비전이 보내준 1000달러 수표, 평생 빚으로 전쟁의 포성이 울려퍼지던 1950년, 월드비전의 창립자 고(故) 밥 피어스(Bob Pierce) 목사는 종군기자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가혹한 시대, 밥 피어스 목사는 “고독과 절망 속에서 도움을 찾아 창백한 손을 뻗는 전쟁 고아들을 돕겠다”고 결심했다. 월드비전 탄생의 역사적 순간이다. 그 후 64년. 한국은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공여국(供與國)으로 성장했다. 월드비전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후원자도 53만 명을 넘어섰다. 더나은미래는 3명의 시대적 증인을 통해, 월드비전을 통한 나눔의 선순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절박한 삶의 순간마다 함께 해준 월드비전 “1950년대 동두천은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죠. 집들은 미군 부대에서 버린 폐 나무 박스를 부숴서 얼추 형태만 만든 것이었고, 교실이 없어 수십 명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오성삼(68) 인천송도고 교장이 입을 열었다.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장과 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장을 역임한 오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친을 잃은 뒤 안흥보육원에서 생활했다. “제가 최초의 월드비전 결연 수혜자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구스타프 부부라는 분들로부터 노트나 연필 등의 선물과 편지를 받곤 했습니다. 미국 유학 때 상봉을 했는데,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요. 저처럼 그 분들도 제 편지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두셨더군요.” 오 교장은 ‘피어스 장학금’을 받아 대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영양부족으로 늑막염을 앓았을 때는 월드비전 아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직접 체험하는 기회 적은 아이들 책 통해 다양한 세계 접했으면”

강원 명진학교 박홍식 교장 인터뷰 공공도서관 10%만 장애인 자료실 있어 보조기구·점자책·확대독서기 등 설치 지역 장애인 정보 접근권 향상에 도움될 것 시각장애인들의 ‘책 읽을 권리’가 화제다. 작년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채택한 국제조약 때문이다. 이 조약은 시각장애인 등 책을 읽기 힘든 독서 장애인에게 콘텐츠를 다른 형태(점자 등)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현재 미국·EU·중국 등 67개국이 서명을 마쳤다. 반면 국내는 공공 도서관 중 장애인 자료실을 설치한 곳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전국 도서관 장애인 서비스 현황, 2011년). 강원 명진학교가 하트하트재단의 도서관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홍식(43·사진) 교장을 만나 시각장애인 도서관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명진학교는 강원도에서 유일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다. 이번 개선 사업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장애 특성에 맞춘 도서관 환경이다. 저시력 학생 중에는 밝은 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어두워야 집중을 잘하는 친구도 있다. LED 조명으로 바꾸면서 한층 밝아졌고, 조명 밝기도 아이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약 5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천장에 일부 포함된 석면도 제거했다. 서가 배치도 문제였다. 도서관 중앙에 있던 책꽂이들이 벽을 따라 재정비되면서 이제 부딪치거나 넘어질 위험도 사라졌다. 9000여권의 책도 분류와 상관없이 꽂혀 있었는데, 정리 정돈도 새롭게 했다. 특히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을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주도적인 독서가 가능해질 것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다면 학교에 직접

협동조합들을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

문철상 신용협동조합 중앙회장 “르네상스(Renaissance)는 부활을 의미하죠. 전 신협운동의 르네상스를 꿈꿉니다.” 지난 3월 선임된 문철상(63·사진) 신용협동조합 중앙회 신임 회장.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접한 신협에 “인생을 걸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이후 33년간 전북 군산의 대건신협, 반석신협, 오룡신협, 월명신협 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국내를 대표하는 신협 운동가로 우뚝 섰다. 지난 17일 만난 문 회장에게서 협동조합 시대를 맞은 신협의 역할과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신협의 행보가 눈에 띈다. “신협은 순수 민간 주도 활동으로 발전한 국내 협동조합 금융의 효시다. 특히 국내 신협은 아시아신협연합회(ACCU)의 창립 멤버이며,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Ramon Magsaysay Award)’을 받았을 정도로 국제적인 인정도 받아 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성장 우선과 효율 제일주의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협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강원도 원주에 노인 빈곤 문제가 있었다. 원주의 밝음신협 직원들이 “폐지 수거를 하시면 고물상의 두 배 가격을 드리겠다”고 독려하자 원주 어르신들 사이에서 폐지 줍기 붐이 일었다. 원주 시장은 이를 쓰레기 줍는 활동으로 확대해 다른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이게 지금의 원주 ‘노인생활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들을 끌어주는 협동조합. 그게 신협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법·제도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신협은 1972년 법이 제정될 당시의 개념이 그대로인 게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게 ‘공동유대구역'(이 안에 거주하는 주민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범위다. 새마을금고는 이 범위가 광역 단위지만, 신협은

[Cover Story] 신부가 미사나 보지 사회 활동 왜 하냐고? 지역 사회의 환풍기 역할 때론 성당 짓기보다 더 중요

Cover Story 20년간 환경·교육공동체 운동한 정홍규 신부 환경·생태 운동이란 말만 들어도‘빨갱이’란 말을 듣던 1990년. 정홍규(60) 신부는 성당 밖으로 나왔다. 지구의 날(4월 22일), 천주교 월배교회 신자 500여명과 환경을 살리겠다며‘푸른 평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평화 운동’이라 하자니 너무 종교적이었고, 녹색보단‘푸른’지구가 좋았다.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은 독특했다. 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이터졌을땐,‘ 폐식용유로만든비누’를 히트시켰다. 합성세제를 쓰지 말자는 뜻이었다. 처음엔 공짜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돈 내고 가져가시라”그랬다. 미용실에서도 비누로 머리를 감길 정도였다. 지금은 수제 비누 만들기가 일상적인 취미로 자리 잡았지만, 그땐 신기한 풍경이었다. “신부가 성당 미사나 지낼 것이지, 사회문제에 관심은 왜?”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신자들도 어리둥절했다. 정 신부는“종교란 성당을 더 짓기보단 지역사회의 ‘환풍기’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이 사회에서 해야 할 몫이‘소통’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했다. 환경 다음 단계는‘먹거리’였다.‘ 우리밀 살리기’‘유기농산물 직거래’를 외쳤다. 20년 전 얘기다. 환경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수입밀·제초제 문제를 좌시할 수 없었다. 정 신부는 93년 대구시 달서구 상인성당 옆에 10평짜리 작은 매장을 열었다. 신자들 중심으로 100명이 알음알음 조합원 역할을 했다. 출자금 개념도 없었다. 우유팩 모아서 재생 휴지도 만들고, 기금을 내면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를 주는 등 물물교환 수준이었다. 성당 마당이 직거래 장터가 됐다. 배추도, 쌀도, 감자도 팔았다. 아이들 먹거리에 관심이 있던 주부 신자들이 주축이었다. 핵심은 지역 농산물을 지역 사람이 살린다는 것. 로컬푸드(local food) 거래를 원칙으로, 대구·경북 지역 생산자를 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