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착한 가게, 착한 가정, 착한 소비 늘어난다

코로나에도 기부 이어가는 시민들

울산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애림씨는 2019년과 2021년, 두 번이나 ‘착한가게’ 현판을 받았다. 착한가게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 대상 기부 프로그램이다. 매출 일부를 기부하는 점포에 현판을 달아준다.

여씨가 현판을 두 번 받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9월 주방에서 발생한 누전으로 가게가 모두 불에 탔다. 영업 중단. 복구에만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여씨는 매출 0원인 상황에서도 매월 기부를 이어갔다. 가게 공사가 마무리됐고 사랑의열매는 불타 없어진 현판 대신 새 현판을 보내줬다. 2일 더나은미래와 통화하면서 여씨는 “한동안 장사도 못 하고 가게를 다시 복구하는 데 비용도 들었지만 화재를 겪으면서 어려운 사람들 처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 사태 전부터 기부를 시작했는데 여기서 중단하면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거 같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기부를 이어가는 시민이 많다. 지난해 사랑의열매에 모인 기부액은 역대 최대인 8461억원을 기록했다. 기부 규모뿐 아니라 개인 기부자 수도 97만2583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착한가게 캠페인 참여 현황.
/사랑의열매 제공

자영업자 ‘착한가게’, 전국에 3만4000곳

대표적 개인 기부는 자영업자들이 참여하는 ‘착한가게’다. 30년간 수학 학원을 운영해 온 이지현씨도 코로나19로 학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착한가게 현판을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폐업으로 기부를 중단하는 가게가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가게 가입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착한가게가 첫선을 보인 2005년만 하더라도 가입 점포는 10곳에 불과했다. 이후 2014년 9008곳, 2016년 1만8917곳, 2018년 2만6622곳 등 해마다 큰 폭으로 가입자가 늘었고 지난해 기준 전국 3만4362곳에 착한가게 현판이 걸렸다.

식당 등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비롯해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병원, 학원, 마트 등 업종도 다양해졌다. 점주들의 동참이 늘면서 한 지역이나 골목이 이른바 ‘착한거리’로 조성되기도 한다. 지역 상인회에서 10~20곳 사장들이 한꺼번에 착한가게 가입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인천 차이나타운, 포항 설머리 물회지구, 충남 병천순대거리, 제주 성산읍 착한거리 등이 조성돼 있다.

부모나 자녀 이름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가족 단위 정기 기부 프로그램인 ‘착한가정’도 늘고 있다. 지난 2016년 시작된 착한가정은 2018년 1월 가수 박상민 모자(母子) 가정이 1000호, 2019년 10월 가수 노라조 조빈과 반려견 가정이 2000호, 올해 5월 방송인 문천식 가족이 3000호로 이름을 올리면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가 이어진 올해에는 가입 가정 수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3000호 돌파 6개월 만에 1000가정이 더 가입했다. 4000호의 주인공은 지난달 26일 이름을 올린 허재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 가족이었다.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착한일터’ 캠페인은 역사가 20년이 넘는다.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모든 직종의 직장인이 부서나 동아리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시작한 착한일터의 누적 참여자 수는 지난해 기준 19만179명이다.

소비가 기부로 이어진다… ‘착한소비’ 눈길

기업 기부 형태도 개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이나 서비스 비용 일부를 기부로 이어지게 하는 ‘착한소비’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착한소비는 기업의 제품 판매 수익금 일부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공익 연계 마케팅(CRM·Cause-Related Marketing)의 일종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2007년부터 15년째 ‘삼다수 CRM 모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 생수 제품인 삼다수에 사랑의열매 로고를 삽입하는 대신 판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에는 패션 주얼리 브랜드 미니골드가 사랑의열매와 협약을 맺고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다. 판매 수익으로 조성된 기부금은 희소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 의료비 지원에 쓰였다.

올해도 기업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다. GS리테일은 지난 10월 사랑의열매와 손잡고 빼빼로 등 5종의 기획 상품에 대한 수익금 10%를 기부하기로 했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기부가 연계된 고객 참여형 착한 소비 활동 진작을 통해 ESG경영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상균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착한 소비 확산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 소비를 통한 나눔 문화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참여의 장이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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