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리더 20人, 새 정부에 바란다
비영리 리더 20人, 새 정부에 바란다

“제3섹터 국정 파트너로 자원봉사자 예우해주길”“아이가 행복한 나라로… 선진국형 모금 제도 도입” 동해안 산불 피해 현장에서 이재민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로 달려간 이들도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정을 발굴해 지원하고, 학대 피해 아동을 찾아내 돕고, 고립된 노인들의 마음을 돌보고,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기부하고 돕고 봉사하는 시민들. NGO(비정부단체), NPO(비영리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불리는 ‘제3섹터’ 사람들이다. 재난시대, 제3섹터는 정부(제1섹터), 기업(제2섹터)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서는 이 영역이 통째로 빠져있었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에 담겨야 할 중요한 이슈를 제3섹터 리더 20인(人)이 짚었다. <이름 가나다 순> 권찬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다양한 복지 수요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비영리 섹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새 정부는 비영리 섹터를 국정 운영의 ‘주요 파트너’로 인식하고 국민의 생활과 맞닿은 정책을 마련해 국민 행복의 기틀을 닦아야 합니다. 또 세제 개편 등 정책 지원 확대를 통해 ‘시민의 힘으로 시민을 돕는’ 나눔의 선순환을 이끌기를 바랍니다.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센터장 갈등과 양극화를 치유하고 모든 국민이 서로를 보살피는 사회 통합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의 정신과 가치가 일상적 문화로 뿌리 내려야 합니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도록 자원봉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자원봉사 정상 회의(Summit)를 개최하는 등 ‘자원봉사자를 예우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김희영 티앤씨재단 대표 팬데믹과

2013년 설립된 에버영코리아는 시니어를 고용하는 'IT 기업'이다. 직원 평균 나이는 64.9세. 지난 11일 만난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직원들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면서 고민이 늘고 있다"면서 "직원의 체력과 상황에 맞게 업무 강도와 시간을 줄여가며 전 생애에 걸쳐 오래 일하게 하는 방법을 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직원 평균 나이 64.9세… ‘시니어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회사

[이상한 사장님]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 ‘정년 100세’를 공표한 IT 기업이 있다. 직원 평균 나이는 64.9세. ‘에버영코리아’는 시니어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서울 종로구 신축빌딩 6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는 백발(白髮)의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본다. 인터넷상의 부적절한 정보와 콘텐츠를 모니터링해 삭제하고 이용자들이 최적화된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튜닝하는 일이다. 직원 280여명은 대부분 60~70대 고령자다. 평균 근속 연수는 6년 2개월. 2013년 법인 설립 후 이듬해 첫 공채를 진행했는데 그때 뽑은 30명 중에 25명이 여전히 근속 중이다. ‘단기 알바’ 성격의 시니어 일자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지난 11일 만난 정은성(61)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처음 회사를 만들 때는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시니어 직원들이 IT 업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었다. 우려와 달리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고 매년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정은성 대표는 “우리 사회가 노인의 능력을 실제보다 훨씬 낮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시니어 일자리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서류-필기-실기-면접… 격식 갖춰 뽑는 이유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시니어계의 삼성’으로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근무 환경도 좋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게 소문이 나서 채용 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높은 편이에요. 80대 1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시니어들에겐 ‘삼성’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퇴직하고 오신 분도 있고요(웃음).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전혀 안 봅니다. 나이, 학력, 성 차별을 없애자는 게 회사를 시작한 이유였으니까요.” ―스펙을 안 보면 어떤 기준으로

