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던 아이가 “더 풀래요”…게임처럼 배우는 점자 교구의 힘

중고폰과 RFID 카드로 만든 ‘하루 10분’ 점자 학습 교구 개발기 “기역은 몇 번 점일까요?” 점자가 새겨진 작은 카드를 스마트폰에 갖다 대자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손끝으로 점자를 더듬으며 숫자 버튼을 누르자, “정답입니다!”라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다음 문제가 이어졌다. SK행복나눔재단이 개발한 점자 학습 장난감 ‘슬라이닷(Slidot)’의 이야기다. 지난 25일 열린 ‘프로젝트 줌인’ 세미나에서 이 제품이 공개됐다. 스마트폰과 9개의 버튼이 달린 작은 본체에, RFID 스티커가 붙은 점자 카드만 있으면 게임을 하듯 점자 공부를 할 수 있다. 시각장애 아동을 지원해온 재단은 지난 3~4년간 이들의 학습 환경을 분석했다. “점자 배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어릴 때 울면서 외웠다”는 아이들의 말에, 재단은 기존의 종이 인쇄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슬라이닷 개발을 총괄한 곽예솔 SK행복나눔재단 전략기획팀 매니저는 “고통이 아닌 ‘재미’로 점자를 배울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 “단순하고 싸게, 하지만 오래 쓰게” 슬라이닷 개발 목표는 단순했다. 값싸고, 쉽고, 아이가 매일 쓰고 싶게 만들 것. 첨단 점자 디스플레이는 생산비가 너무 높았다. 대신 점자가 새겨진 종이 카드에 RFID 스티커를 붙이는 저비용 구조로 전환했다. 카드 한 장당 제작비는 1500원 수준. 총 2000여 개의 문제 카드가 만들어졌다. 본체에는 중고 스마트폰을 넣었다. 5만 원대 기기 하나에 스피커, 디스플레이, 리더기가 모두 들어있어 안성맞춤이었다. 외형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 브릭’ 형식으로 바꿨다. 수정과 조립이 쉬워 실사용자 반응도 좋았다. 퀴즈 앱도 공을 들였다. 또래 아이의 목소리로 문제를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5인 체제로…과학·디자인 전문가 영입

과학기술·디자인·외교계 등 전문가 영입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5인 체제 전환 2008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 민간단체인 기후변화센터가 공동대표 5인 체제로 전환한다.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변보경 서울관광재단 이사장, 윤영균 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 3인에 더해, 과학기술과 디자인 분야 전문가 2인이 신임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신임 공동대표로는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과 서수경 숙명여대 미술대학 디자인학과장이 선임됐다. 이태식 회장은 국제건설로봇자동화학회 이사, 국제 문 베이스 얼라이언스(International Moonbase Alliance) 집행이사로 활동 중이며, 과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을 지냈다. 서수경 학과장은 환경디자인 전문가로, 현재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장, LX하우시스 사외이사, 외교부 문화외교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번에 선임된 이태식 회장은 “과학기술계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공동대표로서 각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 기반 해법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임 이사도 새로 합류했다. 이번에 이사진으로 선임된 인사는 총 4명이다. ▲이동규 前 주라트비아 특명전권대사 ▲정연정 숲자라미 대표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이사 ▲박미정 넥스나인 부사장이다. 이동규 전 대사는 외교부 기후에너지환경과학국장, 국가기후환경회의 국제협력 담당 국장 등을 지냈다. 정연정 대표는 숲 생태교육 사회적기업 ‘숲자라미’ 운영자로, 서울시 람사르습지 밤섬포럼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이지선 대표는 환경재단 분과 부회장,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는 등 ESG 전문가로 불린다. 박미정 부사장은 UN기후변화협약 글로벌혁신허브 아시아 총괄, 세계은행 프로젝트 컨설턴트, 고양시 국제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번에 선임된 신임 공동대표와 이사들의 임기는 2년이며, 오는 4월 1일부터 시작된다. 연임도 가능하다.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이제는 일하는 이사회로 거듭날 때”라며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고립 위험 속의 미취업 청년, 한국과 일본의 풀이법은

