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로컬] 주민·지역이 똘똘 뭉치니, 조용하던 농촌이 살아나네요

[다이내믹로컬] ①로컬네트워크의 힘 순창 재즈 페스티벌, 공연 보며 지갑도 열리고 하동 놀루와, 어르신댁 민박 등 여행 코스 구성 광주 더펫하우스, 반려인·반려동물 교육 제공 전북 순창 지역에서는 2016년부터 매년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4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순창VIBE(바이브)’라는 이름으로 지난 9월 28일에 열렸다. 읍내 한복판의 고즈넉한 한옥에서 탭댄스가 곁들여진 재즈 공연이 열렸고, 근처 유기농 미나리 농장에서는 휘황찬란한 ‘디제잉 파티’가 펼쳐졌다. 순창 읍내의 대표적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카페들도 이날은 재즈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고추장으로 유명하던 순창에 때아닌 ‘재즈 바람’이 분 건 지역 내 여러 조직이 뭉치면서다. ‘BOVO문화관광연구소’를 중심으로 영농조합 ‘치유벗’, 마을조합 ‘창림문화마을’, 농가 연합 ‘청순밥상’, 농부 요리사 팀 ‘요리부엌마슬’ 등 다양한 업(業)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목표는 하나다. 순창을 ‘힙(hip)’한 곳으로 만드는 것. 올해 축제에는 해외 재즈 뮤지션팀까지 초청해 ‘글로벌’하게 꾸몄다.   주민 조직들이 손잡고 지역 위한 ‘상생 비즈니스’ 모색 순창에서 재즈 페스티벌을 열자는 아이디어는 장재영(43) BOVO문화관광연구소 대표에게서 나왔다. 장 대표는 2016년 여행 삼아 순창을 찾았다가 정착해 카페 겸 재즈 공연장 ‘방랑싸롱’을 운영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역의 대표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순창에 고추장 말고 다른 특산물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 공감한 주민들이 흔쾌히 참여해준 덕에 매년 무사히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고 했다. 공연은 순창 읍내 곳곳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도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官에서 하는 일이라고… 民의 아이디어 맘대로 써도 되나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행안부 ‘삶기술학교’ 기획표, ‘괜찮아마을’ 기획 내용·형식 거의 동일 民 “정부 사업에 기획안 도용당해” VS. 官 “사용에 법적 문제 없다” 민관협력 사업 늘어나는데… 아이디어의 재산권 보장하는 법 없어 계약서 개선 시급… 재산권·업무 범위·대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지식재산 관련 사회적 논의 이뤄져야… “관련 규범 개정 검토 필요”   전남 목포에서 ‘괜찮아마을’을 운영하는 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은 지난 8월 3일 충남 천안 소재의 문화기획사 ‘자이엔트’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진행하는 ‘삶기술학교’의 워크숍에 참석해 괜찮아마을 사례를 공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공장공장 측은 “메일에 첨부된 삶기술학교 설명 자료 안에 낯익은 표가 들어 있었다”며 “지난해 행안부의 ‘공간활성화 프로젝트’ 용역 사업을 진행하며 만든 괜찮아마을 기획 표 내용과 형식이 매우 비슷했다”고 했다. 괜찮아마을은 청년들이 전남 목포의 구도심에 6주간 머물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프로젝트다. 공장공장은 지난해 행안부의 용역사업 ‘공간활성화 프로젝트’의 수행자로 선정돼 행안부로부터 사업비 6억6000만원을 지원받아 6월부터 12월까지 괜찮아마을 1·2기를 진행했다. 문제가 된 표는 공장공장이 행안부에 제출한 착수 보고서에 포함됐던 것이다. 공장공장 측은 “2017년부터 괜찮아마을을 준비했고, 행안부 계약 전에 프로젝트 진행 공간 임차, 괜찮아마을 법인 설립, 상표권 등록까지 마친 상태였다”면서 “괜찮아마을 기획에는 행안부의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 용역사업에서 발생한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민관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민간이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가 자금을 대는 형태의 ‘민관협력 사업’이 늘고 있지만, 민간이 아이디어의 재산권을 보장받을 법과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은 게 문제다.  

