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험난한 장애인 보조 기기 분야… 사회적 가치 품고 10년을 달리다”

[인터뷰] 장애인 이동 보조 기기 개발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 장애인 이동 보조 기기 개발·판매업은 일반적인 사업가들이 도전을 꺼리는 분야다. 시장 규모도 크지 않고 제품을 한번 산 고객은 최소 5년에서 10년은 사용하기 때문에 신규 구매도 많지 않은 편이다. 쉽지 않은 구조인 걸 알면서도 이 분야에 겁 없이 뛰어든 회사가 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이지무브’다. “설립 당시 이미 두어 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과 품질은 30년 전 수준에 멈춰 있었죠. 소비자들은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A/S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이런 분야에 꼭 필요한 게 ‘사회적기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9일 경기 안양 이지무브 사옥에서 만난 오도영(54) 대표는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정말 힘들어 때론 도망가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 일이야말로 사회적기업 아니면 못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매달렸어요. 이윤이 크게 안 남는 일이라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비즈니스죠. 10년을 했으니 이제는 도망가기에는 늦은 것 같고, 대신 더 멀리 나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웃음).” 소유와 경영의 분리, 대기업과 협력… 10년간의 실험 이지무브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밑그림은 ‘정부·지자체·기업·시민사회가 함께 만드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시작한 시도였지만 부침 속에서도 탄탄하게 사업을 설계해 갔다. 오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넘어 ‘완벽하게 공공성을 갖춘 기업’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품질이 뛰어난 장애인 이동 보조 기기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면서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느슨한 모임’이 세상을 바꾼다

작은 모임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일단’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출발했다. 사회문제 하나씩 붙들고 할 일을 찾아 나선 모임들은 불과 2~3년 만에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이 느슨한 모임은 번듯한 조직을 갖춘 시민단체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인스팅터스’가 대표적이다. 인스팅터스는 콘돔과 월경컵 등을 유기농 혹은 식물성 비건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지난해에는 매출 50억원을 올렸다. 지금은 10명 넘는 직원이 일하는 번듯한 회사가 됐지만, 인스팅터스의 시작은 20대 초반의 또래 3명이 만든 작은 모임이었다. 박진아 공동대표는 “콘돔은 건강한 성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인데, 왜 언급 자체를 터부시할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면서 “이후 콘돔을 구하기 어려운 청소년, 발암 물질이 나오는 기성 콘돔 등의 문제로 옮겨갔고, ‘친환경 콘돔을 직접 만들어 팔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창업 6년 차가 된 올해는 퀴어 퍼레이드, 디지털 성범죄 방지 연구, 코로나19 의료진 등에게 돈과 물품을 기부할 정도가 됐다. 박진아 공동대표는 “사업 모델이 기존 공익 활동과 다르다는 점에서 번번이 지원 사업에서 떨어졌다”면서 “그렇게 2년이나 버텨야 했는데 마침 청년 모임에 모임비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해주는 서울시 청년허브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최근 청년들의 공익활동 트렌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빈틈 메우기’라고 했다. “각자가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본다는 게 요즘 청년들 방식이에요. 시민단체나 창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기존 방식에 속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새로운 사회문제 해법이 나오지

페트병으로 옷을?…’쓰레기 경제’ 뛰어드는 소셜벤처

폐플라스틱 섬유로 운동화·가방 등 제작 ‘폐기물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움직임도 “최근 몇 년 새 폐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드는 소셜벤처가 부쩍 늘었습니다. 2017년 창업 당시만 해도 경쟁사가 손에 꼽을 정도였거든요. 대기업들도 친환경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입니다.” 소셜벤처 ‘몽세누’의 박준범 대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 패션 의류를 만든다. 원단은 페트병에서 추출되는데 비율에 따라 20% 라인부터 100% 라인까지 다양하다. 피부와 맞닿는 면이 적은 아웃도어나 방수재킷은 100% 플라스틱 원단으로, 티셔츠와 후드티는 유기농 면 소재와 혼방하는 식이다. 쓰레기를 활용한 창업 아이템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소셜벤처가 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소재는 폐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한 재활용 섬유로 소비재를 제작하는 것이다. 친환경 신발을 만드는 소셜벤처 LAR은 페트병 5개로 운동화 한 켤레를 뽑아낸다. 제작 과정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신발끈까지 100% 재활용 원료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폐페트병으로 가방을 만드는 플리츠마마는 최근 환경부·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개발공사·효성티앤씨와 함께 페트병 수거부터 재활용 섬유 추출, 친환경 가방 제작까지 협력하는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셜벤처 ‘리와인드’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원료로 테이크아웃 잔을 만들고, 밀짚으로 도시락 용기를 제작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전국 1500여 곳의 카페, 호텔, 리조트 등에 생분해 일회용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에 테이크아웃 용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에 밀짚으로 만든 도시락,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스푼, 아이스 컵을 납품하고 있다. 김은정 리와인드 대표는 “천연 소재로 만든 생분해 일회용품을 땅에 묻으면 3개월 이내 자연에서 분해되고,

