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단한 학생의 짐 나눠 드는 게 ‘장학’…한 인생 바꾸고 나라도 바꿀 수 있는 일

[인터뷰]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신임 이사장 “교수 시절, 학기 말이 되면 학생들과 장학금 문제로 면담을 했습니다. 가정 형편 조사도 하고 이런저런 상담도 했죠. 어려운 학생이 너무 많았습니다. 어떤 학생은 일주일에 ‘알바’를 수십 시간씩 한다더군요. 그런데도 성적은 ‘올 A’였어요. ‘대체 언제 공부를 하느냐?’ ‘그게 가능하냐?’ 대견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재차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 강단을 떠난 지 3년이 넘었지만, 이정우(68)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어제 일처럼 제자들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그는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38년을 보낸 뒤 2015년 은퇴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실장(2003),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2004~2005), 대통령 정책특보(2004~2006) 등의 중책을 맡아 잠시 학교를 떠나 있던 때를 제외하고는 늘 학생들과 함께였다.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 10일, 재단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국가장학금 4조원, 학자금 대출 2조원 등 연간 6조원을 움직이는 준정부기관의 수장으로 돌아온 이정우 이사장은 “30년 전 부교수 시절부터 장학금 제도에 대해 관심이 컸고, 잘못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 장학금 제도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재정비할 기회를 얻게 돼 열의에 불타고 있다”며 웃었다.   ◇성적순에서 형편순으로…교수 시절 학부 내 장학금 제도 고쳐 ―대학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맞는 얘깁니다(웃음). ‘불평등의 경제학’이란 과목으로 수업했는데, 330명 들어가는 가장 큰 강의실이 늘 꽉 찼습니다. 인기 비결을 꼽자면 ‘잡담’이죠. 절반이 영화·소설 이야기, 젊었을 때의 경험담, 청와대 시절 이야기 등이었죠. 재미있는 건 학생들이

“연대책임·과열 취재로 두 번 상처받는 수용자 가족… 韓·日 함께 해법 찾아요”

수용자 가족 지원하는 일본 NPO ‘월드오픈하트’ 아베 교코 이사장 인터뷰 수용자(범죄로 인해 교도소에서 지내는 사람) 가족에 대한 지원이 사각지대에 있다. 수용자 가족 지원을 명문화한 미국, 민간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한 유럽 등과 달리 국내 5만4000명 수용자 자녀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사법체계와 복지체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나은미래는 ‘2018 신(新)복지 사각지대’ 시리즈를 연재하며 수용자 자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도하기도 했다.〈더나은미래 5월 29일자 E6면〉 이웃 나라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 최초로 수용자 자녀와 가정을 지원한 비영리단체 ‘월드오픈하트(World Open Heart·WOH)’를 설립한 아베 교코(40) 이사장을 지난 4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의 수용자 자녀 지원 단체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 주최한 ‘한·일 수감자 자녀 양육 지원 사례 경험 세미나’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일본에서도 ‘가해자 가족’은 사각지대 “10년 전엔 가해자 가족을 돕는 조직도 없었고, 사회적인 인식도 부재했습니다. 사회에선 ‘살인자 가족’ ‘범죄자 가족’이라 불렸고, 매스컴에도 ‘살인자의 가족이 자살했다’는 기사만 떴어요. 여기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센다이시(市)에서 ‘가해자 가족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 모임이 우연히 지역 온라인 신문에 소개됐는데, 다음 날 일본 전역의 가해자 가족으로부터 전화가 쏟아졌어요. 그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 몸소 깨닫고 단체를 만들게 됐습니다.” 아베 이사장은 2008년 월드오픈하트를 설립해 24시간 전화 상담(핫라인), 변호사 지원, 가해자 가족 모임 운영, 일자리 지원 등의 활동을 하며 가해자 가족을 도왔다. 올해로 만 10년, 그간 1000여 가정이 단체를 거쳐 갔다. “개인의 범죄를

“컨트롤타워 ‘공익위원회’ 있어야, 비영리단체 목소리 정책에 반영될 것”