[공익추적] “오류투성이 점자 교재로 수능 공부 되겠습니까”

시각장애인단체, EBS 수능 교재 ‘보이콧’ “표 빠지고 수식 틀리고… 맞는 문장 꼽을 정도 수정·재발 방지 요구에 교육부 책임 회피만 ” 국특원 “점자 사용 수험생 적다” 황당한 해명 수능 치르는 시각장애 수험생 年 150명 내외 거의 유일한 자료… ‘장애인 학습권’ 보장돼야 “기본 점자 표기도 엉망이고 표나 수식, 그림이 통째로 빠진 곳도 많아요. 이 교재로 공부하면 틀린 내용을 외우게 되거나 가독성이 떨어져 오히려 공부에 방해될 정도입니다. 비장애인용 수능 교재가 이렇게 나왔다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시각장애인단체가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제작된 EBS 점자 교재를 ‘보이콧’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가 된 교재는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응시하는 장애 학생의 학습을 돕기 위해 개발된 ‘시각장애인용 EBS 수능방송 대체 자료’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지난 3월 보급된 수능 점자 자료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교육부에 문제 제기를 했다. 수정 요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시련 측은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4차례 공식 성명서를 내고 수능 점자 교재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대체 자료가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인권을 짓밟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자료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관계자를 징계하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단체 “표와 수식은 통째로 빠지고 오탈자 반복… 엉터리 교재” EBS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특수교육원(이하 ‘국특원’)에 의뢰해 매년 점자와 음성으로 이뤄진 ‘시각장애인용 EBS 수능방송 대체 자료’를 제작하고 있다. 한시련이 2019년 수능 대비 EBS 대체 자료 발간 직후 점자와 음성 자료에

소재 수급 어렵고, 만들어도 팔 데 없고… 위태로운 국내 업사이클 사업

기업 대부분이 적자 늪에 ‘허덕’ ‘소재은행’ 있지만 전시장에 불과… 재료 부족해 제품 못 만들기도 公共이 ‘소재 중개 전문가’ 키워야 업사이클 특성상 제품 설명 중요 더 많은 오프라인 판매처 필요해 정부, 청년 창업·지원센터 확대 계획 전문가 “생산 시설 마련이 더 급해”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업사이클(upcycle· 폐기물에 디자인·기능을 덧입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가 최근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오프라인 매장 디스플레이를 세련된 편집숍처럼 바꾸고, 최신 유행 디자인을 접목한 하위 브랜드 ‘리업(Reup)’도 출시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이라기보다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이다. 에코파티메아리 관계자는 “사업이 몇 년째 계속 적자를 내자 아름다운가게 내부에서 브랜드를 완전히 접어야 한다는 얘기가 진지하게 오갔다”며 “버려진 자원에 새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업 취지를 고려해 좀 더 두고 보기로 했지만, 앞으로도 난관이 예상된다”고 했다. 2006년 탄생한 에코파티메아리는 명실공히 국내 1호 업사이클 브랜드다. 아름다운가게로 들어온 기부 물품 중 판매하기엔 질이 떨어지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을 재료 삼아 인형, 지갑, 가방, 의류 등을 제작해 판매해왔다. 에코파티메아리 제품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한계에 부닥친 지 오래다. 국내 업사이클 시장이 위태롭다. 2018년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업사이클 시장 규모는 4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업사이클 기업 ‘프라이탁(Freitag)’이 연간 벌어들이는 금액(약 700억원)의 5%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개별 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가 2016년 국내 주요 업사이클 기업 2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쓰레기 줍던 손에 카메라를…’미디어 전문가’ 키워 빈곤 끊는다