“휴교령으로 학교 못 갔는데… 라디오 교육방송 덕에 즐겁게 배워요”

탄자니아 아이들 교육 공백 지원 지난 3월, 탄자니아 잔지바르 자치정부 지역에 사는 파트마 아메드 유수프씨는 큰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마리암이 다니는 학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종일 일하는 파트마씨는 집에서 딸을 돌봐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름에 빠졌던 파트마씨 가족에게 한 달 만에 희망이 찾아왔다. 탄자니아 자치정부가 휴교령으로 생긴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라디오를 활용한 교육방송을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다. 마리암은 “학교를 안 나가니 심심했는데 교육방송을 틀어놓으니 공부도 배우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마리암은 요즘 라디오를 통한 산수와 글쓰기 수업에 푹 빠져 있다. 탄자니아 교육 공백 메운 韓 ‘언택트 교육’ 탄자니아 잔지바르 자치정부는 정부-교육부-기업이 합심해 언택트 교육을 진행 중이다. 잔지바르 자치정부는 지역 내 라디오 보급률이 62.4%에 달하고 특히 청소년들이 있는 집에는 라디오가 대부분 구비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휴교령이 내려진 직후부터 방송국과 함께 교육방송 제작에 나섰다. 교육부와 공영·케이블 방송국이 합심해 제작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인 지난 4월 24일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오마르 사이드 알리 잔지바르 자치정부 교육부 정보통신국장은 “다른 나라처럼 온라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기기가 부족해 엄두가 안 났는데 라디오·TV를 활용해 큰 효과를 봤다”고 했다. 라디오를 수단으로 선택한 후엔 학령기에 따라 가장 중요한 과목부터 시급하게 제작에 들어갔다. 초등학교용으로는 국어(스와힐리어)·수학·영어·과학을, 중등학교용으로는 화학·물리·생물·수학 과목을 제작했다. 빠른 대응 뒤엔 한국이 있었다. 잔지바르 자치정부는 ‘콰라라미디어교육센터’를 교육방송 제작·송출의 거점으로

청년들을 사회적기업가로 이끈 건…16년 전 세상에 나온 ‘작은 책 한 권’

[인터뷰] 사회적경제 ‘동탑산업훈장’ 받은 정선희 카페오아시아 이사장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설명할 때 지겹도록 회자되는 말이 있다. “빵을 팔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고 했던 미국의 사회적기업 루비콘 베이커리의 슬로건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대통령도 인용할 만큼 유명해진 말이지만, 2004년 문고판 책자에 담겨 국내에 처음 소개될 당시만 해도 신선하고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한국의 수많은 청년과 대학생을 사회적기업가의 길로 이끌었던 조그마한 책. 정선희(59) 카페오아시아 이사가 쓴 ‘사회적기업’이라는 책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초 정선희 이사에게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오랜 기간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하는 훈장이었다. 정선희 이사는 사회적경제 분야에 몸담았던 지난 16년을 돌아보며 ‘잘한 일’ 세 가지를 꼽았다. ‘사회적기업’이라는 책을 쓴 일,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세스넷)를 만든 일, 카페오아시아(cafeOasia)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한 일이다. “세스넷 할 때까지만 해도 ‘훈수 두기’ 전문이었는데, 카페오아시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떠들었던 게 얼마나 멋모르고 한 소리였는지 알게 됐어요(웃음). 사회적기업 하는 사람들이 진흙 속에서 걷듯이 무겁게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이제는 함부로 훈수 안 둡니다!”  인생을 바꾼 책 지난 14일 만난 정선희 이사는 절판된 작은 책 한 권을 기자에게 건넸다. “이 책이에요. 보잘것없죠. 책이라기보다는 자료집에 가까워요. 미국 사회적기업 사례를 모으고 분석한 내용이죠. 이 책 읽고 사회적기업가가 되고 싶다며 찾아온 청년이 여럿 있었어요. 내 인생도 이 책 때문에 달라졌고요.” ─인생이 달라졌다니요? “비영리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이 책 쓰고 나서 사회적경제로 완전히 분야를 옮겼으니까요.”