162조2000억원. 정부의 내년도 보건복지, 일자리 예산안 규모다. 12개 분야 중 최대 규모다. 그러나 역대 최대치 예산 편성임에도 비영리 현장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비영리 활동가들은 “복지나 일자리 예산이 역대 최대치로 늘어나도 비영리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경제나 중소기업 보다 훨씬 적은 게 현실”이라면서 “특히 올해 초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인재육성 방안 등 사회적경제 쪽은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비영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영리단체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인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는다. 비영리단체들을 관리 감독하고 지원하는 주무 관청이 제각각이라 단체의 목소리를 모아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비영리 분야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공익위원회’ 설치를 국정 과제로 공표하고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법무부에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법률안 마련 작업을 진행했다. ‘공익 법인 총괄 기구 설치에 관한 TF’ 위원으로 참여한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10일 만나 공익위원회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물었다. ―공익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구성되나. “공익위원회는 비영리 섹터의 컨트롤타워다. 그동안 단체의 주요 목적 사업 성격에 따라 단체 설립 허가와 지원, 관리 감독을 받는 주무 관청이 달랐다. 공익위원회가 생기면 공익 법인에 한해 관리 감독 및 지원이 위원회라는 한 채널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정치적 독립성은 물론 행정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범부처적 성격과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익위원회는 총리실 산하 별도 부처로 조직, 위원장 포함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것이다. 실무진 구성은 아직 논의 중이다.” ―별도의 공익위원회가

“환경·보건 등 ‘사회비용’ 수치화… 정책 이정표 역할 기대”

홍종호 서울대 교수 인터뷰 미세먼지, 층간 소음, 우울증, 자살…. 2018년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로 개인과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비용’은 얼마나 될까. 국내에서 최근 환경·보건 분야의 사회문제들의 사회비용을 총괄 조사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그동안 개별 사회비용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이를 한데 모아 정리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연구는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가 후원하고 사회성과보상사업 운영 기관인 팬임팩트코리아의 주관으로,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지난 6~8월 진행했다. 연구 책임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경제학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미세먼지,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구는 환경과 보건 분야 사회문제 중에서 ▲대기 ▲폐기물 ▲물 ▲소음 (이상 환경) ▲중독 및 정신건강 ▲비전염성 질병 ▲보건 서비스 ▲기타 질환(이상 보건) 등의 사회비용 자료를 취합해 정리했다.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성과보상사업(SIB) 등 공공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의 관심 분야를 설문했고, 정부 대책을 참고해 우울증, 층간 소음 등 최근 화두인 사회문제도 더했다. 홍종호 교수는 “설문 결과 공무원들은 공공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효과성을 검토하는 데 사회비용 자료를 활용하고 있었다”며 “눈에 보이는 수치가 있으면 공무원들이 달성할 정책적 목표가 분명해지고, 예방적 정책을 써서 사전에 사회문제에 따른 비용을 줄이도록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사회문제가 발생시키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환경 분야는 보통 사람들이 특정 문제로 인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지불하겠다고 응답한 금액(지불 의사액)에서 이를 추정한다. 연구 결과 자동차 배출 가스(CO, NOx, SOx, VOC, PM2.5)는 5개 오염 물질이 골고루 10%씩 줄었을 때, 사회 전체에 1682억원의 편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1g을 줄이는 데 지불 의사액이 781.31원에 달했다. 현재 조기 폐차 대상인 2002년식 소형 경유차가 하루에 내뿜는 초미세먼지의 양이 4g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우리 옆집 난민 ②] “고국땅에서 못 이룬 법학 교수 꿈, 한국에서 이루고 싶습니다”

마퓨타 피오피오 프레디(45)는 경계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기자가 악수를 청하자,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레 손을 잡았다. “그동안 기자들을 여럿 만났는데, 다들 심문하듯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다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난민이다. 고향땅 콩고민주공화국을 떠나 한국에 온 건 2006년. 콩고 최고 명문인 킨샤사대 법학과 2학년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당시 콩고는 정치적으로 혼란기였어요. 지식인으로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그는 장기 집권 세력에 반대하던 콩고자유운동(MLC)에 가담했다가 쫓기는 신세가 됐다. 법학 교수를 꿈꾸며 착실히 공부하던 모범생이 하루아침에 정치범이 된 것이다. 기약 없이 숨어지내던 그는 결국 고국을 떠나기로 했다. “한국으로 가겠다고 선택한 게 아니었습니다. 주선자가 건네준 비행기표의 목적지가 한국이었을 뿐이죠.” 바다 건너 낯선 땅에 오니,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법학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난민 신청자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저 하루빨리 난민으로 인정받기를 기도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당장 먹고사는 것도 문제였다. 어릴 적부터 그냥저냥 연주해온 젬베(아프리카 전통 타악기)가 밥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공연팀을 만들었다. 대학 축제 등을 돌며 젬베 연주를 했다. 난민지원 비영리단체 ‘피난처’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피난처가 없었다면,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난민에게 무엇보다 힘이 되고 필요한 존재가 바로 ‘피난처’ 같은 비영리단체들”이라고 말했다. 12년을 기다린 끝에 그는 지난 2월 13일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잠시 먼