디지털 예술 작가 비플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은 지난해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820억원)에 팔려 NFT 판매가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 /크리스티 제공
NFT, 모금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모금 시장 틀 깨는 가상자산 ‘가상자산 보유자는 기부에 관대하다.’ 최근 암호화폐와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투자자들이 대거 기부에 참여하면서 모금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자선단체 피델리티채리터블은 지난해에만 암호화폐로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모금했다. 전년 암호화폐 기부액 2800만달러 대비 5배를 웃도는 규모다. 지난해 10월 피델리티채리터블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상자산 소유자의 45%가 1000달러(약 12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주식 투자자 중 1000달러 이상 기부한 비율은 이보다 낮은 33%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넘어 NFT로 모금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국제구호기구 유니세프와 아프가니스탄 최대 여성 인권단체 ‘우먼포아프간우먼(WAW)’ 등은 자체적으로 NFT 작품을 판매해 기금 조달에 나섰다. 디지털 자산인 NFT에는 구호 프로젝트의 내용을 담을 수 있고,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환전 수수료와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돈도 아낄 수 있다. 또 계약 조건에 따라 첫 판매 이후 2차 시장(secondary market)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원저작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어 추가적인 기금 마련의 가능성도 열린다. 가상자산의 부상, 모금 시장의 전환 ‘NFT 모금’ 시대가 열렸다. 유니세프는 지난달 10일(현지 시각) 설립 75주년을 기념해 NFT 컬렉션 1000개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해 유니세프가 직접 판매하고, 수익금은 아동 교육 사업 기금으로 활용된다. 현재 제시된 작품 하나 가격은 0.175ETH(이더리움 단위). 1000개가 모두 팔렸을 때 최소 7억원을 모금하게 된다. 관건은 ‘완판’ 여부다. 유니세프는 지난달 23일 사전 구매

2022년, 선택을 말하다
2022년, 선택을 말하다

[6人의 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내 인생은 내게 일어난 사건의 총합이 아니라 내가 내린 선택의 총합이다.” 세계적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남긴 말입니다. 2022년의 인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위기, 이로 인한 양극화는 우리에게 ‘미룰 수 없는 선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3·9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정치적 선택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융의 말처럼 개인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미래를,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겁니다. 좋은 선택, 정의로운 선택이란 무엇일까요? 선택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요? 왜 우리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걸까요? 더나은미래는 ‘학문’에서 지혜를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인지심리학자, 서양철학자, 수학자, 사회학자, 진화심리학자, 국어국문학자 등 여섯 명의 교수를 차례로 만났습니다. 6인의 학자가 각자의 학문적 시각에서 들려준 ‘선택’에 대한 통찰을 전합니다.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크다”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어제 딸아이의 친구가 집에 놀러 왔습니다. 저녁 무렵 아이가 집에 간다고 하길래 인사를 하고 돌려보냈죠. 그런데 그 아이를 차로 데려다주지 않았던 게 내내 마음에 걸리고 후회가 됩니다. 어젯밤에 날씨가 너무 추웠거든요. 후회라는 것은 참 복잡하고도 괴로운 감정입니다.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식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래서 인간은 ‘최적의 선택’보다 ‘후회를 덜 할 것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중요한 힌트를 하나 드리죠. 연구에 따르면 어떤 일을 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몸을 아끼지 않고 사회를 보살피는 고마운 활동가들에게, 당신들을 보살피는 따뜻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2013년부터 공익활동가들을 지원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제12회 태평양공익인권상'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동행 구성원들. (왼쪽부터) 송경용 후원회장, 이지원 활동가, 여진 사무처장, 권다은 활동가, 염형철 이사장.
활동가는 세상을 보살피고 우리는 그들을 보살핍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걸어온 길 2013년 설립, 조합원 2200명 넘어8년 동안 공익활동가 1721명 지원의료·상담 지원 통해 건강도 챙겨줘공로 인정받아 ‘태평양공익인권상’ 2010년 가을, 40대 후반의 공익활동가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여느 날처럼 야근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늘 과중한 업무에 치이던 그였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며 매일을 바쳤지만, 그는 가난했다. 4대 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한 상태였다. 동료들이 할 수 있는 건 모금뿐이었다. 남겨진 아내와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위해 700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돈을 건네는 이들의 마음은 무너졌다. 동료의 죽음이 안타까워서, 다음은 내 차례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서. 이 사건 이후 공익활동가 20여 명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보자며 모였다. 2013년 4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설립됐다.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 시선에도 동행 구성원들은 저임금과 과한 업무량에 지친 활동가를 지원하려 발로 뛰었다. 8년이 지난 지금 동행은 조합원이 2200명 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1721명의 공익활동가에게 37억9000만원 규모의 경제적 안전망(대출 지원)과 의료 지원, 재충전 기회를 제공했다. 사회를 위한 일에는 발 벗고 나서면서 정작 자신을 돌보는 데는 무심했던 활동가들에게 기댈 언덕이 돼준 셈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동행은 지난 10일 재단법인 동천이 수여하는 ‘제12회 태평양공익인권상’을 받았다. 동료 활동가의 죽음으로 탄생한 ‘동행’, 조합원 2000명 넘겨 “동행이 받은 첫 번째 상이에요. 제법 긴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했는데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쁩니다. 동행의 활동은 앞에서 빛나지

