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걸 ‘독도법’이라 한다. 독도법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이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하고 지도의 등고선과 지형지물과 대조해 현재 위치를 특정한다. 그 이후는 쉽다. 지도를 따라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현실 세계에서도 독도법의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만약 농업의 미래가 궁금하면 먼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알 필요가 있다.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벤치마크’다. 벤치마크는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회사나 업계의 우수사례를 참고하는 경영 기법을 일컫는다. 물론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농업 분야에서는 시범농장, 선진지 견학, 해외연수 등이 벤치마크 목적으로 활용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벤치마크는 선진국의 사례를 국내에 재현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농업 분야에서도 정책과 제도, 기술과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적용해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학계에서는 이를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라고 명명했다. 벤치마크를 활용한 빠른 추격자 전략은 우리가 따라 할 대상이 있는 한 유효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앞에서 길을 만들어 주던 대상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만의 지도가 필요한 때가 도래했다. 해외 사례가 국내에 적용될 때는 필연적으로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도외시한 정책과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 같은 효과를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외국의 성공 사례는 타국에 이식돼 후유증만 남길 수 있다. 벤치마크를 통해 독일에서 농민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직업학교를 졸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