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모금 캠페인의 성공, 치밀한 사전 기획에 달렸다”

[ 인터뷰 ]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

“모금 캠페인의 성공은 사전에 얼마나 치밀하게 기획하고 설계했는지에 달렸습니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본부에서 만난 자리에서 좋은 모금 캠페인을 만드는 비결로 사전 기획을 꼽았다. 지난 2016년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썼다는 이른바 ‘깔창 생리대’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모금 캠페인도 우후죽순 생겼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황 본부장은 “단순 물품 지원을 위한 모금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굿네이버스는 당시 여아의 건강권에 대한 위생교육과 심리·정서적인 부분까지 포괄한 통합 서비스를 설계하고 이를 5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만난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우리나라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봐도 기부 잠재력이 무척 높게 평가된다”면서“한국의 경제지표만큼이나 기부 지수도 함께 성장한다면 진정한 선진국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좋은 모금 캠페인이란 뭘까요.

“단순히 돈을 모으는 ‘펀드레이징(fund raising)’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이슈레이징(issue raising)’이 돼야 해요. NGO가 기금을 모으는 목적은 어떤 사회적인 이슈, 그중에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한 사안에 뛰어들기 위함이니까요.”

―캠페인 주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긴급 지원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아동을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죠. 시간이 없으니까요. 또 하나는 고유 목적 사업에 부합하는 사회적 요구를 살피고 이슈를 발굴하는 겁니다. 최대한 많은 수혜자를 도울 수 있도록요. 과거 아동 학대 이슈처럼 사회적으로 만연한 문제에 지원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을 때 기획 과정을 거쳐 캠페인으로 만듭니다. 모금은 기부자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협력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금의 명분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대상자는 소수지만 지원이 꼭 필요한 경우도 많지 않을까요?

“실제 사례로 설명드릴게요. 아프리카 니제르 지역에서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아이가 있었어요. 저희가 사례 접수하고 희소질환 지원으로 접근했는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상담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의 또래 아이들이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원인을 찾다 보니 이유가 있었어요. 니제르는 사하라사막 남부에 있는데, 모래 폭풍이 많이 온대요. 사회 기반 시설이나 화장실 같은 게 제대로 마련되지 않다 보니 가축 분뇨나 오염 물질들이 모래 폭풍에 실려 아이들의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거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모금 사업을 열었고 지역 전체를 커버하는 ‘이동형 의료 클리닉’ 사업이 탄생하게 됐어요. 소수의 문제로 보이는 것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수가 겪는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다양한 NGO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는 너무 많습니다.

“이 지점에서 모금의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회문제가 명확하고, 모금의 필요성이 확보되더라도 기관의 수행 능력을 뛰어넘는 사안에 대해서는 캠페인을 진행할 수 없어요. 해서도 안 되는 일이고요.”

―비영리단체가 모금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지점이 있다면요.

“모금 캠페인을 온라인을 통해 개설하기 쉬워지면서 위험한 요소들이 가끔 보입니다.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 2016년 이른바 ‘깔창 생리대’가 사회 이슈로 떠오를 때 생리대를 지원하는 모금이 한때 17개까지 열려 있을 때가 있었어요. 결과 측면으로만 보면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고 제도도 바뀌고, 결국 캠페인이 성공했다고 봐야 옳습니다. 특히 초기에 이슈를 발굴해서 사업을 시작한 NGO라면 영광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례 관리 과정 없이 캠페인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겁니다. 다른 단체의 모금 아이디어와 캠페인 문구까지 그대로 베끼는 사례도 왕왕 보여요. 이런 경우 모금이 되더라도 실제 지원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기부자의 판단도 중요해지겠네요.

“비영리단체들이 기부자에게 보고할 수 있는 조건들은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다만 모금 과정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모금시장은 급속한 경제 성장만큼 다른 국가에 비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규모에 걸맞은 건강한 기부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단체도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겠지만 기부자들의 요구도 뒤따라야 합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