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들을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

문철상 신용협동조합 중앙회장 “르네상스(Renaissance)는 부활을 의미하죠. 전 신협운동의 르네상스를 꿈꿉니다.” 지난 3월 선임된 문철상(63·사진) 신용협동조합 중앙회 신임 회장.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접한 신협에 “인생을 걸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이후 33년간 전북 군산의 대건신협, 반석신협, 오룡신협, 월명신협 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국내를 대표하는 신협 운동가로 우뚝 섰다. 지난 17일 만난 문 회장에게서 협동조합 시대를 맞은 신협의 역할과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신협의 행보가 눈에 띈다. “신협은 순수 민간 주도 활동으로 발전한 국내 협동조합 금융의 효시다. 특히 국내 신협은 아시아신협연합회(ACCU)의 창립 멤버이며,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Ramon Magsaysay Award)’을 받았을 정도로 국제적인 인정도 받아 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성장 우선과 효율 제일주의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협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강원도 원주에 노인 빈곤 문제가 있었다. 원주의 밝음신협 직원들이 “폐지 수거를 하시면 고물상의 두 배 가격을 드리겠다”고 독려하자 원주 어르신들 사이에서 폐지 줍기 붐이 일었다. 원주 시장은 이를 쓰레기 줍는 활동으로 확대해 다른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이게 지금의 원주 ‘노인생활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들을 끌어주는 협동조합. 그게 신협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법·제도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신협은 1972년 법이 제정될 당시의 개념이 그대로인 게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게 ‘공동유대구역'(이 안에 거주하는 주민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범위다. 새마을금고는 이 범위가 광역 단위지만, 신협은

[Cover Story] 신부가 미사나 보지 사회 활동 왜 하냐고? 지역 사회의 환풍기 역할 때론 성당 짓기보다 더 중요

Cover Story 20년간 환경·교육공동체 운동한 정홍규 신부 환경·생태 운동이란 말만 들어도‘빨갱이’란 말을 듣던 1990년. 정홍규(60) 신부는 성당 밖으로 나왔다. 지구의 날(4월 22일), 천주교 월배교회 신자 500여명과 환경을 살리겠다며‘푸른 평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평화 운동’이라 하자니 너무 종교적이었고, 녹색보단‘푸른’지구가 좋았다.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은 독특했다. 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이터졌을땐,‘ 폐식용유로만든비누’를 히트시켰다. 합성세제를 쓰지 말자는 뜻이었다. 처음엔 공짜로 가져가라고 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돈 내고 가져가시라”그랬다. 미용실에서도 비누로 머리를 감길 정도였다. 지금은 수제 비누 만들기가 일상적인 취미로 자리 잡았지만, 그땐 신기한 풍경이었다. “신부가 성당 미사나 지낼 것이지, 사회문제에 관심은 왜?”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신자들도 어리둥절했다. 정 신부는“종교란 성당을 더 짓기보단 지역사회의 ‘환풍기’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이 사회에서 해야 할 몫이‘소통’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했다. 환경 다음 단계는‘먹거리’였다.‘ 우리밀 살리기’‘유기농산물 직거래’를 외쳤다. 20년 전 얘기다. 환경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수입밀·제초제 문제를 좌시할 수 없었다. 정 신부는 93년 대구시 달서구 상인성당 옆에 10평짜리 작은 매장을 열었다. 신자들 중심으로 100명이 알음알음 조합원 역할을 했다. 출자금 개념도 없었다. 우유팩 모아서 재생 휴지도 만들고, 기금을 내면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를 주는 등 물물교환 수준이었다. 성당 마당이 직거래 장터가 됐다. 배추도, 쌀도, 감자도 팔았다. 아이들 먹거리에 관심이 있던 주부 신자들이 주축이었다. 핵심은 지역 농산물을 지역 사람이 살린다는 것. 로컬푸드(local food) 거래를 원칙으로, 대구·경북 지역 생산자를 대상으로

