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 제주 흙집의 대변신 “난방도 안 돼 힘들었는데… 잘도 고맙수다”

광동제약 ‘희망&나눔 집수리 봉사활동’ 지난 19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작은 바닷가 마을. 나지막한 현무암 돌담이 흙길을 따라 이어져 있고, 돌담 안쪽으로는 귤나무 몇 그루와 경사가 완만한 지붕을 얹은 단층집들이 서 있었다. 시멘트로 마감한 다른 집들과 달리 제주 전통 방식대로 현무암을 얼기설기 쌓아올려 벽을 세운 낡은 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전향(92) 할머니가 며느리, 초등학생 손녀 셋과 함께 사는 집이다. 며느리는 부두에 일하러 가고 손녀들은 학교에 가고 없는 평일 오전. 할머니 집 앞마당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할머니의 낡은 집을 고쳐주러 온 광동제약 직원과 집수리 봉사 단체 ‘희망의러브하우스’ 소속 봉사자 4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6~7명씩 팀을 짜서 도배, 목공, 전기 설비, 타일 시공, 도색 등으로 일을 나눈 뒤 망치와 톱, 전동 드릴을 들고 집 안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70년 된 흙집… 안전하고 따뜻한 집으로 흙과 나무로 엉성하게 지은 집은 가족이 살기에 불편함이 컸다. 바닥을 뚫고 지네가 올라와 무는 일이 허다했고, 장마가 들면 곳곳으로 빗물이 스몄다. 복지 단체나 기업에서 집을 고쳐주겠다고 몇 번 찾아오기도 했지만, 집 상태를 살펴보고는 난색을 보이며 돌아갔다. 집안의 유일한 남자였던 외아들마저 4년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기면서 집 관리는 더 어려워졌다. 전 할머니는 “나는 밭일로 바쁘고, 며느리는 베트남에서 와서 집에 문제가 생겨도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잘 모르니 그냥 이대로 버텨왔다”고 했다. “이 집에서 할머니께서 70년 넘게 사셨다니

[도시재생, 길을 묻다] 마을의 가려운 곳 긁어줘야, 지역이 살아남는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④소셜벤처·협동조합이 도시를 재생한다 ‘정부 지원이 끊기고 나면 그다음엔 어떡해야 하나….’ 최근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사업 종료 이후를 걱정하는 활동가와 주민이 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3~4년 내에 지역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지역 활동가들은 “정부가 영원히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없고, 또 그걸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맡을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사회적기업·소셜벤처·협동조합이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콘텐츠 발굴하는 사회적기업…마을과 마을을 잇다 사회적기업 ‘인디053’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 단체다. 이들은 지역 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이야기와 개인의 다양한 역사 등을 발굴해 콘텐츠로 만들어낸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깨치게 하고, 이를 문학 콘텐츠로 연결하는 식이다. 칠곡에서는 할머니 400여 명이 문해 교육을 받고 있다. 평균 연령 78세. 뒤늦게 글을 깨친 할머니들은 직접 쓴 시는 지난 2015년 ‘시가 뭐고’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빨래터 노래를 채록해 마을 연극단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마을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는 마을 공동체 활동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현재 칠곡의 인문학 마을 25곳 가운데 9곳이 아파트 마을”이라며 “농촌 어르신들은 아파트 마을 주민에게 텃밭을 내놓으시고, 아파트 마을 주민들은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하면서 서로 교류한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행정의 무관심’을 주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역

구급차 안 폭행·폭언 여전…구급대원 보호 개정안 17건 국회서 ‘낮잠’

구급대원 폭행 사망 1년…무엇이 달라졌나 전북 익산소방서의 고(故) 강연희(당시 51세) 소방경이 구급 활동 중 취객의 폭행으로 숨진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강 소방경은 술에 취해 쓰러진 윤모씨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봉변을 당했고, 불면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같은 해 5월 1일 뇌출혈로 사망했다. 사고 이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소방공무원 폭행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는 구조·구급대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17건이나 쏟아내며 소방공무원의 인권을 강조했지만,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몸과 마음이 멍든 소방관 “주먹으로 때리고 얼굴을 발로 차는 건 물론이고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대원들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지역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김모(28) 소방사는 “대부분의 구급대원이 평균 하루에 한 번은 이런 일을 당한다”고 증언했다. 특히 달리는 구급차 안의 폭행은 속수무책이다. 폐쇄된 공간인 데다 좁아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최모(31) 소방교는 “구조한 시민을 병원으로 이송하다 되레 구급대원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응급조치 중인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일은 ‘의료진 폭행’과 유사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구급대원이 시민에게 폭행당한 사건은 총 911건에 이른다. 지난해는 215건의 사건이 접수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소방공무원들은 “통계 수치가 실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은애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장은 “피구조자가 낫이나 칼을 들고 위협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게 대원들에게