비공식 자원봉사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플로깅, 식물 키우기… 우리가 몰랐던 비공식 자원봉사의 가치

더나은미래×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자원봉사 스펙트럼 넓어진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플로깅(plogging)’은 자원봉사로 볼 수 있을까? 플로깅은 개인이나 단체가 조깅하면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캠페인이다. 코로나 이후 야외 활동 욕구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맞물리면서 인기를 얻었다. 딱히 주관하는 단체가 없고 수혜자도 특정되지 않아 자원봉사라기보다 취미로 보는 인식이 더 크다. 결론을 말하면 플로깅은 자원봉사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법이 규정한 자원봉사의 기본 원칙은 ‘공익성’ ‘자발성’ ‘무보수성’ ‘비정파성’ 등이다. 플로깅의 특성과 여러모로 꼭 맞는다. 자원봉사센터에 활동 일지와 결과 보고서 등을 제출하면 ‘인증’도 가능하다. 기후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이 자원봉사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 자원봉사 활동은 대면 서비스가 주류였다. 활동을 이끄는 단체가 분명했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비대면 봉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단체보다는 개인, 대규모보다는 소규모로 움직이는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불편을 겪는 이웃의 심부름을 하는 일, 커뮤니티 매핑, 온라인 캠페인 참여, 반려견·반려묘 돌봄 봉사, 반려 식물 키우기 등 자원봉사의 형식이 확장되고 있다. 무한 확장하는 ‘비공식 자원봉사’ 유엔 산하 유엔자원봉사단(UNV)은 자원봉사를 ‘공식’과 ‘비공식’ 두 가지로 설명한다.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활동을 ‘공식 자원봉사(Formal Volunteering)’, 단체를 통하지 않고 하는 봉사 활동을 ‘비공식 자원봉사(Informal Volunteering)’로 부른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비공식 자원봉사 유형을 이웃 장례 돕기, 이웃 반려동물 돌봄, 집수리 봉사, 요리 돕기 등 19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년 주기로 실시하는 자원봉사 실태 조사에서 ‘비공식 자원봉사 활동’을 조사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청년 농부는 누린다, 저녁이 있는 삶

더나은미래×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농촌으로 간 청년들]①농부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데요 귀농·귀촌 선택한 2030세대“생태적, 공동체적 가치 추구” 자연 리듬대로 돌아가는 농촌비오는 날은 ‘강제 연차’농한기에는 ‘장기 휴가’ 도시를 벗어나 농촌으로 향하는 2030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한 39세 이하 가구주는 총 136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촌으로 간 청년들은 농사를 짓고, 가게를 열고, 커뮤니티를 꾸리며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녹아들어 간다. 농촌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청년들의 일상과 그들의 역동성으로 달라지는 농촌의 풍경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경남 함안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이상엽(35)씨는 2016년 귀농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종합상사와 사회적기업, 외국계 해운 물류 회사 등에서 일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울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주어진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붐비는 대중교통, 네모난 칸막이에 둘러싸인 사무실 책상이 숨이 막혔다. 서울 생활을 접고 부모님이 계신 농촌으로 내려왔더니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몸도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소비도 줄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옷을 10벌 샀다면 농촌에서는 1벌로 충분했다. 소비를 줄이니 환경보호를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농촌에서 가치관에 맞게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귀농·귀촌은 주로 은퇴한 50~60대의 선택이었다. 도시에서의 삶을 끝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마치 ‘순서’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최근 이런 통념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청년이 늘고 있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삶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꿈꾸며 농촌으로 향한다. 농촌진흥청이 2014~2018년 10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행동하는 K팝 팬덤 기후산업을 바꾸다