케냐 단도라 ‘필름메이커 프로젝트’ 굿피플, 프로젝트 3년차…올해 유튜버 양성 기획·촬영·편집 기술, 1대1 과외로 알려줘 케냐, 뉴스·대국민 발표도 SNS 활용 크리에이터 사업, 청소년 자립 모델로 적합 케냐 나이로비에는 거대한 쓰레기 무덤이 있다. 나이로비는 인구 300만명의 아프리카 최대 도시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극빈촌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달 26일 찾은 단도라(Dandora) 지역은 나이로비 도심 쓰레기들의 종착지다.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지’라는 타이틀로도 설명이 부족할 만큼 현실은 참혹했다. 오전 11시가 되면 각종 폐기물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이곳에 집결한다. 현지 드라이버는 “매일 100여 대의 쓰레기 차량이 들락거린다”며 “비 오는 날이면 악취 때문에 근처에 갈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매일 쏟아붓는 쓰레기는 이미 산을 이룰 만큼 높게 쌓였고, 동네 꼬마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 산을 오른다. 아이들은 힐턴호텔과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에서 오는 차량을 기다린다. 포장을 뜯지 않은 음식과 비교적 깨끗한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단도라는 키베라, 마타레와 함께 나이로비 3대 슬럼으로 꼽힌다. 1975년 쓰레기 매립지가 생기면서 고물을 주워 생계를 잇는 사람이 몰렸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면서 인구 30만명의 슬럼이 됐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한 채 도로 건설 노동자나 공장 잡부 등 일용직을 전전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은 단도라 학생들을 ‘영상 콘텐츠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3년째 ‘필름메이커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17년에는 단도라 청소년과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6개월간 ‘아프리카의 별’이라는

‘세상 모든 하준이’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유… “엄마니까”

[법을 만드는 시민들] ‘하준 엄마’ 고유미,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씨 경사진 주차장 차 미끄러짐 사고로 아들 잃어 국민청원·편지 호소에 정부가 대책 내놨지만 사고 후 지금까지 안전 시설 달라진 게 없어 ‘정치하는엄마들’과 힘 합쳐, 법안 통과 목표 “하늘에서 하준이와 다시 만나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너를 아프게 한 그런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에 머리가 하얗게 새버린 엄마는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다고 했다. 혼자서 외롭게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동지가 생겨 버틴다고 했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37)씨 이야기다. 고씨는 2년 전 차량 미끄러짐 사고로 다섯 살 최하준군을 잃었다. 그날 이후, 그는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고로부터 다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법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하나다. “엄마니까.” 고씨에게 힘이 돼 주는 사람도 엄마들이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고씨와 함께 입법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고씨와 함께 만난 장하나(42)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말했다. “엄마 고유미, 엄마 장하나는 힘이 없어요. 하지만 ‘엄마들’이 뭉치면 다릅니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같은 사고로 아이가 둘이나”… 엄마는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2017년 10월 1일 고씨는 남편과 하준군,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랜드를 찾았다. 남편이 트렁크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사이에 SUV 차량이 고씨와 하준군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추돌 차량의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경사를 따라 수십m를 굴러 사람을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믿고 해외봉사 갔는데… ‘불법 체류자’ 신세라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이카가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WFK’ 정부의 무상원조기금으로 활동하지만 위탁 운영하며 비자 관리까지 NGO에 네팔 등 개도국, NGO 비자 정책 ‘깐깐’ ‘편법적인’ 관광·학생 비자 받을 수밖에 봉사자들, 현지 단속 걸릴까 ‘전전긍긍’ “태극 마크 달고 봉사활동 하러 왔는데, 여기서 저는 정부 관계자를 보면 숨어야 하는 불법체류자였어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이 운영하는 봉사단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이하 WFK)’ 단원 자격으로 네팔에 있는 한국 NGO 사무소에 파견된 A씨는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현지 주민 수십명 앞에서 교육을 하다가도 “정부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옆 건물, 부엌 등으로 헐레벌떡 뛰어가 그들이 돌아갈 때까지 몸을 숨겨야 했다. A씨가 학생비자 소지자였기 때문이다. 네팔 정부는 외국인이 비자에 명시된 체류 목적 외 활동을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학생비자로 NGO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벌금 부과는 물론 심한 경우 구금되거나 추방될 수도 있다. 네팔 정부의 단속이 잦아지자 A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현지의 한국인 사무소장에게 이런 심경을 호소하자 돌아온 대답은 “다음엔 더 빨리 숨으라”는 핀잔이었다. 최대 2년을 계획하고 네팔에 간 A씨는 결국 몇 달 만에 귀국했다. WFK 소속으로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난 한국 청년들이 현지에서 비자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WFK는 정부의 무상원조기금으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을 통칭하는 브랜드명으로, 외교부 산하의 무상원조기관인 코이카가 총괄하고 있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NGO 활동을 하려면 ‘NGO비자’나 ‘취업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코이카가

