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이 나라마다 뜨거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월드컵 16강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마지막 자존심을 살린 한국 축구 대표팀 덕분에 국내에서도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매 대회마다 스포츠 정신으로 주목받는 축구선수들, 그중에서도 유독 나눔에 앞장서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더나은미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맞이해, 국내외 대표 축구선수들의 나눔 행보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기부 왕’. ‘축구의 신’, ‘주급 6억5000만원의 사나이’로 불리는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 레알 마드리드)의 또 하나의 별명이다. 축구선수 중 가장 많은 기부를 한 그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두섬싱’(DoSomething.org)에서 발표한 세계 스포츠선수 기부 랭킹에서 2015과 2016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아동의 안전과 건강에 관심이 많아,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면서 세 기구에 정기적으로 기부해왔다. 2014년 선천적 뇌질환을 앓고 있는 스페인 소년에게 검사와 수술비 1억633만원 가량을 지원하고, 이듬해에는 소말리아 빈곤 아동을 위해 2600만 달러(325억 원)를 흔쾌히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칠레 산티아고에 어린이병원을 2020년 내에 짓기 위해 이탈리아 사업가 알렉산드로 프로토와 함께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호날두와 리오날 메시의 뒤를 이을 차세대 축구스타 모하메드 살라(26, 리버풀)의 선행도 눈에 띈다. 살라는 지난 시즌(2017-2018)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리버풀에서 32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주급 9만 파운드(약 1억 3726만 원)을 벌어들인 선수다. 지난 4월 영국 일간지 ‘더 선’은 “살라가 고향인 이집트 나그리그 지역에 첫 구급차를 구매하는 데 자금을 대고 도움이 필요한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고가의 의료 장비 또한 구입했다”면서 “그는 나그리그 지역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약 6384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진출을 일궈낸 뒤 보너스로 받은 호화 별장도 고향에 기부했으며, 청소년 센터, 학교, 의료 센터 건설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세워 미래 축구스타 발굴하고,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을
한국의 대표적인 축구선수인 홍명보(48)는 지난 1997년 5억원을 출연해 ‘홍명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실하게 운동하는 중고교 축구선수들을 선발해, 장학금과 수비수 전문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매년 전국 초중고교 축구선수들에게 장학금과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축구용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엔 139명, 지난해엔 126명의 축구 장학생들이 각각 1억여원의 장학금 및 축구용품 등을 지원받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엔 자선 축구경기를 개최해 소아암 어린이,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에게 치료비와 장학 및 생활비를 전하기도 한다. 2003년 시작한 자선 축구경기는 매년 구자철, 지동원 등 해외파 국내 축구스타들이 참여하는 행사로도 유명하다. 지난 4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자선 축구경기 수익금 6000만원은 소아암 어린이 수술과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사업, 청소년 심리치료 상담 활동, 사회복지재단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됐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36)도 지난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법인 JS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자선축구대회를 통해 기부금을 모아 나눔 활동을 하는게 주된 활동이며, 지난 2년간 44명의 유소년 축구선수에게 총 6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뿐만 아니다. 동남아시아 축구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매년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자선 축구대회 ‘아시안드림컵(ASIAN DREAM CUP)’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시안드림컵에는 이청용, 석현준 등 해외파 국내선수부터 유럽의 유명 축구선수인 에브라, 개그맨 유재석, 가수 김종국 등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멤버들이 대회 선수로 참여하며 주목을 끌었다. 2011년 제1회 베트남 경기를 시작으로 제2회 태국컵, 제3회 상하이컵, 제4회 인도네시아컵까지의 경기 수익금은 개최지역 유소년 축구선수 양성과 홍수 및 지진 피해 지역 등에 기부됐다.
◇계약금 후배들과 나누고, 축구 선수 재활기금 지원까지
기부나 봉사활동을 통해 선행을 베푸는 축구스타들도 있다. 안정환(42)은 지난 2014년, 소아암 환자의 소원성취 기금 마련 캠페인 ‘슛포러브’에 국내 축구선수 중 최초로 참여한 스타다. 당시 안정환부터 시작된 이벤트는 손흥민, 기성용 등을 거치며 판이 커졌고, 지난해 슛포러브를 통해 약 1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2년 전에는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의 대회장을 맡아 비영리단체의 홍보대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16년 9월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된 ‘희망월드컵’은 네팔, 우간다, 베트남, 브라질 등 전 세계 10개 국가의 어린이 110명의 기아대책 결연아동을 초청해 축구경기와 다양한 문화체험 활동을 하는 행사였다.
울산 현대의 공격수 이근호(33)는 K리그 무대에서 ‘기부 천사’로 통한다. 그는 장애 어린이, 유소년 선수 등을 위해 고액 기부를 해오고 있다. 그는 2015년 글로벌 스포츠 용품 업체인 ‘미즈노’와 후원 계약을 4년 연장하면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듬해에는 축구사랑나눔재단에 현금 5000만원과 미즈노로부터 후원 받은 2000만원 상당한 축구용품을 기부했다. 2015년부터 장애인 재활·자립 지원 재단인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했고, 지난해에는 푸르메재단에 1억 원을 기부하며 고액기부자 모임 ‘더미라클스’의 14호 회원이 됐다. 2011년 경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의식을 되찾은 축구 선수 신영록에게 재활치료기금 1000만원을 전달한 것도 이근호 선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도 조용히 나눔을 실천한 이들이 있다. 독일전에서 무실점 봉쇄에 성공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26, 대구FC)와 구자철(29, 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26, FC 도쿄) 등이 그 주인공이다. 조현우는 2012년 선문대 대학시절 대구FC로 이적 당시 계약금 가운데 20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해 기부했다. 이 후원금은 체육부 소속 학생 숙소 리모델링 등 선문대 축구부를 위해 사용됐다. 구자철은 지난 2012년 1형 당뇨병과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을 동시에 앓고 있는 자신의 팬에게 치료비 1000만원을, 2013년에는 난치병 어린이 치료를 위해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장현수도 푸르메재단의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모임 ‘더미라클스’ 8호 회원으로 묵묵히 장애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