“제 얘기 들어보실래요?”…3인3색 장애인 유튜버

1인 미디어 전성시대,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Youtube creator·유튜브에 직접 만들거나 출연한 영상을 올리는 창작자)’에 도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다. 다른 유튜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독특한 취미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자신들만의 특별한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는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3인을 소개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이야기’, ‘경산시청, 휠체어 경사로를 철거하라고?’, ‘장애인한테 이런 것 좀 하지마!’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김지우)이 만든 콘텐츠들이다. 구독자 수 2만9000여명, 인기 영상 조회 수는 10만이 넘는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생각을 밝힌다. 휠체어 경사로를 철거하라는 지자체의 부당한 지시를 비판하고, 장애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굴러라 구르님은 지난해 2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 활동을 시작했다. 뇌성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지만, 자신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고생”이라 소개한다. 이름도 휠체어가 굴러가는 모습을 빗대 ‘구르님’이라 지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에 수많은 장애인이 있지만,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어렵고 TV에 출연하는 것도 보기 어렵다”며 “나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지만,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굴러라 구르님의 유튜브 영상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유튜버 ‘브래드박(Bread Park)’의 주요 콘텐츠는 ‘BB탄총’으로 불리는 ‘에어 소프트건’ 리뷰 영상이다. 전문가 못지않은 전문 용어,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제품의 부품 하나하나를 살펴 시청자들에게 설명한다. 다양한 BB탄총을 시연하는 그는 놀랍게도 1급 시각장애인이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갑작스럽게 시력을 상실했다”는

아동 보호 최전선의 상담원들 폭염 속 길거리에 나선 까닭은?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에게 들어본 ‘릴레이 1인 시위’ 배경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아동 보호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상담원들이 거리에 섰다. 뙤약볕 아래 몸을 곧게 세우고 팻말을 들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의 직원들이다. 아보전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번 시위는 2001년 아보전 출범 이후 첫 집단행동이다. 이들은 왜 현장이 아닌 광장에 나오게 됐을까. 장화정(54)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을 만나 40일간의 투쟁을 되돌아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동 학대는 계속되고 있다”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판단했어요. 수많은 아이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전국의 아동 학대 사건을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고, 수많은 회의 끝에 시민들 앞에 섰습니다.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릴레이 1인 시위밖에 없었어요. 우리가 모두 거리로 나와버리면 아이들은 어떡합니까?” 장화정 관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보전은 학대 아동을 발견하고 치료·예방 사업을 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전국에 배치된 62곳 상담원 715명이 지자체 226곳을 맡는다. 지난해 아동 학대 신고는 3만4185건으로, 5년 전보다 3배가량 늘었다. 장 관장은 “상담원들이 24시간 당직 근무 체제로 일해도 쏟아지는 신고 건수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상담원 한 명이 연 50건 가까이 담당하는 이런 위태로운 구조를 국민에게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시위 시작과 동시에 진행한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6만5060명이 동참했다. “청와대가 답변 의무를 갖는 20만명이 넘었으면 좋았겠지만, 6만명도 정말 많은 숫자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111년

[우리 옆집 난민 ①] “자유 찾아 한국 온지 3년…태극마크 달고 세계 챔프 되는 게 꿈”