굿네이버스-그라운드X, 블록체인 기술로 아프리카 식수 개선 나선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와 손잡고 ‘코로나 19 예방 굿워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굿네이버스가 자체 진행했던 ‘굿워터 프로젝트’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아프리카 잠비아에 사는 코로나19 취약계층 아동의 식수와 위생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그라운드X는 이를 위해 다음 달 31일까지 디지털 자산 지갑 서비스 ‘클립(Klip)’에서 기부금을 모금한다. 기부는 클립의 대표 디지털 자산인 ‘클레이(KLAY)’로 가능하다. 기부된 디지털 자산은 지원이 시급한 잠비아 아동의 코로나 19 감염예방을 위한 마스크와 식수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 참여자에게는 굿네이버스의 기부 인증 카드 대신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의 형태로 지급된다. 이벤트 종료 시점까지 누적 기부 수량에 따라 굿 프렌드 카드, 굿 엔젤 카드, 굿 히어로 카드 등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카드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에 영구 저장되며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다. 아울러 오는 19일까지 누적 30 클레이 이상을 기부한 선착순 100명에게는 굿네이버스가 주최하는 ‘제4회 STEP FOR WATER 희망걷기대회’ 초대 혜택을 추가 제공한다. 이번 캠페인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기부 과정이 클레이튼에 투명하게 기록된다는 점이다. 모금 현황은 클레이튼 블록체인 탐색기인 ‘클레이튼스코프(scope.klaytn.com)’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를 위해 모금 관련 주요 현황 정보를 프로젝트 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배상언 그라운드X월렛 그룹 총괄은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과 클립 서비스의 쉬운 사용성이 더해진 이번 활동이 기부에 대한 신뢰는 높이고 허들은 낮추는

한국모금가협회, 국내 첫 유산기부연구회 발족

한국모금가협회가 기부 전문가로 구성된 유산기부연구회를 발족했다고 9일 밝혔다. 유산기부연구회는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와 박정배 고려대학교 등 전문가를 포함해 유산기부 전문가과정 수료생 15명으로 구성됐다. 한국모금가협회는 “일반적인 기부와 달리 유산기부는 기부자의 생애까지 고려해야 하는 전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모금가협회는 지난해부터 경력 5년 이상의 모금가들을 유산기부 전문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1기 수료생 8명에 이어 올해 2기로 7명이 전문가과정을 마쳤다. 이날 허탁 한국모금가협회 이사장은 “유산기부연구회는 국내 유일의 기부 전문연구조직으로서 사례 분석과 연구를 통해 대학, 병원,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산기부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돕고 올바른 기부문화 정착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정민 더나은미래 기자 hoom@chosun.com]

비영리, 부당해고·갑질에도 공익제보 꺼리는 까닭?

시민사회·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당한 해고나 인사 발령은 물론 폭언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보다 이를 공론화하고 바로잡기 쉽지 않아서다. 지난 2018년부터 운영되는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시민사회 대나무숲’에는 이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페이지 운영자는 “비슷한 패턴의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제보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대부분 ‘단체 내 부조리로 고통스럽지만 어디 말할 데가 없어 대숲을 찾았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더나은미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각종 비리나 갑질 등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보고도 공익제보를 꺼리는 이유를 분석했다. 각자 속한 조직과 피해 양상은 달랐지만, 활동가들이 공론화를 꺼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좁혀졌다.  유형1  “고발해봤자 해결 안 된다” 지난 2012년 비영리재단에서 근무하던 A씨는 일방적인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입사 전 약속받은 정규직 전환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곧장 부당해고에 맞선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재판은 4년을 끌었다. 1심에서 A씨가 승소했지만, 재단 측이 불복해 법정 다툼은 2심까지 갔다. 결국 2심에서도 ‘부당해고 인정 및 원고 복직’ 판결을 받아내면서 싸움이 마무리됐다. 동료 노조원들이 힘을 보태준 덕이었다. 하지만 A씨는 재단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이미 다른 직장에 취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소송 중에도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노조원들이 ‘잘못을 바로잡아보자’며 함께 나서줬다”면서도 “결국 재판에선 이겼지만 사건의 발단인 재단의 대표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노조는 해체됐다”고 말했다. 당시 노조원들은 부당해고 사건의 원인을 대표의 재단 사유화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비영리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져도 제대로 해결한 경험이 없다 보니

[기후금융이 온다] 해외에선 기후변화 대응, 환경부 아닌 ‘재무부’가 한다

④기후금융 준비하는 금융위 최근 환경부가 우리나라 정부 기관 최초로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지지 선언을 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환경부가 ‘기후변화’ 이슈를 다룰 수는 있어도 TCFD와 같은 ‘기후금융(Climate Finance)’ 이슈를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2015년 설립된 TCFD는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의 요청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조직이다. 기업의 재무보고서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2017년 발표했고, 전 세계 1000여 개가 넘는 기관과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7개 정부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에 환경부가 지지 선언한 것도 이 권고안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환경부의 선언도 좋지만 돈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획재정부나 금융 당국의 선언이 나와줘야 영향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금융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게 기후금융의 핵심인데, 환경부는 금융 정책에 관여하기가 어려워 기후금융 어젠다를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환경부가 아닌 재정 당국이나 금융 당국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재무부 주도로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영국 재무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자동차 보유세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에 세금을 더 매기는 식이다. 올해 4월부터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의 세금을 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2011년에는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CPF(Carbon Price Floor)라 불리는 탄소세 정책을 펼쳐 성과를 거뒀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추가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통해 석탄발전소