특수학교 세우려면 ‘당근’ 내놔라?… 집단이기주의에 내몰린 아이들

특수학교를 혐오 시설처럼 여기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에 세워지는 것에 반대하는 ‘특수학교 님비’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특수학교 설립이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는 일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 조건으로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대가성 합의’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특수학교 결사반대’ 이면엔 “만원 한 장이라도 나와야” “누구 마음대로 공사를 해. 두고 보자고. 우리는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싸우니까.” 지난 21일 강원 동해 부곡동 동해교육도서관 운동장에서 만난 김모(여·70)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부곡동 주민이자 특수학교반대추진위원회(반추위) 소속 회원인 그는 4년째 특수학교 설립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 이곳 운동장에는 2021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동해특수학교(가칭)가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시공 업체 선정이 끝나 조만간 첫 삽을 뜨지만, 주민 50여 명으로 구성된 반추위는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동해특수학교는 2014년 설립 계획이 나왔지만, 주민 반대로 5년간 표류했다. 동해시와 동해교육지원청 등 관계 기관이 반추위와 네 차례 만났는데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3월에는 반추위가 설립 부지 지질조사를 저지하려다 몸싸움이 나 주민과 학부모 8명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반추위 입장은 “무조건 반대”다. ▲소방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거지와 특수학교가 마주해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지역 발전이 더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해시

영업이익의 평균 1.15% 기부…기부 총액, 지난해 처음 줄어

[국내 50大 기업 기부금 분석해보니…] 지난해 국내 5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기부금 지출 총액이 전체 영업이익의 1% 수준으로 드러났다. 더나은미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50대 기업의 2018년 연결재무제표를 기부금 중심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해 50대 기업의 기부금 총액은 1조5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합산한 138조1533억원의 1.1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전체 매출액(1391조2315억원) 대비로는 0.11% 수준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오던 기부금 총액이 지난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사회공헌 지출 비용의 가장 큰 축인 기부금 지출에 기업들이 인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기부, 영업익 대비 1%로 맞추는 분위기” 기업 기부금은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기부 액수보다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기부금 비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G사 관계자는 “같은 100억원이라도 매출 규모에 기업마다 느끼는 부담은 다르다”면서 “최근에는 대체로 기부금 비율을 영업이익의 1% 전후로 맞추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국내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영업이익 대비 평균 기부금 비율(1.15%)을 웃도는 기업은 25곳으로 확인됐다. CJ제일제당은 14.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LG디스플레이(8.28%), 3위는 SK네트웍스(5.47%)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년간 해마다 기부금 규모를 확대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만큼 기부금도 늘린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기부금은 영업이익 상승 폭을 넘어설 정도로 확대 편성되면서 2017년 11.32%에서 3.3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6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면서 기부금 비율이 급증했다. 기부액이 171억원에서 76억원으로 반 토막

“플라스틱 쓰레기 시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부·기업도 함께 노력해야”

‘제13회 피스&그린보트’ 특별 선상대담 ‘플라스틱 시대와 우리의 자세’  지난 10일 ‘피스&그린보트’ 여객선에서 ‘플라스틱 시대와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대담이 열렸다. 피스&그린보트는 환경재단과 일본의 비영리단체 피스보트가 2005년부터 공동 운영하고 있는 한일 문화 교류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피스&그린보트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7박 8일에 걸쳐 중국 상하이, 일본 나가사키, 한국 제주도 차례로 방문했고, 여정 동안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관한 대담, 강연, 영화 상영회, 플라스틱 프리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대담은 출항 이튿날 오전 선내 첫 공식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연사로 나선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이야기했다. 김영춘 의원은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1200만톤에 이른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6만7000톤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민들이 바다에 버리는 어업 폐기물과 강과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 등이 합쳐지면서 상당한 규모를 이루게 된다. 김 의원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해상 안전 또한 위협한다”면서 “하루 한 번꼴로 배의 스크루에 폐그물이나 밧줄이 감겨 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김 의원은 “바다로 떠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햇빛을 받고 파도에 휩쓸리는 과정에서 잘게 부서져 최소 지름 1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의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며 “이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키워드 브리핑] 리빙 랩