[우리 옆집 난민 ①] 카메룬서 온 ‘난민 복서’ 길태산 855명. 난민법이 마련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의 숫자다. ‘난민’이라고 불리는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고향이 있다. 다만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뿐이다. 더나은미래는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난민들을 만나 보는 ‘우리 옆집 난민’ 시리즈를 연재한다. 다를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총 5회 연재하며 1회는 지면에, 나머지는 더나은미래 홈페이지에 싣는다. -편집자 주 한국 프로 복싱 수퍼미들급 챔피언 길태산(31). 본명은 장 두란델 에투빌, 카메룬 출신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 주관 수퍼미들급(76.19㎏ 이하) 한국 타이틀 매치에서 이준용(27) 선수를 6라운드 TKO로 꺾고 챔프 자리에 올랐다. 올해로 한국 생활 4년 차인 길태산 선수를 지난 16일 천안 돌주먹복싱체육관에서 만났다. 서툰 한국어 탓에 인터뷰는 프랑스어로 진행됐다. ◇한국에서 얻은 것은 ‘자유’ 그리고 새로운 ‘가족’ “자유(la liberté)! 난 이제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평온합니다.” 길태산 선수가 두 팔을 양옆으로 펼치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고국인 카메룬에서는 군 소속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카메룬은 폴 비야(85)가 36년째 장기 집권하는 독재국가다. “카메룬에서의 생활은 폭력과 가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할 때면 군 당국의 가혹 행위가 이어졌어요. 다쳐도 자비로 치료해야 했고, 월급도 받지 못했습니다. 관리자들이 중간에서 가로챘죠. 반항하면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운동과 장사를 병행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죠.”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수업에 예술 접목했더니 아이들 자신감·창의력 ‘쑥쑥’”…레베카 보일 英 아티스재단 이사장

예술 활동을 통해 수학·과학·영어 등의 교과목을 수업하는 ‘예술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대신 직접 몸을 움직이며 ‘빠름’과 ‘느림’의 개념을 이해하고, 팔다리를 벌려 ‘예각’과 ‘둔각’의 차이를 배운다. 영국 교육회사 ‘아티스 에듀케이션(Artis Education·이하 아티스)’은 200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현지 초등학교 700여곳 50만명의 학생에게 이 같은 예술융합교육을 제공했다. 아티스의 창립자인 레베카 보일(Rebecca Boyle)은 지난해 아티스를 유한회사에서 비영리재단으로 변경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에 아티스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다. 회사 대표였던 그는 현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워크숍 참석차 한국을 찾은 레베카 보일 아티스재단 이사장을 지난 2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국 700여개 초등학교 정규 수업에 아티스의 예술교육 도입 “뛰어난 예술가들을 보면 대부분 어릴 적부터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어요. 그런 경험을 통해 본인의 자질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죠.” 보일 이사장은 미국 예일대에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예술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에서 7년간 무용가, 음악가, 공연 예술가들의 활동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일을 했다. 그는 “IMG에서 여러 예술가와 함께 일하며 어릴 적부터 예술을 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더 많은 아이에게 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어 아티스 에듀케이션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아티스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무용, 음악, 연극을 결합한 예술 활동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교과목에 관한 지식을 익히도록 설계돼 있어요. 예를 들어 과학 교과에 나오는 ‘태양계’를 배운다고 하면, 아이들이

“망하지 않게 돕는 건 답 아냐… 문 닫고, 문 열고 순환하며 생태계는 성장”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1세대 소셜벤처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소셜벤처 및 사회적경제 전반에 자금이 풀리고 있지만, 매출 100억원에 육박한 ‘마리몬드’를 제외하면 현장에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250여 개 소셜벤처가 모인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에서 소셜벤처를 육성하고 투자하는 도현명(35·사진) 임팩트스퀘어 대표에게 최근 생태계 동향을 물었다. ―현재 소셜벤처 생태계 동향은 어떤가. 폐업하는 1세대들이 점점 나오고 있는데. “초기 기업 가운데 없어지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망해서’라기보다는 ‘더 잘 될 가능성이 없어서’ 그만두거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 같다. 사실 소셜벤처는 그나마 나은 경우고, 인증 사회적기업의 경우는 재무적으로 심각한 곳도 많다. 소셜벤처 생태계에는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꽤 있지만 두각을 드러낼 만큼 잘하는 곳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생태계 자체가 대부분 10억~20억원까진 성장하지만, 충분히 더 큰 규모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소셜벤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면? “대표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가 어설픈 칭찬만 하고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주진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자금이 부족하거나 사업 타이밍이 좋지 않은 등 사실 성공하지 못할 이유는 많다. ‘모든 기업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부 지원이나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등이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반대로 사업에 대한 판단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1~2년 안에 그만둘 수 있도록 자금이 작용해야 하는데 그만둘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곳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적절한 타이밍에 망해야 새로운 도전을

