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아동권리협약 비준 30년…역사적 순간마다 NGO 있었다

한국 아동권리옹호 30년

한국 아동권리옹호 30년 역사

‘정부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1989년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의 한 대목이다. 아동의 기본 권리에 대한 개념을 최초로 명시한 이 협약은 196국이 비준한 인권 협약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조약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3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1991년 11월 20일 비준했다. 이때가 아동 권리 역사의 가장 큰 분기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학대 방지 예산 확대, 아동 수당 도입, 아동 성범죄 처벌 강화, 남성 육아휴직 확대, 한 부모 가정 지원 확대 같은 정책적 진전을 이뤄왔다.

아동 권리의 실질적 보장은 결국 법 제도 개선을 통해 이뤄진다. 협약 내용과 부딪치는 국내 법을 풀어야 했다. 한국도 비준 당시 ▲부모 면접 교섭권(제9조 3항) ▲입양 허가제(제21조 1항) ▲상소권 보장(제40조 2항) 등 민법·입양특례법 등과 충돌하는 세 조항을 유보했다.

이후 한국은 2007년 민법 개정을 통해 면접 교섭권 조항 유보를 철회했고, 2011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신고제였던 입양 제도를 법원 허가제로 전환하면서 입양 허가제 조항 유보도 철회했다. 마지막 남은 유보 조항인 아동의 상소권 보장에 대해 정부는 지난 2017년 유엔아동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제5·6차 국가 보고서를 통해 “유보 철회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국내 아동 권리 역사의 순간마다 NGO가 있었다. 이들은 아동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아동 옹호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201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 옹호 캠페인 ‘나영이의 부탁’을 벌여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이끌었다. 당시 시민 49만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대표적 법률인 ‘아동 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2014년에 제정됐다. 이전에도 아동복지법상 아동 학대 처벌과 예방 규정이 존재했지만 처벌 강화를 위한 특례법이 만들어진 건 처음이었다.

아동의 안전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도 최근 10년 사이 집중됐다. 지난 2015년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정부가 놀이터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이듬해에는 아동을 주거지원법상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전국 캠페인이 열렸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2018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 초에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권고한 ‘모든 체벌의 명시적 금지’에 부합하는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제915조) 조항을 삭제하기도 했다.

법 제도 개선은 아니지만 NGO 차원에서 벌이는 옹호 활동도 있다. 대표 사례가 2016년 시작된 통학로 교통 안전을 위한 옐로카펫 사업이다. 옐로카펫은 횡단보도 주변 바닥과 벽면을 노랗게 표시하는 교통 안전 설치물로 지금까지 전국에 1000여 개 들어섰다. 선거 공약이나 정책에 아동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캠페인도 활발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선거마다 아동들이 제안한 공약을 정당과 후보자에게 전달하고 아동 공약 토론회를 열었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는 아동 2만명이 제안한 공약을 후보자 199명에게 전달해 130명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의 아동 권리 증진 활동은 국가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보고한다. 위원회는 국가별 협약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로 국가별 보고서를 심의하고 위원회 차원의 최종 견해를 각국 정부에 다시 전달한다. 후속 조치를 담은 국가 보고서는 다음 회차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 ‘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국가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가장 최근에 낸 보고서다. 이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최종 견해로 ▲아동 관련 예산 증액 ▲차별금지법 제정 ▲아동 자살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강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의 만 14세 미만 유지 등을 권고했다. 최종 견해에 대한 우리나라의 후속 조치를 담은 제7차 국가 보고서는 2024년 12월까지 유엔에 내야 한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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