고립·은둔 청년 위한 韓·日 비영리 조직 교류 현장 한국, 청년 일자리 문제 속 고립 문제 커져가 “저는 스키마바이트를 자주 해서 ‘타미이(Timee)’ 앱에서 마스터 레벨을 받았어요.” 일본 청년 토씨(21)는 짧은 일자리 경험을 웃으며 이야기했다. ‘스키마바이트’는 ‘틈새’(スキマ)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로, 1시간~하루 단위로 일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한일 청년 교류 행사. 한국의 청년 지원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와 일본의 ‘소다테아게넷’이 공동 주최한 이 자리에선 두 나라 청년들의 일자리 고민과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교차했다. 일본 청년 아야에(28)가 “짐 나르는 스키마바이트를 했는데, 모두 말없이 일하는 모습이 기계 같았다”고 말하자, 한국 청년들은 “그거 쿠팡이랑 똑같다”고 외쳤다. 일본 앱의 ‘마스터 레벨’이 임금 상승과 연결되는지를 묻자 “아직은 아니다”는 답도 돌아왔다. 토씨는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는 건 스트레스지만,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굳이 안정적인 직업이 없어도 된다”는 인식도 늘고 있다는 말에, 한국 청년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다. ◇ 청년이 자기만의 일자리 찾도록 돕는 韓-日 비영리단체 한국의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는 가상의 회사 ‘니트컴퍼니’를 운영한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청소, 독서 등 간단한 ‘자체 업무일과’를 수행하며, 온라인으로 출퇴근 기록을 남긴다. 구성원 간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주간회의와 사내 봉사활동 등도 함께 진행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청년들이 ‘무업 기간’을 혼자가 아닌 공동체 속에서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니트컴퍼니’라는 이름은 일본 도서 ‘극락컴퍼니’에서 따왔다. 은퇴자들이 가상의 회사를 만들어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에서

“망해도 괜찮아”…실패를 딛고 다시 서는 사람들

유쾌한반란, 제21회 소셜임팩트포럼 개최 “실패를 자산으로…다시 시작할 힘을 나누다” “20대 초반, 사이버 스토킹 피해로 세상이 무너졌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물고기를 키우면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21회 소셜임팩트포럼 ‘망해도 괜찮아’에서 안신영 아쿠아큐어링 대표는 자신이 겪은 실패와 재기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안 대표는 범죄 피해 이후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겪었지만, 물고기를 돌보는 일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 피해 생존자들에게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제공하는 ‘아쿠아큐어링’을 창업했다. 그는 “힘들 때 옆에서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저도 다른 피해 생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은 사단법인 유쾌한반란과 아트임팩트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강연과 토크콘서트, 전시로 구성된 행사에는 창업가, 사회적 기업 관계자,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해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법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파란만장컴퍼니의 고혜진 대표는 창업과 폐업,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공유했다. 고 대표는 10년 이상의 사업 경력을 가진 38세 싱글맘으로, 파산과 우울증 등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 왔다. 고 대표는 “나의 실패를 드러내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실패했던 경험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는 자산이 되었으니 망해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는 송윤일 아트임팩트

아름다운재단 미래를 모금하라: 웹3.0 시대, 블록체인·암호화폐·NFT를 활용한 혁신적 모금 방법
가상자산부터 NFT까지 …비영리단체 위한 모금 전략 안내서 출간

아름다운재단 ‘미래를 모금하라’ 출간…21일 북토크 개최디지털 자산 활용한 혁신적 기부, 실무 전략 제시 가상자산을 활용한 비영리 모금 전략을 다룬 책이 나왔다. 아름다운재단은 ‘미래를 모금하라: 웹3.0 시대, 블록체인·암호화폐·NFT를 활용한 혁신적 모금 방법’을 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책은 비영리단체가 가상자산을 활용해 모금을 진행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소개하는 실무 안내서다. 아름다운재단은 출간을 기념해 오는 21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북토크를 열고 가상자산의 공익적 활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암호화폐 기부 플랫폼 ‘더 기빙 블록(The Giving Block)’에 따르면, 2024년 암호화폐 기부 규모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500억 원)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올해 상반기 내 비영리 공익법인의 디지털 자산 매도가 가능해지면서, 가상자산이 새로운 기부 방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에게 디지털 자산을 이해하고 모금 전략을 수립할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책은 ▲블록체인·암호화폐·NFT 개념 정리 ▲가상자산 기부 플랫폼 및 사례 분석 ▲비영리단체를 위한 모금 전략 및 조직 내 시스템 구축 방안을 다룬다. 저자인 이현승 굿네이버스 글로벌임팩트 국제감축사업본부장은 국내 최초로 비영리단체의 가상자산 기부 체계를 도입한 모금 전문가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공유한다. 공동 저자인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공익법인의 디지털 자산 활용을 연구하며 건강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출간을 기념한 북토크 ‘가상자산 모금, 이제는 시작할 때’는 21일 오후 2시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행사에서는 이현승 저자가 ‘가상자산 모금의 기회와 도전’을, 장윤주 저자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공익적 활용’을 주제로 강연한다.