[Cover Story] 거세지는 ‘K팝 팬덤 기후행동’ BTS·블랙핑크 모델로 내세우며 성장한印尼 ‘토고피디아’에 친환경 행보 요구 세계 곳곳 팬들 힘 모아 기후 위기 대응온라인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 결성도SNS로 빠르게 소통하며 기후 이슈 확산 “BTS(방탄소년단)와 블랙핑크를 모델로 내세우며 회사가 성장했으니, K팝이 추구하는 건강한 지구 만들기에 동참해 주세요!” 지난 1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 사무실 앞에 현지 K팝 팬들이 모였다. 토코피디아에 친환경 행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요구는 세 가지다. ▲2030년까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얻을 것 ▲토코피디아가 발생시키는 탄소발자국을 대중에게 공개할 것 ▲파리협정과 같은 국제 표준에 따라 장기적인 탈탄소 계획을 수립할 것. 전 세계 K팝 팬 2083명이 이 서한에 동의하는 온라인 서명을 마쳤다. 토코피디아는 BTS와 블랙핑크를 홍보 모델로 내세우며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력량도 크게 늘었다. 전국 데이터센터에서는 컴퓨터 수천 대가 하루종일 돌아간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전력의 87% 이상이 석탄·가스·석유 같은 화석연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토코피디아를 대상으로 이번 기후행동을 주도한 K팝 팬 누를 사리파(22)씨는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K팝 팬덤이 있다”면서 “팬으로서,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를 위해 연대하면 어떤 단체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K팝 팬덤의 기후행동이 거세지고 있다. 누를 사리파씨는 지난 3월 온라인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을 결성했다. 전 세계 K팝 팬이 모여 함께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만든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이다. K팝 팬

100% 민간 자금 기후 펀드 탄생 “거대한 기후 시장으로 돈 몰린다”

[ 인터뷰 ]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국내 첫 민간 자금 ‘기후 대응 펀드’목표액도 훌쩍, 600억원 이상 모여 인간의 모든 활동·산업 탄소 배출기후 테크, 산업 넘어 일상 속으로 돈에도 의지와 방향이 있다. 사람의 의지가 돈에 스며들어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면, 돈은 사회와 환경을 변화시킨다. 거대한 도시가 생겨나기도 하고 강과 산이 없어지기도 한다. 인류가 심각한 기후 위기에 직면한 것도 돈 때문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 오래, 너무 많은 돈을 흘려보냈다.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놓이고 나서야 사람들은 돈의 의지와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석탄화력 산업에 투자되던 돈이 ‘기후테크(climate tech·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산업으로 몰리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조사 플랫폼인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후테크 분야 투자금은 약 160억 달러. 8년 전인 2012년(약 10억 달러)보다 16배 증가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에 돈을 투자하는 ‘임팩트투자’가 기후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임팩트투자사 ‘인비저닝파트너스’를 설립한 제현주(44) 대표가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왔다. 100% 민간 자금으로 조성된 ‘기후테크 특화 펀드’를 결성했다는 이야기였다. 순수 민간 자금으로만 꾸려진 국내 최초의 기후 펀드라고 했다. 임팩트 벤처캐피털(VC)인 옐로우독 대표에서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전한 첫 소식이었다. “펀드 규모는 600억원 이상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 많은 국내 기업들이 출자자로 참여했어요. 이른바 ‘큰손’이라 불리는 개인들도 들어왔고요.” 지난 8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제현주 대표가 새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민간 자금으로 조성한 최초의 기후 펀드 ―펀드를 간단히