[희망 허브] “환경·사람·공동체… 행복의 답, 여기 있습니다”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 집필한 스웨덴 출신 인류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 인간 자체를 중시하는 인도 라다크의 정신 10~15명의 가족이 모여 안정적인 관계 형성 행복 키우며 정체성 확립 어린 아이들도 ‘나는 누구?’ 정확히 알아 협력을 막는 경쟁은 인간의 본성 아냐 6825t의 배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5000만 국민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성장을 무엇보다 최우선시하던 대한민국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이후 국민은 ‘어디서부터 사회가 잘못된 것일까’ ‘우리의 삶은 진정으로 행복한 것일까’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49재 추모 행사가 열리던 지난 3일, ‘오래된 미래’를 집필한 세계적 석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68) 여사를 만나 행복한 사회가 갖춰야 할 조건과 세계의 대안적 움직임에 대해 들어봤다. 노르베리-호지 여사는 오는 12일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행복한 나, 행복한 우리’ 토크 콘서트(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문화홀, 오후 2시)에 참석해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6·25 전쟁 이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그것이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정부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문화가 무책임해서’ 혹은 ‘한국 사람들이 부패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말한다. 이제 이런 일이 발생한 ‘구조적 이유’를 뜯어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적·환경적 활동은 무시한 채 경제적·상업적

“실명제 간판 홍보효과 탁월… 상인들의 사고방식 바뀌어…”

봉평전통시장 상인회장 김형일씨 “눈으로 보이는 매대, 천막만 바뀐 게 아니라 상인들이 바뀌더라고요. ‘아, 이게 뭔가 만들어내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봉평전통시장상인회 회장이자 ‘봉메찐빵’ 사장 김형일(50·사진)씨의 말이다. 김씨는 19년 전 서울 생활을 접고 봉평으로 들어와 시장에서 찐빵을 만들어오고 있다. 김씨는 “시골이다 보니 상인들이 장서는 날에도 천막 펴놓고 손님이 오든 말든 술 마시는 경우도 많았고 ‘뭘 팔러 왔다’는 생각도 부족했다”며 “좁은 골목길에 열리는 장터가 커지려면 차가 안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제안도 수차례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고 한다. 상인들이 저마다 자기 가게 앞에 ‘차를 세워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 활기를 잃어가던 봉평장이 다시 살아난 건 지난해 현대카드의 ‘봉평장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봉평장에 상설 가게가 43가구고 5일장 참여하는 가게가 84가구인데, 계속 늘고 있어요. 이번에도 새로 참여하겠다는 상인들이 20점포 이상 됩니다. 이젠 장터가 좁아져서 들어갈 공간이 없어요. 국밥집 가면 ‘재료 떨어졌다’면서 못 먹고 돌아온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시장이 살아나는 거죠.” 그는 시장이 바뀌는 이유에 대해 “상인들 간에 유대도 생기고 사고방식이 바뀐 게 크다”고 했다. 교육의 힘이라는 것. “먹거리는 어떻게 청결하게 하고, 어떻게 진열해야 고객 입장에서 좋은지 그런 강의였죠.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게 뭐 되겠느냐’는 욕도 많이 먹었고요. 한번은 단체 관광객이 와서 두릅을 사갔는데, 자연산이 아니라 재배된 게 아니냐며 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난리를 쳤어요. 때마침 현대카드에서 5일장 가게마다 간판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하기에 ‘실명제’로

“마을 사람들 행복 위해 ‘문화 사랑방’ 계속 운영할 겁니다”

전북 김제 삼화서점 정봉남 대표 인터뷰 무료 독서실 열어 학생 후원활동 하고 ‘책 보내기 운동’해 김제 시민과 소통 “인터넷 서점으로 동네 서점 어렵지만 지역 주민과 함께 명소로 거듭날 것” 기울어가는 지역 서점을 ‘문화 사랑방’으로 만든 이가 있다. 전북 김제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삼화서점’에서 4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인장 정봉남(67)씨다. 그는 서점 안에 원목 탁자를 놓고 누구든 앉아서 책을 보고 쉬어갈 수 있는 북카페를 만들었다. “서점은 꼭 책을 사기 위해 오는 곳이라기보다 마을 주민들과 수다 떨고, 같이 책을 보면서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지난 1월엔 문화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800만원을 지원받아 저자 초청 강연회, 동화 인형극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서점 내 책장을 모두 이동식으로 바꿔, 언제든지 문화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활용했다. 지난 5월엔 주민들과 함께 채만식 작가의 장편소설 ‘탁류’의 내용을 짚어가는 근대역사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서점에서 직접 문학 기행을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점이 신선하다” “앞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김제 지역 또한 7개 서점 중 5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 하지만 정씨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역 서점의 의미 자체를 바꿔가고 있는 건, 그동안 끊임없이 나누는 삶을 살아온 덕분이다. 스물여덟에 서점 주인이 된 1970년대 초, 정씨는 김제시 청년 20명과 함께 지역봉사단체 ‘청진회’를 만들었다. 화원(花園) 주인, 의사, 가축업, 서점 주인 등 모두 김제에서 태어나 자란 20~30대 청년들이었다. 자신이 회장이던