사람이 만드는 공동체, 덴마크에서 찾은 사회적 자본의 비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신뢰와 협력이 바탕이 된다면 삶은 더욱 편안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공동체 내에서 신뢰와 협력이 원활하게 작동할 때, 사회적 자본은 강해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진다. 덴마크는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제도와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나라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홍삼’은 “지역의 사회적 자본이 건강하지 않다면, 귀농·귀촌 청년들이 그곳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덴마크를 찾았다. 7일간의 탐방을 통해 신뢰와 협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확장되며, 공동체를 변화시키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 함께 먹고, 대화하고, 성장하는 덴마크 공동체의 힘 덴마크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협력하는 것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신뢰와 협력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들이 있었다. 사람책 도서관(Human Library), 랑엥 주거 공동체(Lange Eng), 스반홀름 행복마을(Svanholm), 그리고 덴마크 자유학교(International People’s College)다. 비슷한 듯 다른 4곳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형성하고, 확장, 확산해나가는지 몸소 보여주었다. 사람책 도서관(Human Library)은 2000년, 편견과 차별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특정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 법한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탐방 중 한 게이 부모를 ‘사람책’으로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와의 대화는 덴마크가 어떻게 다양성을 존중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랑엥

덴마크는 ‘남성 난임’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된 시대에도 아이를 원하지만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난임 문제는 흔히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남성 요인이 36%를 차지하며 증가 추세에 있다. 2024년 UN 세계행복지수 2위에 오른 덴마크 역시 저출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덴마크 출산율은 1.5명으로, 인구 유지선인 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면 가족친화적 정책이 잘 갖춰진 덴마크에서는 ‘남성 난임’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두 개의 선’은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난임 문제를 성별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 난임,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덴마크 코펜하겐시는 주치의 제도와 데이터 기반의 건강 정책으로 불평등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성인 25~44세의 20%가 난임을 겪으며, 난임 시술로 태어난 아이들이 전체 출생아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보건복지관리국을 총괄하는 카트린 셰닝(Katrine Schjønning)은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예방 전략과 공공 및 민간 협력을 통한 종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광역지자체가 난임 클리닉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초지자체는 성교육과 시민 인식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환경 문제 대응, 성소수자 정책, 학교 및 NGO와의 협력 등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난임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셰닝은 젊은 세대가 전쟁이나 환경 위기, 자아실현 등을 이유로 출산을 늦추면서 난임 위험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덴마크는 청소년 성교육에서 질병 예방이나 피임뿐 아니라, 출산 가능한

보이스피싱·고수익 알바…경계선지능청년, 금융 사기 피하는 법 배운다

사각지대 해법찾기 [경계선 지능인] <5> ‘금융사기 예방’ 토스씨엑스 교육 현장을 가다 “돈이 필요한데 일자리가 없을 때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혹한 경험이 있었는데,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알고 있으면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딱 머리에 박히게 됐어요. 아직 돈 관리가 조금 어려운데, 조금 더 배워나가고 싶어요.”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스퀘어 오브 토스’에서 열린 금융사기 예방 교육에 참석한 한 청년은 “이번 교육을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가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교육은 금융사기에 특히 취약한 이들을 위해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비대면 상담 전문 계열사 ‘토스씨엑스’가 마련한 자리다. 경계선지능청년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교육은 금융사기 예방 교육과 체험활동으로 구성됐다. 먼저,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 사례 교육이 진행됐다. 각 금융사기 유형별로 실제 피해 사례를 각색해 보여주며,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청년들이 직접 답을 내보며 사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쓰리고(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하고)’ 등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표어도 소개됐다. 교육을 마친 후 소감을 묻자,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쓰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교육에 참석한 한 보호자는 “경계선지능청년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한다”며 “내일을 대비해 스스로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아무리 가르쳐도 잘 안 됐는데, 보이스피싱부터 신종 금융사기까지 ‘쉽게’ 배우다 보니 나 역시 몰랐던 걸