급변하는 사회의 생존 전략,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라

설립 20주년 맞은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 인터뷰 “변화와 도움이 필요한 곳에 비영리가 있었습니다. 과거 민주화 현장에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곁에도 늘 비영리가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비영리에 꽤 많은 빚을 진 셈입니다.” 방대욱(52)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뼛속까지 비영리’로 불리는 인물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복지재단, 아이들과미래재단을 거쳐 2004년 다음세대재단에 합류했다. 비영리 재단에서 실무자가 대표로 선임되는 사례는 드물다. 다음세대재단 20주년을 앞두고 방대욱 대표를 만났다. 서울 종로구의 비영리스타트업 전용 사무공간 ‘동락가(同樂家)’에서 지난달 31일 마주한 그는 “재단 설립 당시 자문을 맡았었는데 이렇게 인연이 오래 이어질 줄 몰랐다”며 웃었다. “2000년대 초 ‘IT 붐’이 일면서 소위 대박 난 벤처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기 시작한 IT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눈을 돌렸습니다. 2001년 초에 지금은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들이 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저를 찾아왔어요. 재단 설립 절차나 법적 요건 등에 대한 조언을 해줬고 그해 9월에 다음세대재단이 설립됐습니다. 3년 정도 지나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전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다음세대재단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이 왔어요. 이야기를 좀 들어보니 정말 특별하고 매력적인 조직이라 합류하게 됐습니다(웃음).” 비영리,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 ―뭐가 그렇게 특별하던가요? “대부분의 재단은 기부자의 뜻을 무척 중요하게 여깁니다. 기부자 뜻을 존중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어느 정도 선까지 지켜야 하는지가 좀 애매하죠. 예를 들어 대개의 비영리사업이 기부자의 뜻 51%, 실무자의 판단 49%로 굴러간다면, 다음세대재단은 설립 당시부터 기부자들이 이사회와

비장애인도 원하는 배리어프리 서비스

[Cover Story] OTT 업계에 부는 ‘배리어프리’ 열풍 장애인용 폐쇄형 자막·음성 해설 등OTT 업계 ‘배리어프리 서비스’ 대세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든 사용자의 문제로 인식 해야” “대사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한국 드라마를 볼 때도 꼭 자막을 켜고 봐요. 대사가 100% 전달되니까 몰입도 더 잘되는 거 같고요. 이젠 자막 없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영 어색해요.” 직장인 이나리(28)씨는 국내 드라마와 오락 예능을 볼 때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제공서비스·Over The Top)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주로 이용한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지 않는 한국 콘텐츠를 챙겨 보기 위해 국내 OTT인 ‘티빙’ 계정도 가입했다. 하지만 두 플랫폼에서 모두 제공하는 콘텐츠라면 자막이 있는 쪽을 선택한다. 이씨는 “최근 즐겨 보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는 두 플랫폼에서 모두 볼 수 있는데 영상과 한국어 자막이 함께 제공되는 넷플릭스로 보고 있다”고 했다. 자막을 얻는 대신 본방 사수는 포기했다. 자막 서비스는 아무리 빨라도 방송 종료 후 2~3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배리어프리 서비스,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원한다 OTT 플랫폼 선택 기준으로 ‘폐쇄형 자막(CC·Closed Caption)’이 떠오르고 있다. 흔히 외화나 해외 드라마의 외국어 대사를 번역하는 일반적 자막이 아니다. 국내 콘텐츠에 나오는 우리말을 한글로 옮긴 이른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서비스’다. 청각장애인이 영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최근 비장애인들도 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폐쇄형 자막은 말소리만 옮기는 일반적 자막과 영상에 담긴 모든 소리를 담는다. 이를테면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 한숨 짓는

이제 사회혁신도 메타버스다

[Cover Story] 메타버스의 소셜임팩트 최근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메타버스(metaverse)’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생활이 길어지면서 현실을 가상세계로 확장하려는 열망과 맞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단어다. 메타버스 활용 사례도 부쩍 늘었다. 대학에서는 메타버스로 입시 설명회와 신입생 환영회, 대학 축제를 열었고 최근 도서관도 구축했다. 기업들은 신입 사원 채용 설명회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선 후보들이 이른바 ‘MZ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네이버Z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유세장을 마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에서 선거 캠프를 꾸리고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와 소통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활용한 게임 혹은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비대면 회의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특정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교육·의료·엔터테인먼트 등 사회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디지털 소셜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공헌 사업도 메타버스로 유한킴벌리는 1988년부터 매년 이어온 환경교육 캠페인 ‘유한킴벌리 그린캠프’를 올해 처음 메타버스에서 개최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그린캠프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 기반으로 제작됐다. 2000년대 초반 유행을 끈 싸이월드 아바타처럼 2D 도트 그래픽으로 제작된 게 특징이다.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접속 링크만으로 실행되고, 별도의 회원 가입 절차도 없다. 캠프 첫날인 2일, 참가자 300여 명이 한 공간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숲으로 둘러싸인 광장에서 출발해 산책로, 강의실, 서재, 공방,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