“주변에 미친 사람 있나요? 저희 ‘아쇼카’에 알려주시길”

아쇼카 아프리카 프로그램 부회장 빌 카터 “여러분 주변에 ‘미친 사람(Crazy Man)’이 있다면 유심히 보고 아쇼카에 알려달라.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그 당시 사회로부터 미친 사람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1981년, 빌 드레이튼과 내가 바로 그러했다.” 아쇼카(Ashoka) 창립 멤버이자 현재 아쇼카 아프리카 프로그램 총괄 부회장인 빌 카터(Bill Carter·사진)의 말이다. 아쇼카는 사회 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소셜 앙터프리너(Social Entrepreneur·사회 혁신가)라는 개념을 최초로 정립했다. 지난 33년간 70여개국에서 약 3000명에 이르는 사회 혁신가들을 ‘아쇼카 펠로(fellow)’라는 이름으로 발굴, 지원해왔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빈민을 위한 소액 대출 은행)의 창립자이자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미국 인문대생들에게 ‘취업하고 싶은 직장’ 1위로 뽑힌 비영리 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만든 웬디 콥(Wendy Sue Kopp) 모두 아쇼카 펠로다. 지난해엔 한국에서 처음으로 3명의 아쇼카 펠로가 탄생하기도 했다(2013년 아쇼카 한국 펠로는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박유현 인폴루션 ZERO 대표,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이다). 올해 겨울 발표될 2014년 아쇼카 한국 펠로 심사를 위해 내한한 빌 카터를 지난달 28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아쇼카 펠로 선정을 위한 인터뷰에만 20년 넘게 참여해온 베테랑 심사위원이다. ―그동안 인터뷰한 아쇼카 펠로 후보자들만 1000명이 넘는데, 혁신가들 사이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무엇인가. “아쇼카는 후보자 전체의 삶보다 그의 어린 시절에 관심을 갖는다. 대부분의 아쇼카 펠로들이 어릴 때부터 ‘체인지 메이킹’을 연습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빗물 활용한 변기·전기車 무료 충전소… 자원 이용해 가구 만든 만큼 되돌려 놔야죠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지속가능성 매니저 나탈리아 한 20년 전부터 친환경 경영해온 이케아 올해 말, 한국 시장 본격 진출하기로 “당장은 투자 비용 많이 들지만 친환경적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 커” 42개국 매장 전구 LED로 교체 나서 “세계를 호령하는 가구 공룡이 대한민국에 상륙한다.” 올해 말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IKEA)는 전 세계 42개국 345개 매장에서 292억유로(약 4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국내 가구 시장의 궤멸로 이어질 것”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 가구 업계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등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이케아코리아는 이색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친환경 매장 조성’ 프로젝트다. 현재 이케아코리아는 광명 매장에 6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태양전지, LED 조명, 빗물을 사용하는 변기, 전기자동차 무료 충전소 등을 설치하고 있다. 사실 이케아의 친환경 경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매장에 30만대 이상의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했으며, ‘2020년까지 회사의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1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대외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국제 컨설팅 업체인 ‘평판연구소(Reputation Institute)’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CSR 렙트랙(Global CSR RepTrak) 100’ 순위에서 2012년부터 2년 연속 CSR 우수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케아가 성공적으로 친환경 지속 가능 경영에 ‘올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2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의 ‘윤리적 공급망 관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나탈리아 한(Natalia Hahn·35·사진) 이케아그룹 리테일 및

[희망 허브] 80여개 국제영화제 초청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 만든 감독 융 에낭

꼭 입양돼야 하는 아이라면 외국보다 한국 가정 먼저 고려해줬으면 진짜 문제는 미혼모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시선 정체성 문제로부터만 자유로울 수 있어도 아이들은 훨씬 덜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 있어 다섯 살 때 한국을 등졌던 아이는 마흔네 살이 되어 돌아왔다. 원망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했던 조국이다. 1971년 벨기에로 입양돼, 지금은 세계적인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이 된 ‘융 에낭’(Jung Henin·한국명 전정식·1965년생 추정)씨 얘기다. 자라는 내내 ‘날 벨기에인으로 볼까’라며 맘 졸였던 융 감독. 한국에 와선 ‘날 한국인으로 볼까’라는 걱정을 한다. 지난 8일 국내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피부색깔=꿀색’은 그런 그의 삶을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다. ‘피부색깔=꿀색’이란 제목은 입양 당시 서류에서 융 감독의 인상착의를 설명한 기록에서 따왔다. 영화의 울림은 컸다. 80여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상을 23개 받았다. 지난 16일에는 뉴욕에서 ‘UN특별상영’이 진행되기도 했다. 영화 홍보차 생애 세 번째 모국을 찾은 융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가 된 삶을 들어봤다(융 감독은 2010년 8월 이번 영화의 촬영을 위해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2013년 11월 부천애니메이션영화제 개막작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 ―영화를 보니, 입양돼 살았던 벨기에 마을에 아시아계 아이들이 많던데, 어떤 환경이었나. “우리 마을은 수도 ‘브뤼셀’에서 25㎞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는데, 비교적 부유한 마을이었다. 가난한 한국의 아이를 입양하는 걸 행복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영화에서는 ‘새 차를 사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됐다). 내가 입양될 때 나와 함께 이 마을로 온 한국 아이들이 10명 정도였다. 한국전쟁 이후 아이 약