고아원 없앤 영국·스위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해답은

2023년 보건복지부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약 10%는 고립·은둔 상태에 있다.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이 겪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복지 선진국 영국과 스위스를 찾았다. 두 나라는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와 체계적인 보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배우고 한국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것이 이번 여정의 목적이었다. ◇ 영국과 스위스에선 이미 사라진 ‘고아원’ 영국과 스위스는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대규모 고아원을 없애고 소규모 돌봄시설과 위탁가정으로 보호 체계를 전환했다. 1980년대부터는 보호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2022년이 되어서야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며 변화의 첫걸음을 뗐다. 이번 방문에서 만난 비영리기관 ‘월드 위드아웃 오펀스(World Without Orphans·이하 WWO)’는 가족 기반 돌봄을 원칙으로 빈곤과 폭력 등 가족 해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WWO는 위탁가정과 친족 돌봄, 입양 등을 적극 지원하며, 돌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과 멘토링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가정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부모의 빈자리,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돌봄 필요 “친부모와 함께 살지 않은 모든 아이들은 트라우마를 경험합니다. 친가족에서 떼어놓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고 이별과 상실을 통해 트라우마는 남습니다. 치유를 위한 대체 가족이 없다면 트라우마는 남습니다.” 영국에서 만난 WWO

디지털 자산, 사회공헌의 새 길 열까…국회서 세미나 개최

3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IDAC)가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익법인 디지털 자산 활용 세미나: 디지털 자산으로 넓히는 사회공헌의 지평’을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리며,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와 디지털자산기부연구회(DADA)가 공동 주관한다. 지난 13일 정부가 비영리법인의 디지털 자산 활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번 세미나는 비영리법인의 디지털 자산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자리다. 원은석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은 ‘사회공헌: 디지털 자산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테스트베드’라는 주제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사회공헌의 가능성과 제도적 과제를 짚는다. 이어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장이 ‘디지털 자산의 공익 활용 현황과 기부 처리 사례’를 발표하며,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실무적 문제를 공유한다. 이호성 이촌세무회계 대표는 ‘공익법인의 가상자산 활용에 대한 세무·회계적 이슈’를 발표하며, 가상자산 기부 시 발생하는 회계 처리 및 세금 납부 문제를 설명한다. 또한, 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 기부 활성화를 위한 법률·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관련 법률과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패널 토론에서는 ‘공익법인 디지털 자산 활용,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정부, 산업계, 법조계 관계자들이 논의한다. 홍원준 가천대 초빙교수가 좌장을 맡고,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관계자,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 및 수탁 서비스 기업 관계자가 참여해 각 분야의 시각을 전달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와 기부 문화를 접목하면 사회공헌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비영리법인이 디지털 자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줄이면 도시가 달라진다…네덜란드·독일의 선택

행정안전부가 2023년 공개한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53%에 불과하다. 이는 2007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목표치 1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중장기 계획으로 ‘국가자전거정책 기본계획(2022~2031)’을 수립했지만, 자전거를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게 할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절실한 시대,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더욱 주목받아야 한다. 특히 단거리 이동량이 많은 도심에서는 교통 혼잡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연계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로 인프라와 계속 혼잡해지는 교통환경 속에서 자전거 이용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 참여 기반의 자전거 활성화 프로젝트를 위해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메이크웨이브(MakeWave)’는 자전거 선진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정부와 독일 베를린의 시민단체 ‘체인징시티(Changing Cities)’를 방문해 성공 사례를 탐구했다. ◇ 암스테르담이 자전거 도시로 거듭난 이유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국가로 평가받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자동차 증가로 인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을 넘었고, 이 중 어린이 사망자가 약 500명에 달했다. 이에 시민들은 ‘어린이들을 그만 죽여라(Stop de Kindermoord)’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결국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고, 암스테르담은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거듭났다. 암스테르담 시정부의 교통 및 공공공간 담당 부서의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앤 호빙(Anne Hovings)은 “자전거 중심의 변화 자체가 도시 계획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교통, 건물, 공공시설 등

외로움은 ‘개인 탓’이 아니다…영국에서 찾은 해법

한국인의 57%가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적 불편함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교류 단절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정부부처’를 신설하며 이 문제에 정면 대응했다.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대화와 연결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처방’ 모델을 만들어 외로움 해소에 접근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의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사이시옷(ConnectorS)’은 영국의 외로움 해소 정책을 직접 취재했다. 정부기관부터 대학 연구소, 민간단체까지 영국의 종합적인 해결책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 세계 최초 ‘외로움부’ 신설한 영국 정부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외로움부의 엠마 배로우(Emma Barrow)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17년 조사에서 전체 인구의 14%인 900만 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중 3분의 2는 이를 털어놓을 곳조차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콕스(Joanne Cox) 하원의원의 뜻을 이어 설립된 DCMS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전담 부처로 지정된 정부기관이다. 현재 60개 정부기관과 150개 민간단체와 협력하며,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낙인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유도하며, 증거 기반 정책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엠마 배로우는 “통계뿐 아니라 변화된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로움 해소, 단기 처방 아닌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에는 외로움을 전문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