시민이 사회 혁신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리빙 랩(Living Lab)’이 주목받고 있다. ‘일상 실험실’ ‘살아있는 실험실’로 풀이되는 리빙 랩은 정부·민간기업·시민사회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서비스·시스템·제품 등을 개발하는 모델을 가리킨다. 통제된 환경이 아닌 일상생활의 안에서 실험들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 리빙 랩의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2006년 ‘리빙랩유럽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 EnoLL)’의 출범을 계기로 스마트시티 건설, 미래형 인터넷 환경 구축,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리빙 랩 프로젝트들이 실행됐다. 핀란드에서는 2013년부터 헬싱키 외곽의 쇠락한 항구지역 ‘칼라사타마’를 디지털 기술과 재생 에너지로 무장한 미래 도시를 만드는 ‘스마트 칼라사타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칼라사타마 주민 3000여명 중 3분의 1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기차 공유 시스템, 이웃 간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식재료 공유·교환 서비스 등 다양한 사회 혁신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또 1년에 네 차례 열리는 ‘이노베이션 클럽’에서는 시 공무원을 비롯해 스타트업·비영리단체·연구소 등 민간 조직과 칼라사타마 시민이 함께 프로젝트 계획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리빙 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6년 시작된 ‘아이스케이프(iSCAPE)’ 프로젝트는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 영국 길드포드, 이탈리아 볼로냐, 독일 보트롭, 벨기에 하셀트, 핀란드 반타 등 유럽 내 6개 도시가 협력한 사례다. 도시마다 들어선 리빙 랩에서는 시민과 정부, 대학 등이 함께 ▲친환경 인프라 구축 ▲대기 오염·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제고 ▲도심 내 녹지 조성 등

[키워드 브리핑] 공공후견 제도

[키워드 브리핑] 공공후견 제도 발달장애인 보호 제도…시행 7년째, 여전히 걸음마 단계 “하나둘 떠나고 이제 9명 남았습니다. 모두 연고가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이죠. 3월 말 시설을 폐쇄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앞으로 이분들이 일상적인 금융 업무나 교육·복지 서비스를 누리려면 공공후견인이 필요합니다.” 나호열 대구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달 말 문 닫는 장애인 거주 시설 대구 시민마을에는 탈(脫)시설을 앞둔 발달장애인 9명이 있다. 이들 주변에도 복지시설 종사자와 지자체 사회복지사들이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보호자는 없다. 나 센터장은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대리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설령 가족이 있더라도 대부분 ‘내가 죽고 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이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공공후견 제도는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견 제도는 발달장애, 치매 환자 등 의사결정 능력 장애인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률복지제도다. 피후견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사자로부터 의사 권한을 빼앗는 기존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7월 도입했다. 후견인 선임을 통해 판단 능력이 충분치 않은 성인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후견인으로는 친족이나 제3자인 법무사, 변호사 등이 선임될 수 있다. 제3자 후견인에게는 월 15만원가량의 활동비가 지급되는데 지급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비용으로 후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공공후견 제도’다. 후견인의 역할은 크게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로 나뉜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해 의료, 재활, 교육, 주거 확보 등의 사항에 대해 관리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 통화 한 달에 한 번 방문이… 할머니에게는 살아갈 힘 된대요

[동행 취재] 노인 자살 막는 생명지킴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자살 사망률은 2017년 기준 10만명당 56.1명. 전 연령대 평균 수치인 24.3명의 2배를 웃돈다. 70~79세 연령층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은 6위로, 교통사고(7위)나 간 질환(8위)을 앞섰다. 2018년 OECD에 가입하며 한국을 제치고 ‘자살률 1위 국가’ 오명을 얻은 리투아니아도 노인 자살률은 우리나라보다 낮다.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은 빈곤, 질병 그리고 외로움이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혼자 사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자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며 “노인 자살을 예방하려면 지역사회가 이들을 가까이에서 돌보며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생명지킴이(자살 예방 게이트키퍼)’ 양성 사업은 지역사회 기반의 자살 예방 복지 서비스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생명지킴이들은 주변에 사는 자살 위기자를 방문해 관리하고 이들이 필요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 기관에 연결해준다. 중앙자살예방센터나 광역 단위의 정신보건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 등에서 ▲자살 신호 인지 방법 ▲자살 위기자를 대하는 태도 ▲위기 상황 대응법 등 자살 예방 교육과정을 수료한 시민이면 누구나 생명지킴이가 될 수 있다.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길음2동 생명지킴이로 활동 중인 이명희(61)씨를 동행 취재했다.   매일 ‘죽고 싶다’ 생각했던 할머니 “내가 그랬나?” “여보세요? 할머니, 지금 가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오전 11시 5분. 통화를 마친 이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11시에 간다고 했는데, 안 오니까 할머니가 전화하셨네요.”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김정순(75) 할머니의 집. “아이고, 선생님. 추운데 뭐