[몬드라곤大 경영대학장 벨로키 인터뷰] “110개 협동조합 모여 30兆 8만 조합원의 힘입니다”

연매출 30조원의 스페인 7위 기업 ‘몬드라곤’은 협동조합의 신화처럼 여겨지고 있다. 산업·금융·유통·교육·연구R&D·서비스 부문에서 8만 조합원이 일하는 이 거대 협동조합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바로 1997년 설립된 ‘몬드라곤대학’이다.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위원장과 새누리당 유승민 사회적경제정책특별위원장 초청으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초청 강연에서 랜더 벨로키(Lander Beloki) 몬드라곤대학 경영대학장은 “1억6000만유로(약 2300억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1년에 특허를 564개 내고, 15개에 달하는 R&D센터에 2096명에 달하는 전문 인력이 일하면서 매년 제품의 19%가 신제품으로 선보인다”며 협동조합 또한 ‘혁신’이 우선 과제임을 밝혔다(몬드라곤대학 또한 협동조합이다). ―지난해 10월 몬드라곤의 ‘파고르 전자’ 파산은 충격이었다. 왜 파고르 전자가 파산했나. “1956년 설립된 파고르 전자는 ‘몬드라곤의 뿌리’라고 할 정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고, 전체 협동조합 매출의 약 8%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 비중도 컸다. 하지만 2007년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 유럽을 강타하면서 5년간 가전제품 부문 수요가 70%가량 떨어졌고, 수익성도 크게 나빠졌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20년간 가전제품 시장이 포화에 이르러, 이미 1990년대 초 스페인의 모든 가전제품 회사가 문을 닫았다. 파고르 전자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다 보니 15년이나 더 오래 버틴 것이다. 다른 협동조합에까지 계속 손실을 부담케 하는 것보다 파고르 전자를 문 닫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조합원들은 다른 협동조합으로 이동해 일하고 있다. 파고르 전자의 파산은 협동조합 문제라기보다는 시장의 문제다. 파고르 전자가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에 슬프기는 했지만, 이 또한 시장 경제의 현실이다.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에 비해 강하고 오래 버티지만, 협동조합이라고

시들어가는 농촌… 청년들이 다시 살린다

도시 청년 3인의 농촌 재발견 ‘쌀 멤버십’ ‘농촌 체험’ 등 기획해 농가 경제성과 활력 높여 130명 농민과 계약 맺어 농산물 재배… 숨겨진 이야기 담아 도시에 전달 마늘농가·귤 농부 등 소농에겐 판로를 청년에겐 농촌에 대한 관심 높여 농촌이 시들어간다. 지난 10년간 제주도만 한 논(17만㏊)이 사라졌으며, 인구는 20% 이상 줄었다. 농촌 고령화율(35.6%)은 국가 평균(11.8%)의 3배가 넘는다. 식량자급률은 반 토막 났고, 그 틈에 잠식한 외국 농산품은 유전자변형 농산물 논란 등을 만들며 먹거리 안전을 위협한다. 이 와중에 “도시에서 농민들을 지켜줘야, 농민들이 도시를 지켜준다”며 농촌 혁신을 위해 달리는 청년 3인방이 있다. 김가영(28) 생생농업유통 대표, 박종범(34) 우리가총각네 팀장, 천재박(35) 쌈지농부 실장이 그들이다. 편집자 주   “한산하던 토마토축제에 토마토 따기 체험 행사를 보태니, 농촌도 도시도 웃었다” -국내 1호 농촌기획자 박종범씨 “민통선 안에서 농사짓는 분이 있었어요. 농약도, 비료도 안 하니 밥맛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근데 이 쌀이 수매(收買)되는 과정에서 그 지역 쌀과 다 섞였어요. 다른 농부는 농약을 쓰거든요. 너무 억울해서 소비자를 모아 1년치(40만~50만원) 쌀값을 선불로 받고 따로 도정·관리·배달했어요. 농부는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소비자는 양질의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어요.” ‘쌀 멤버십’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설명하던 박종범(34)씨는 “이런 게 ‘농촌기획자’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농촌기획자는 박씨가 만든 일종의 ‘창직(創職)’이다. 농촌의 가치를 도시로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이라고 한다. 당연히 박씨가 국내 1호다. 대학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했지만, 박씨는 친구의 경영학 수업을 몰래 수강할 정도로 ‘기획’에