[진실의방] 일 잘하는 사람

코리아나호텔 주차장에 차를 대기 시작한 건 2011년이었다. 수개월간 회사 주차장을 비롯해 여러 주차장을 배회하다가 마침내 정착한 곳이었다. 월 주차비 12만원. 도심 한복판에 있는 주차장치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차 관리하는 분들이 다 좋았다. 세 명의 관리자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책임이 많았던 그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소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계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매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업무를 했고 바쁜 와중에도 늘 단정하고 친절했다. 두 달 전쯤 주차장 입구에서 뚝딱뚝딱 공사를 하더니 차량 드나드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바뀌었다. 예전 시스템이 참 구식이었단 걸 그제야 깨달았다. 사람이 부스에 앉아서 차단기를 일일이 열어주는 방식이었으니까. 시스템이 바뀐 뒤에도 한동안 관리자분들이 보여서 별문제 없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모두 사라져버렸다. 소장님과 10년간 매일 얼굴 보며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일하는 모습으로 그를 기억할 뿐이다. 일을 참 즐겁게 하는 사람. 그러므로 좋은 사람. 공익제보자 A는 기부금단체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사표를 썼다. 조직이 갑자기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고 그 꼴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뒀다고 했다. 새 직장을 찾은 그는 전 직장의 갑질 비리 의혹을 제보하겠다며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다. A를 만나러 나가는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좀 길게 했다. 우리가 궁금한 건 제보자의 개인적인 사연이 아니라 팩트다, 기사를 쓰는 이유는 개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함이 아니라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공익제보자라고 다 좋은 사람은

[글로벌 이슈] UN 기부금 쏠림 현상이 코로나 대응 늦춘다?

美 싱크탱크 CGD 보고서 발표 UN 중심 관료적 의사결정 지적 지역 사회에 전달된 사례 미미 UN 중심의 관료적 의사결정이 코로나19 대응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기부금이 UN 기구에 쏠리면서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CGD(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세계개발센터)’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UN 중심의 의사결정 관행이 사업 효과성을 떨어뜨리는 개발협력 분야의 고질적 문제가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에 약 2조9975억원(약 25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내놨지만, 정작 이 돈이 최전선에서 감염병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제때 전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지연이 감염병 대응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CGD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기부금이 UN에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부금의 74%에 해당하는 약 2조1582억원(약 18억달러)이 유니세프, 국제보건기구 등 UN 기구로 들어갔다. 그외 비영리단체(NGO)로 간 돈은 전체 기부금의 3%인 약 875억2700만원(약 7300만달러)이고, 그중에서도 지역 기반 소규모 단체에 직접 간 돈은 0.07%에 불과한 약 12억740만원(약 100만7000달러)이다. CGD는 ▲감염병 대응 지연 ▲중계 비용 확대 ▲재정 투명성 악화 등 세 가지를 들어 이 같은 관행을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반년이 돼 가는데, 아직도 UN에 기부된 돈이 지역사회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UN 기구는 돈이 특정 기관이나 정부에 전달된 경우 이를 공개하고

[新복지사각지대] 작은 도움의 손길로 위기가정 다시 일어선다

③작은 도움으로 일어서는 위기가정 “누가 옆에서 좀 거들어주면 다시 잘살 수 있을 거 같아요. 혼자서 이 처지를 벗어나려고 애쓰곤 있는데, 이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A(46)씨는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 고아로 자라 어린 시절부터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왔다. 열일곱에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고, 곧장 사회로 나갔다. 생계를 위해 택배기사, 지게차 운전, 전기 배선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했다. 그렇게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2012년 몸이 무거워 찾은 병원에서 췌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장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은 치료비로 쓰였다. 한번 나빠진 경제 상황은 건강만큼이나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2016년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려는 A씨의 의지는 강하다. 한동안 손 놓았던 법률 공부를 하기 위해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A씨는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생계급여 포기각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담당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상담 초기부터 A씨는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며 “누구보다 자활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공근로 월급은 100만원 남짓. 재기를 위해 애쓸수록 생활비가 늘었다. 지난해 6월,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A씨로부터 “LH전세자금대출 이자를 1년간 내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고 난감해졌다.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A씨처럼 근로 소득이 있는 경우 공공 부문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결국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원 사업을 찾기 시작했고 ‘신한 위기가정 재기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