“현장의 창의성·자율성 보장돼야 사회적경제 활성화”…중간지원조직 6곳 인터뷰

중간지원조직에 묻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다.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를 일으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정부와 시민을 연결하는 곳을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한다. 중간지원조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현장을 지원하면서도, 공공의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행정 전달 체계 역할을 한다. 사회적경제 현장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경제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더나은미래는 중간지원조직 6곳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1세대 지원조직 중에서는 함께일하는재단과 사회적기업연구원 등 2곳이, 2018년 권역별 통합지원기관 중에서는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경남),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제주), 지역과소셜비즈(경북), 커뮤니티와경제(대구) 등 4곳이 인터뷰에 응했다. ◇여전한 명령 하달식 구조… 1년 단위 계약, 실적 압박 중간지원조직들은 ‘정부 주도의 사회적경제 전달 체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현재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은 부처별로 나뉘어 설치돼 있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권역별 통합지원기관을, 행정안전부는 마을기업지원기관을, 보건복지부는 자활기업을 지원하는 자활센터 등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경우 고용부 산하에 사회적기업 인증과 육성사업 등을 담당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있고, 전국 17개 권역별로 통합지원기관이 선정돼 운영된다. 여기에 각 지자체가 조례로 설치하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도 중간지원조직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현장은 현 체계를 ‘명령 하달식의 비효율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지영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은 “정부가 ‘사회적기업 1000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 사회적기업진흥원은 ‘창업팀 30개를 육성하라’는 식으로 중간지원조직에 실적을 요구한다”며 “행정상 요구하는 자료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연

“세상 모든 어린이가 웃는 그날을 노래합니다”…컴패션밴드 5인 인터뷰

한국컴패션 ‘컴패션밴드’ 지난달 15일, 서울 한남동 한국컴패션 사옥. 매주 일요일 6시 열리는 ‘컴패션밴드’ 연습을 앞두고 리더 심태윤(42·가수)씨와 장민호(41·트로트가수), 장혜림(32·안무가), 이동준(37)·차영혜(33·이상 음악가)씨 등 정예 멤버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모여 결성한 컴패션밴드는 공연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이 후원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2006년 배우 차인표씨가 지인 5명과 꾸린 게 컴패션밴드의 시작이었다. 현재 방송인 송은이·가수 황보· 제아(브라운아이드걸스)·손진영 등 40여명이 멤버로 활동 중이다.   ◇음악과 춤으로 ‘나눔’을 전하다 컴패션밴드는 지난 12년간 전국에서 500회 이상의 무료공연을 열었고, 이를 통해 3만2000여명의 아동이 후원자를 만나도록 도왔다. 멤버들은 모두 한국컴패션의 ‘애드보킷(advocate·옹호자)’이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전세계 아이들을 돕는 한국컴패션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옹호하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후원자다. 멤버들은 공연 기획부터 출연, 진행까지 100% 재능기부로 참여한다.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공연에 선보일 노래와 안무를 만들고 연습한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엔 멤버들의 자작곡을 모아 앨범도 발매했다. “콘서트를 앞둔 때는 공연 준비를 하고, 공연이 없을 때는 필리핀 등 현지의 컴패션센터로 아이들을 만나러 갔을 때 들려줄 노래들을 연습합니다. 멤버 모두 웬만하면 주말엔 스케줄을 비워놓고 컴패션을 1순위에 두고 활동합니다. 마치 선교단체처럼 활동하고 있어요(웃음).” (심태윤)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엄마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장민호씨는 컴패션밴드 콘서트 때마다 20~30명씩 팬을 초대한다. 장씨는 “콘서트를 본 팬들이 아동 결연을 시작하고 팬미팅 때에도 기부함을 만들어 한국컴패션에 기부하고 있다”며 “우리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영향을 받고, 그런 선한 영향력이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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