사회 구석에 관심 돌리니 길이 열렸다

청년, 사회적기업에 뛰어들다 국제 구호서 소외된 남미의 빈곤에 관심 이면지 재활용 노트 선물·수공예품 판매 예술가와 대중을 서로 잇는 다리 역할 페스티벌·소액 예술품 마켓 개최 비빔밥 홍보 위해 세계 돌며 시식행사 장차 서구 식습관 문제 해결이 목표 “청년들아, ‘재미없게’ 돈 벌지 말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재밌는 일’에 나서라.” 사회적기업가의 대부(大父)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일침이다(무하마드 유누스는 그라민 은행을 세워, 방글라데시 빈민들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펼친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에 이렇게 ‘재밌게 돈 버는’ 일에 뛰어든 청년 사회적기업가 3인방을 만났다. 이들은 카이스트 경영대학 사회적기업 MBA 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 “수공예품 판매로 남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 ―’어도네이션’ 고귀현 대표 고귀현(28)씨는 2012년 초, 남미로 홀연 배낭여행을 떠났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법학’을 전공하며 진로 고민은 커져갔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도 이별한 직후였다. “인생의 답을 얻겠다”며 떠난 여행지에서 고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구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엄마가 만든 수공예 제품을 팔기도 했다. 고씨는 “여행자로서 관광지를 즐겼지만, 그 땅의 주인인 현지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 죄의식이 느껴졌다”고 했다. 3개월의 힐링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우연히 참석한 행사에서 사회적기업가(시지온 김미균 대표,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프리메드 강지원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사회를 바꾸는 전혀 다른 방식을 알게 됐다. 게다가 발표자들은 고씨와 거의 동갑내기였다. 도전이 됐다. 이틀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소셜벤처 대회가 단기

하버드대 나와 탈북 청소년 가르치는 이유요? “배웠으니 남 주는 거죠”

교육봉사단 ‘티치포올 코리아’ 최은희씨 어린 시절 피난처였던 학교… 하버드 졸업 후 ‘교육’ 돌려줘야겠다 생각 “한 사람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곳이 결국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이죠” “난 모든 것을 할 순 없지만, ‘어떤 것’은 할 수 있다(I can’t do everything, but I can do something).” 패기만 넘치는 청년의 말이 아니었다. 하버드대 우등 졸업생이자, 게이츠 밀레니엄 100만달러(약 10억원) 장학금의 주인공인 최은희(24·Joy Choi)씨가 선택한 ‘어떤 것’은 한국의 교육문제였다.(게이츠 밀레니엄은 1999년부터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아시아·히스패닉계 등 미국 소수민족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미국의 피치트리 리지 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최씨는 100여개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고, 세계과학경시대회 미국 대표로도 출전했던 수재(秀才)다. 1년 전, 그녀는 ‘개천에서 용이 비상하는 것’을 꿈꾸며 서울에 왔다. 현재 한국의 교육봉사단 ‘티치포올 코리아(Teach For All KOREA)’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부팀장인 최씨는 일주일에 3번,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아이 7명을 가르친다. ◇하버드대 우등 졸업생, 탈북 청소년 영어 선생님이 된 이유는? 압구정역-충무로역-명동역. 이제 서울 생활 1년 차인 최씨에겐 출근길 다음으로 익숙한 동선이다. 적어도 300번 이상은 왕복했다. 지난 19일 오후에도, 최씨는 여명학교 등굣길에 올랐다.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느라 하얀색 단화를 신은 최씨는 “하이힐은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밀조밀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 고개를 넘은 지 10여 분, 목적지에 다다른 그녀는 숨을 한두 번 크게 쉴 뿐 거뜬했다. “Hi, everyone(안녕, 여러분).” 순백의 재킷을 차려입은 최씨가 등장하자, 한 여자아이가 자연스럽게 입을 뗐다.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