문화 샘솟는 비옥한 땅 옥천, 지루할 틈 없답니다

[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③ 충북 옥천 문화기획사 ‘고래실’ 대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충북 옥천군은 인구 5만의 소도시다. 옥천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중 9000명이 20~30대 청년이지만, 실제로 옥천에 사는 청년 수는 훨씬 적다. 대부분 주소만 옥천에 등록해놓고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청년이 귀한 옥천에서 문화기획사 ‘고래실’은 보기 드물게 청년 직원이 많은 회사다. 이범석(47) 대표를 제외한 직원 8명 전부 20~30대다. 고래실 청년들은 매달 옥천 소식을 담은 잡지를 펴내고, 마을여행 코스를 짜고, 독서 모임과 전시회도 연다. 이 대표는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자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등 역사가 깃든 흥미로운 지역”이라며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이런저런 일을 벌이며 옥천을 좀 더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고래실은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거쳐 2017년 문을 열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 발간이었다. 지역 명소와 향토 음식, 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월간 옥이네에서는 모두 기사감이 된다. 월간 옥이네 초대 편집장을 지낸 장재원(37)씨는 “옥천의 역사서를 만드는 마음으로 월간 옥이네를 발행해왔다”며 “월간 옥이네가 한 권 한 권 쌓이면 옥천의 역사도 축적되는 셈”이라고 했다. 2대 편집장을 맡은 박누리(34)씨는 “독자 중에 매달 두 권씩 사서 한 권은 보관용으로 따로 모으는 분도 있다”며 “옥천 하면 ‘월간 옥이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폐허 상태로 방치된 막창 구이집을 카페로 고쳐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 ‘둠벙’도 열었다. 저렴한 가격에 음료와

흩어진 데이터 모아 사회 변화 도구 활용…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

새로운 시민 운동 방식 ‘데이터 액티비즘’ 지난달 초 개설된 웹사이트 ‘노노재팬’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부터 자동차까지 일상 소비재 가운데 ‘메이드 인 재팬’인 것들을 소개하고 대체할 수 있는 국산제품도 제안한다. 노노재팬의 모든 데이터는 일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은 것이다. 누구나 사이트에 새로운 일본 제품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고, 이미 등록된 제품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 일본 제품 중에서도 노노재팬에 등록된 제품이 매출에 특히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데이터’가 시민사회의 새로운 활동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노노재팬의 사례처럼 평범한 시민이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십시일반 모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지식 자산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시민단체가 데이터 활용 기술을 활용해 권력기관의 의도적인 정보 은폐와 왜곡 실태를 밝혀내는 일도 벌어진다. 이처럼 데이터를 사회 변화의 도구로 삼는 시민운동 방식을 ‘데이터 액티비즘(Data Activism)’이라 한다. 해킹 등 법에 저촉되는 방식은 동원하지 않고 공개된 데이터(open data)를 활용하거나 직접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데이터 액티비즘의 원칙이다. 케냐의 ‘우샤히디(Ushahidi) 프로젝트’는 데이터 액티비즘의 첫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케냐 대통령 선거 후 벌어진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우샤히디는 스와힐리어로 ‘증거’란 뜻. 정부가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느낀 케냐 사람들이 직접 사건 실태를 드러낼 증거 수집에 나서면서다. 시민들이 주변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 횟수와 사상자 수를 직접 조사해 자료를 넘기면 엔지니어들이 구글 지도 위에 빨간 불꽃으로

