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7일(금)

“밤낮 없는 기획 회의… 하나의 모금 캠페인이 만들어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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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기획
[2021 기부의 재발견]
①모금이 탄생하는 시간

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부금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곳을 돌보는 비영리 단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토종 NGO 굿네이버스와 비영리 섹터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기부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2021 기부의 재발견’ 연재를 시작한다. 모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도전과 위기, 변화 등을 통해 기부자와 NGO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ㅡ편집자

(왼쪽부터) 정성준 굿네이버스 온라인팀장, 김영미 심리정서사업팀장, 강인수 사업기획팀장, 최영미 온라인팀 과장.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시작은 온라인상에 올라온 한 초등학생의 사연이었다. 한부모 가정인 A양은 어느 날 월경이 시작됐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생리대를 사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고, 고민 끝에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했다. 지난 2016년 5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깔창 생리대’ 사건이다. 안타까운 사연은 A양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굴됐고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이슈 발생 5개월째 되던 2016년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내 여아의 월경권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 ‘소녀야, 너는 반짝이는 별’(이하 소녀별)을 시작했다. 사업 첫해인 2017년에 3980명을 지원했고 지난해까지 누적 수혜 아동은 2만2000여 명에 이른다. 올해 6년째 지속되는 모금 캠페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듣기 위해 굿네이버스의 사업·모금 실무진 4명과 지난 8일 마주 앉았다.

“이슈 좇아가는 캠페인, 지속 가능하지 않다”

모든 모금 캠페인의 밑바탕에는 ‘사회복지실천과정’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있다. 현장의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지원 사업을 진행할 때 따르는 일종의 매뉴얼이다. 모금 캠페인은 이러한 과정을 기반으로 지원사업을 설계하고, 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콘텐츠를 연결지어 사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기부자에게 보고하는 전 과정을 뜻한다. 강인수 굿네이버스 사업운영본부 사업기획팀장은 “초기 사례 조사가 모든 캠페인의 시작”이라며 “문제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캠페인을 설계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모금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초기 사례 조사를 해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문제들도 함께 파악되거든요. 그런데 단순한 사회문제는 없어요. 여아 지원사업도 겉으로만 보면 물품 지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결핍과 심리·정서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예방 차원의 교육 지원도 필요하고요. 이렇게 사례 조사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도 나오는데, 여기서 지원 유형·수준과 우리 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초기 사례 조사는 전국에 흩어진 굿네이버스 지부와 지역복지관, 학교 등 유관기관을 통해 진행된다. 지원 대상자가 될 아동을 만나 필요한 지점을 파악하고, 아동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파악해야 한다. 지원 대상자의 규모와 참여 의지도 중요하다. 모금이 진행되고 사업을 수행했을 때 기금이 제대로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성준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 온라인팀장은 “모금 캠페인은 당장 시급한 이슈만 좇는 건 아니고 매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곧바로 계획 수립 단계로 돌입한다. 여아 지원사업의 경우 월경용품을 담은 키트 구성이 관건이었다. 현장에서 사업 수행을 맡은 김영미 굿네이버스 사업운영본부 심리정서사업팀장은 “구성품 어느 하나도 허투루 정해지는 건 없다”고 했다. “생리대 제품에 유해성이 없는지, 속옷바지의 착용감은 어떤지 따집니다. 심지어 월경용품을 담는 파우치를 지퍼로 된 걸로 할지도 고민하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도 고려하고요. 안내서도 넣는데, 어떤 메시지를 넣을지, 문장은 어떻게 정리할지도 정해야 해요. 제한된 기금 안에서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키는 구성을 만들기가 쉽진 않습니다.”

“목표액 1억원 사업도 100억원처럼 준비”

물품 구성이 끝나면 전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굿네이버스는 전국 52개 지부, 119개 사업장을 통해 지원사업을 펼친다. 강인수 팀장은 “물품을 직접 전달할지, 택배로 줄지, 학교를 통해 줄지, 지역아동센터에서 지급할지 등 다양한 옵션 중에 가장 적합한 루트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모금팀의 고민은 조금 다르다.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 금액에 도달해야 사업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준 팀장은 “사업팀과 협의해서 사업 개시를 위한 최소한의 금액을 목표로 잡고 모금을 시작한다”면서 “일종의 마중물인 셈인데, 아무리 사회적 요구가 있어도 실제 모금이 100% 잘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금액이 목표를 웃돌면 수도권 중심의 사업을 전국으로 확장하거나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사업 규모를 키우게 된다. 최영미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 온라인팀 과장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데, 성별이나 세대별로 반응이 다르고 SNS마다 적합한 콘텐츠 규격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다”면서 “캠페인 이후 결과 보고를 위한 자료들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했다.

모금이 시작되면 사업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수행을 준비한다. 강인수 팀장은 “예를 들어 목표 금액이 1억원인 사업이라고 해도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10억원, 100억원 사업처럼 준비하는 것”이라며 “초기 수도권을 대상으로 했던 1대1 멘토링도 기금이 커지면서 전국 지부로 확산했고, 성교육과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추가로 시행될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 지원사업 6년 차 ‘소녀별’은 추가 캠페인 확장으로 이어졌다. 굿네이버스는 국내 여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해외 여아 지원 캠페인 ‘소녀공간(Girls Room)’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르완다의 6개 학교에 여성 전용 휴게실과 화장실을 갖춘 별도의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나아가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여아권리옹호 클럽 ‘굿시스터즈’의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올해 9월에는 ‘소녀별’을 확장한 새 캠페인 ‘손녀별’을 기획했다. 같은 여성이자 사회적 약자인 할머니가 손녀 같은 아이들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다. 최영미 과장은 “우리 사회가 아직 주목하지 않는 사각지대는 계속 발굴될 때마다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 조심스럽기도 하다”면서 “캠페인을 더 꼼꼼하게 설계해야 더 많은 기부자가 뜻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단체에서도 매번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글 싣는 순서>
①모금이 탄생하는 시간
②’빈곤 포르노’를 휴지통에 버리시겠습니까?
③기부에 관한 오해와 진실
④MZ가 말하는 기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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