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외 기업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ESG 경영을 통해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는 동시에 재무 지표를 뛰어넘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은 ESG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ESG 경영은 단기 성과를 낼 수 없는 장기전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기업별로 쏟아내는 ESG 이슈를 중간 점검하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사 10곳의 ESG 경영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 |
SK 그룹은 ‘ESG 전도사’라고 불리는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내세웠던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 기조 아래 ESG 경영을 핵심으로 삼고 미래 변화에 대비한 사업구조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 기조로 SK그룹은 업계에서 ‘ESG 우등생’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등급 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통합 A+ 등급을 획득했고, 특히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전 부문에서 A+ 등급을 받았다.
세계 탄소감축량 1%, SK가 맡는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 폐막 스피치에서 “딥체인지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를 바탕으로 관계사의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빅립(Big Reap∙더 큰 수확)’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빅립’의 관점에서 사회적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그룹이 목표로 삼아야 하는 ESG 분야별 스토리를 직접 디자인해 계열사 수장들에게 제안했다.
최 회장이 구상한 환경 부문 스토리의 핵심은 SK그룹이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 210억t의 1%가량인 2억t을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SK 계열사 CEO들은 우선 기존 사업 분야에서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5000만t을 감축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전기차배터리, 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협력사 지원을 비롯한 밸류체인을 관리해 나머지 1억5000만t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SK는 그룹 단위로는 국내 최초로 지난해 RE100(신재생 에너지로 전력 100% 조달)에 가입했다. 지난 6월에는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자는 ‘넷제로’를 선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의 선두를 이끈다는 사명감으로 2035년 전후로 SK의 누적 배출량과 감축량이 상쇄되는 ‘탄소발자국 제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회 부문에선 2030년까지 30조원 이상의 사회적가치 창출하겠다 목표를 세웠다. SK그룹은 지난 2019년부터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를 ▲경제간접 기여 성과 ▲비즈니스 사회 성과 ▲사회공헌 사회 성과 등 3개 분야로 구분하고 화폐 가치로 측정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사회적가치 창출도 지속할 계획이다. 올해 초 SK그룹이 자영업자와 결식우려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한 ‘한 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온택트 프로젝트는 영세 식당들에 도시락을 주문해 매출 신장을 돕고, 이 도시락을 식사가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상생 프로젝트다. 올 연말까지 총 62만5000천 끼니의 도시락을 취약계층에 제공할 예정이다.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가 핵심으로 꼽혔다. 최 회장은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SK는 그룹 내 최고 협의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17개 계열사 중 상장된 10개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이 중 7개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SK그룹 각 계열사의 이사회는 앞으로 총수 등 경영진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CEO 후보추천 등 선임 단계부터 평가·보상까지 관여하게 할 계획이다.
계열사 경영 핵심은 ‘사회적가치 창출’
SK텔레콤은 첨단 ICT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사회안전망 강화에 기여하는 등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 측정 가운데 ‘비즈니스 사회성과’ 영역에서 ICT 기반 사회적가치 창출 모델 지속적으로 발굴해 2579억원 규모의 높은 성과를 올렸다. 이는 사회적가치를 측정하기 시작한 2018년 대비 5.5배 증가한 수치이다. ‘T맵 운전습관’ 서비스를 통한 교통사고 예방 효과와 함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이용자 증가가 어르신들의 안전 향상에 기여한 측면이 주요 성과로 기록됐다. 이 밖에 헌혈자 건강관리 서비스 ‘레드커넥트’로 국내 재헌혈률 향상에 기여한 점과 ‘금융 데이터 신용 평가’를 통해 11번가 소상공인을 지원한 사례도 2020년 주요 신규 실적으로 반영됐다.
SK 하이닉스는 지난 1월 발표한 사회적가치 창출 중장기 추진 계획인 ‘SV 2030(Social Value 2030)’을 실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V 2030’는 ▲환경 ▲동반성장 ▲사회안전망 ▲기업문화 등 4개 분야의 사회적가치 창출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넷제로 완수,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 ICT를 기반으로 한 취약계층 지원, 다양성·포용성에 기반을 둔 기업문화 정착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환경 분야 사회적가치 창출해 집중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했고,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하고 폐기물 저감과 수자원 재활용 확대 등 환경 분야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기존 저장장치인 HDD를 저전력 SSD로 대체하는 등 친환경 기술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2021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 기금 전달식’을 갖고 총 35억원을 협력사에 전달했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한 금액이 담겼다. 추가로 매칭 그랜트 방식(임직원의 기부 금액에 맞춰 기업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출연해 조성한 ‘1% 행복나눔기금’ 중 절반인 27억원에 정부와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금이 모여 조성됐다. 2018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은 올해까지 4년간 총 97억7000만원, 누적 2만2000여명의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지원됐다.
SK렌터카는 지난해부터 친환경 차 구매·보급을 위해 980억원 규모의 친환경 녹색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3월에는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100’ 캠페인에 참여하며 2030년까지 자사 보유 차량 약 20만대를 100%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SK 렌터카는 이러한 성과로 지난해 KCGS ESG 평가 통합 B등급에서 두 단계 상승한 A등급을 받았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