쓰레기로 보이세요? 누군가는 그냥 버리고, 누군가는 ‘돈’으로 씁니다

[더 나은 미래 위해, 기자가 해봤다] 쓰레기마트에서 쓰레기로 장보기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수상한 마트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쓰레기마트’. 이곳에선 빈 페트병과 캔이 곧 ‘돈’이다. 마트 안에 있는 자판기에 페트병과 캔을 넣으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전환된다. 크기와 종류 상관없이 페트병은 10포인트, 캔은 15포인트다. 각각 10원, 15원에 해당한다. 쓰레기마트는 페트병·캔 수거 자판기 ‘네프론’을 개발한 소셜벤처 ‘수퍼빈’이 세계자연기금(WWF) 한국지부, 한국코카콜라, TBWA코리아와 협력해 오는 9월 5일까지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다. 사람들에게 ‘쓰레기도 돈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자원 순환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 목표다. 판매 제품도 모두 환경을 고려해 구성됐다. 대나무로 만든 칫솔, 깨끗하게 세탁한 중고 의류, 페트병 재활용 섬유로 만든 가방, 천에 밀랍을 덧입혀 만든 친환경 랩 등이다. 모두 탐나는 물건이다. 그래서 직접 페트병과 캔을 모아 쓰레기마트에서 쇼핑을 해보기로 했다. 나흘 동안 퇴근길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을 하며 모은 페트병과 캔을 싸들고 지난 17일 쓰레기마트를 방문했다. 길에서 주운 페트병·캔 118개… 돈으로 바꾸니 1515원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페트병과 캔을 포인트로 바꿀 수 있는 자판기가 보였다. 김수지 수퍼빈 매니저가 다가와 “페트병 뚜껑과 라벨을 제거해달라”며 자판기 옆 ‘벗겼쓰존’으로 안내했다. 벗겼쓰존에는 뚜껑을 모으는 큰 병과 가위, 날이 C자형인 칼이 비치돼 있었다. 모아온 페트병들을 꺼내 하나하나 뚜껑을 제거하고 칼과 가위를 동원해 라벨을 떼기 시작했다. 한 번에 깨끗하게 제거되는 라벨이 있는가 하면, 잘 뜯어지지 않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랏일 하는 집배원, 나랏돈은 못 받는다

우본, 공무원이 운영하는 ‘정부 기업’ 형태 세금 대신 사업 수익으로 모든 비용 충당 인력 확충 위한 잉여금 남길 수 없는 구조 격무에 과로사 이어져도 정부는 나몰라라 집배원이 자꾸 죽는다. 지난달 19일 충남 당진우체국 소속 강길식(49) 집배원이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에만 9번째. 사인은 뇌출혈로, 과로사 가능성이 크다. 전국우정노동조합에 따르면, 강씨처럼 장시간 중노동으로 사망한 집배원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91명에 달한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에 정규직 집배원 증원을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우본은 경영이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우본은 정부기관이면서 동시에 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신분상 ‘공무원’인 집배원들의 임금도 세금이 아니라 자체 사업으로 벌어서 감당한다. 국고 지원 없이 벌어서 쓴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중적 구조가 잇따른 집배원 사망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본, 공무원 조직인데 인건비는 자체 충당 우정사업은 우편, 우체국예금, 우체국보험 등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국민 공익사업이다. 정부가 관할하는 공익사업에는 이 밖에도 철도, 전기, 수도, 가스 사업 등이 있는데, 대부분 ‘공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우정사업을 하는 우본의 경우 공기업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서 우본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기업’ 형태다. 즉 공무원들이 모여서 운영하는 기업인 셈이다. 우본은 보통의 정부 기관과 ‘회계’부터 다르다. 정부 기관은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일반회계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우본은 세금이 아닌 사업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특별회계예산’으로 꾸려진다. 즉 집배원 임금을 포함해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사업 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노조의 인력 충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폭염 대책, 예방은 없고 사망 보상금만?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매년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홍수·지진·태풍 등과 함께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폭염 피해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폭염 취약 지역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폭염 관리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 정책이 사후 대책에 치중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지정되면서 바뀐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범부처 차원 폭염 대응 매뉴얼이 생겼다는 것 ▲폭염 때문에 사망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피해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것 ▲정부의 ‘재난 관리 기금’을 폭염 대응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2월 완성한 ‘폭염 대응 매뉴얼’부터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폭염주의보가 발생할 경우 야외건설 노동자나 폭염 취약계층에 주의 문자를 보낸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기존의 재난문자 발송과 큰 차이가 없고 강제성도 없어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매뉴얼에는 ‘질병관리본부가 폭염 취약계층 DB를 구축해야 한다’고 적혀 있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DB 구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폭염 환자 수, 연령대, 발견 지역 등의 정보를 질병관리본부에 넘기게 돼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익명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형식이라 정확한 DB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망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항목 역시 근본적인 폭염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재호 부경대학교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쪽방촌 어르신 등 취약 계층은 가족이 없는 경우도 많아 사망 보상금이 나와도 크게 의미가 없다”면서 “사망 보상금이 아니라 생전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폭염으로 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