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수)

팬데믹 이후, 비영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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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조직 3곳 공동 연구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모든 일상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비영리조직의 모금 사업과 복지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팬데믹 이후 비영리 활동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최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아름다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비영리조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코로나19가 비영리기관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고, 사랑의열매는 ‘위드코로나 시대의 나눔사업’을 주제로 코로나19를 겪는 비영리가 구축해야 할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포스트코로나, 공존과 희망 그리고 사람’이라는 주제로 아동복지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췄다. 세 기관은 오는 7일 공동포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영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열고 대중에게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더나은미래는 포럼에 앞서 이번 연구 자료를 확보해 살펴봤다. 국내 비영리조직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고민을 담은 내용이 많았다.

아름다운재단 “언택트 내재화로 미래 위기 대비해야”

“복지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비영리기관 중간지원 조직에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이다. 현장에서 뛰는 비영리기관들이 기존에 대면으로 진행하던 복지 서비스와 모금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다. 일부 기관은 자원봉사자와 기관 운영비가 줄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장 조직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구축해 최소한의 지원을 이어갔다. 팬데믹 상황이 2년을 지속하면서 비영리기관들은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2020년 5월과 2021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비영리기관 16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비영리기관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운영비를 감축한 기관은 2020년 2분기 기준 13.1% 수준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 들어서며 25.6%까지 늘어났다. 이는 복지 프로그램의 양적 변화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진행된 1차 조사에서 복지 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줄거나 중단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78.2%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2차 조사에서는 64.4%로 전년 대비 13.8%p 감소했고,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도 지난해 15.7%에서 올해 24.4%로 급증했다. 이영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장은 “일선 현장에서 코로나19로 운영난을 겪는 와중에도 사업 방식의 전환 등을 고민하며 어떻게든 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비영리기관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가장 크게 체감한 지점은 언택트 복지 서비스의 필요성이다. 실제 비영리 현장에선 ‘기술적 지원’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기술적 지원은 온라인 플랫폼 운영을 위한 전자 장비 지원과 더불어 이에 대한 교육 등을 의미한다. 비영리기관을 대상으로 ‘팬데믹 기간 시급했던 사업이나 조치’를 묻는 질문에 대한 결과로 ‘기술적 지원’을 꼽은 비율이 49.7%(1차 조사)로 가장 높았다. 기술적 지원에 대한 수요는 팬데믹 장기화로 더욱 늘어났다. 해당 문항에 대한 2차 조사 결과에서는 69.4%까지 치솟았다. 아름다운재단은 “단순히 코로나19 대응뿐 아니라 기존의 비영리기관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 모금 활동 등 운영 전반에 언택트 전환의 필요성을 느껴 기술적 지원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영주 팀장은 “비영리기관들이 언택트·온라인 기반의 운영을 내재화하고 새로운 복지 서비스와 모금 사업을 추진하려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사랑의열매 “기존 복지모델에 IT 도입 시급”

긴급 구호 방식의 지원사업은 취약계층이 코로나19로부터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사랑의열매는 비영리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선 새로운 복지 모델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면 위주의 기존 복지 서비스는 언택트 전환, IT 발달로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사회적 변화에 걸맞은 복지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의열매는 지난해 6월 30일부터 6일간 ‘2021 사회이슈 트렌드 설문조사’를 진행해 코로나19 시대 나눔 영역의 역할을 물었다. 설문 대상은 일반시민 150명, 비영리 전문가 192명, 사랑의열매 직원 104명 등 444명이다.

‘사랑의열매가 향후 10년 동안 지원해야 할 대상은?’이란 질문엔 ‘감염병 고위험에 노출된 지역사회 거주 노인과 장애인’이 10점 만점에 7.69점을 받아 지원이 가장 시급한 대상으로 꼽혔다. ‘가정폭력·학대 피해 아동, 노인 여성’이 7.6점으로 뒤를 이었고, ‘사회적 고립·고독사 위험에 놓인 1인 가구’가 7.48점을 얻었다. 사랑의열매는 올해 1월 말 기준 약 1120억원의 기금을 코로나19 사업에 지원했다. 세부적으로 취약계층 방역 물품 지원에 550억원, 취약계층 생계비 지원·생필품 지원에 324억원, 복지 서비스 공백 지원에 109억원, 의료진 지원에 137억원이 쓰였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비영리가 취약계층의 기본적인 삶을 지켜주는 것과 더불어 코로나19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모델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 과제가 됐다”고 했다.

사랑의열매는 올해 3월부터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로 ‘사회백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백신 프로젝트는 새롭게 다가올 위기 대응을 위해 복지 서비스와 활동 방식의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6개 하위 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복지 프로그램에 IT 도입과 언택트 모델로의 전환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교육 격차를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개선하는 ‘잇-다 프로젝트’가 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서 수행하는 ‘잇-다 프로젝트’는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의 온라인 수업 환경을 구축하고, 영상 교재를 마련해 장애인 디지털 교육자료 제공·축적을 지원하고 있다. 또 생명종합사회복지관이 수행하는 ‘동구 5 in 1 플랫폼’ 사업은 돌봄에 홈트레이닝, 영상편지, 보이는 라디오 등의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하고, IT의 발달로 생겨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정보활용 교육을 진행한다. 박미희 연구위원은 “기존 비영리는 삶의 보호에 중점을 뒀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회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삶의 전환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연결과 연대로 아동 고립감 해소”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은 아동의 고립과 소외로 이어졌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친구와의 소통이 끊겼고, 돌봄 공백으로 인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타인과 대화가 단절되면서 심리·정서적 고립감에 ‘코로나블루’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저소득가정 아동에게 두드려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2021 아동행복지수’에 따르면 일반가구 아동의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7.47점인 데 비해 저소득가구 아동(중위소득 50% 미만)은 6.73점에 그쳤다. 코로나19 시대의 아동복지의 핵심은 고립의 해소에 있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코로나19로 변화된 아동의 일상을 파악하기 위해 재단 지원아동 5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을 호소한 아동은 전체의 30%에 달했다. 구체적인 어려움으로 ‘선생님·친구와 소통하기 어렵다’라는 응답이 39.3%로 가장 많았다. 상호 소통의 어려움이 생기다 보니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가 많았던 것이다. 또 돌봄공백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우울감으로 이어졌다. 돌봄공백에 대한 질문에서 ‘혼자(혹은 아동끼리) 있는 시간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2%다. ‘하루 5시간 이상’ 혼자 있는 경우도 18.6%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39%)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한 아동이 인터뷰에서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응답했는데, 코로나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복지 영역의 비영리에 주어진 과제는 아이들의 ‘고립’을 해결하는 것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팬데믹 이후 아동을 위한 비영리 영역은 관계 회복 중심의 복지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의 양육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만남과 연대를 통한 사회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마다 복지관에서 수행하는 오프라인 가족 관계 증진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아동 자조 모임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회성 발달 시기인 청소년기 아동들의 교우관계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온라인 방식의 복지서비스 실시에 앞서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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