[도시재생, 길을 묻다] ‘문학·역사·철학’ 뿌리내리니…지역경제 꽃바람 불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③도시, 인문학과의 만남 건축가 승효상(67)은 도시재생을 ‘침술’로 표현한다. 그는 저서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에서 “외과 수술하듯 도시 전체를 바꾸는 마스터플랜보다 주변에 영향을 줘 전체적인 변화를 이끄는 도시 침술이 더 유용하다”고 썼다. 문제는 쇠퇴하는 도시들의 증상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고, 이에 따른 처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문사철(문학·역사·철학)’로 대표되는 인문학을 제시한다. 도시재생을 할 때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지역에 오랫동안 축적된 인문학적 가치를 발굴해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文學이 흐르는 골목 부천은 지난 2017년 동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될 만큼 문인들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인 정지용(1902~1950)이 대표적이다. 그의 고향은 충북 옥천이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거처를 부천으로 옮겨 생활했다. 부천 최초의 교당인 소사성당은 정지용 시인이 손수 벽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가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은 부천시 원미동에 사는 소시민의 다양한 일상을 11개 단편으로 담아낸 연작소설이다.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1892~1973)은 1967년 부천에 복지 시설 소사희망원을 설립해 전쟁고아를 돌보기도 했다. 부천시는 지난해 지역 문인들의 발자취를 담은 ‘부천문학지도’를 제작해 이를 도시재생 사업의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정찬호 부천마을재생지원센터장은 “올해는 소사본동에 1㎞ 남짓한 산책로를 정지용 시인을 테마로 정비하고, 펄벅기념관이 있는 심곡본동에는 펄 벅 여사의 유산을 연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문학을 테마로 도시의 문화 자산을 확보해 나가면 자연스레 유동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쏭달쏭 공익법인 표준 회계기준… 어디까지가 공익목적사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익법인 표준 회계기준’(이하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적용한 공시자료 제출 마감 기한이 코앞에 닥치면서 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은 단체마다 제각각이던 회계기준을 통일해 공익법인 간 비교를 쉽게 하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자산총액 20억원 이상 중대형 공익법인은 2018년 회계연도의 출연재산보고와 결산을 새로운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출연재산보고는 이달 말까지, 결산은 다음 달 말까지 각각 국세청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산총액 5억원 이상 20억원 미만 공익법인은 2020년 회계연도부터 바뀐 기준에 따라야 한다. 자산총액 5억원 미만 소형 공익법인과 사학 및 종교단체는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중간지원조직들이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따른 공시자료 작성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공익법인 통합재무제표상의 ‘공익목적사업’과 ‘기타사업’의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게 단체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기획재정부는 ‘단체의 정관에 명시된 공익목적사업을 기준으로 공익목적사업과 기타사업을 구분하라’고 안내하지만, 예외 사항이 많아 구분이 쉽지 않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명확하지 않은 공익목적사업 기준… 단체들 우왕좌왕 공익법인 회계기준 이전에는 단체들의 사업을 법인세법에 따라 ‘비수익사업’과 ‘수익사업’으로 분류하고 기부금 수입 및 지출 내역을 공익법인이 알아서 기재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공익목적사업 부문과 기타사업 부문으로 나눠 작성해야 한다.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만든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가이드북을 통해 “법인의 정관에 기재된 공익목적사업을 기준으로 공익목적사업과 기타사업을 구분하라”고 명시하면서도 “정관에 기재된 사업이라도 공익목적 활동으로 볼 수 없는 경우 기타사업으로 구분하라”고 예외 조항을

지하수 개발 어려운 곳엔 ‘물 살균기’… 전기 없는 지역엔 ‘태양광 펌프’

[더나은미래·이랜드재단 공동 캠페인|물을 선물합니다!] ③-물 부족 해결하는 新적정기술 <끝> “기후변화는 물 부족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전 세계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의 물순환 시스템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지고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UN은 일 년 중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전 세계 36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호우와 가뭄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 부족 국가에 깨끗한 물을 선물하는 혁신적인 최신 기술들을 소개한다. ◇공기를 모아 물로 바꾸는 신기술 개발 아프리카의 3대 강(江)으로 손꼽히는 나일강과 콩고강, 잠베지강은 아프리카 남동쪽에 있는 탄자니아에서 발원한다. 그러나 정작 이 나라는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다. 적도기후를 보이는 탄자니아는 우기인 5월에는 폭우가 쏟아지지만, 건기인 10월부터는 기온이 매우 높고 건조해 땅이 금세 메마른다. 지하수 개발도 쉽지 않다. 탄자니아 지하수에는 불소와 염분이 많아 식수로 사용하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소셜벤처 ‘쉐어라이트’는 휴대용 물 살균기를 탄자니아의 중앙부의 미케세(mikese) 지역 270가구에 보급했다. 휴대형 자외선C(UVC)와 발광다이오드(LED)가 가진 살균 기능을 활용한 장치로, 물을 넣고 수동 발전기를 돌리면 세균을 죽일 수 있다. 휴대용 UVC·LED 물 살균기를 소비자용 제품으로 만든 것은 쉐어라이트가 처음이다. 박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