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혁신을] 스타트업 13곳이 창출한 사회적가치 48억원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2기참여 13팀 사업기간 기업가치 101.2% 성장도내 공공·민간기업과 협력해 시너지 제주 바다에서 사막화를 일으키는 불가사리와 성게 껍데기 같은 해적생물을 수거하는 기업이 있다. 폐어망이나 폐로프 등 해양쓰레기만 거둬들이는 곳도 있다. 이들은 해양생태계를 망치는 요소들을 회수해 소재화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친환경 섬유를 생산하는 ‘쿨베어스’는 지난해에만 제주 바다에서 해적생물 2200kg을 수거했다. 해양쓰레기에서 재활용 원료를 뽑아내는 포어시스는 제주에서만 폐어망과 폐로프 1만kg를 끌어올렸다. 제주에서 이같은 변화가 일어난 건 혁신 기술을 보유한 외지 스타트업과 도내 민간·공공기관, 현지인 간 협력을 이루면서다. 이들의 ‘팀플레이’를 지원하는 건 신한금융그룹과 신한금융희망재단이다. 2021년 ‘신한 스퀘어브릿지’의 제주 지역 플랫폼인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가 출범했다. ‘신한 스퀘어브릿지’는 신한금융그룹과 신한금융희망재단이 스타트업의 인큐베이션부터 액셀러레이팅,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원스톱 플랫폼이다. 서울·인천·대전·대구와 베트남 등 6개 거점 지역에 플랫폼을 조성하고 각 지역 특색을 살린 지원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환경·자원·농업 분야의 사회적가치 창출을 테마로 잡았다. 아름다운 제주 환경을 보전하고, 예술·음식 등 제주 자원을 활용해 경제를 활성화하며 제주의 농업 다양성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1기(2021년)에서 5팀, 2기(2022년)에서 8팀 등 총 13개 팀이 선발됐고, 지난 2월까지 총 10팀이 초기 목표를 달성했다. 신한금융의 사업화 지원금은 총 5억6000만원이다. 참여팀이 창출한 임팩트 규모는 훨씬 크다. 2기에 선발된 연합팀이 낸 사회성과를 ‘신한 ESG 밸류 인덱스(신한 ESG 가치 지수)’ 기준으로 화폐화하면 총 20억원 규모다. 1기 참여팀까지 합치면 총 48억원에 달한다. 1·2기 참여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선발 시점

손편지 3000만통, 보낸 아이도 받는 아이도 삶이 바뀌었다
손편지 3000만통, 보낸 아이도 받는 아이도 삶이 바뀌었다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기획희망편지쓰기대회 15주년 국내 초등생이 보낸 편지개도국 아동에 희망 전해 세계시민교육 일환으로2008년 부산지부서 시작매년 200만명 참여 “저개발국 아이에게 보낼 편지를 쓰던 한 학생이 눈물을 뚝뚝 흘려요.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 처지에 공감했대요. 자기 아빠도 외국 나가서 돈 버는데, 그 아이 부모도 딴 나라로 일하러 간 상황이었거든요. 해외에 나간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 친구 상황에 속이 상했다고 하더라고요. 편지 한 통 보내는 것으로 남의 고통에 공감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 이만큼 좋은 교육이 있을까 싶어요. 편지를 받는 아이에게 희망을 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편지를 쓰는 아이들에게는 ‘세계시민 의식’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을 심어줄 수 있어요.” 굿네이버스의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희망편지쓰기대회’에 매년 참여하는 신화영(60) 부산 강동초등학교장은 경쟁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초등학생들이 저개발국 빈곤 아동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편지에 적어 보내는 나눔인성교육 사업이다. 공교육이 NGO와 협업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금까지 전달한 편지는 2952만통이 넘는다. 굿네이버스는 매년 전 세계에 있는 해외사업국에서 도움이 필요한 해외 아동을 발굴·선정한다. 학생들은 사연이 담긴 영상을 가족과 함께 시청하고, 희망편지를 써 주인공인 해외 아동에게 보낸다. 선정 과정을 거친 수상작은 외교부·보건복지부 장관상 등을 받으며, 메타버스 전시관에 오른다. 공교육·NGO 협업으로 이룬 세계시민교육 시작은 2008년 부산에서 했다. 굿네이버스 부산 지부에서 부산지방우정청 후원으로 첫 대회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말조차 낯설었다. 1990년대에 ‘사랑의 굶기

필리핀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 글레이스'에 참여한 나보타스 지역 학생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세계시민교육, 해외에선 ‘필수’ 한국에선 ‘선택’

필리핀 교육부는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 글레이스(GLACE·Global Learning through Active Citizenship Education)’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시범 운영했다. 10주간 진행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참여 학생들은 인권, 평등, 다양성 등 주제를 골라 토론을 벌이거나 봉사 활동을 했다. 활동비는 필리핀 교육부가 전액 부담했다. 프로젝트 글레이스를 통해 아홉 중학교 학생 354명이 세계시민교육을 이수했다.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85.6%나 됐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이 우수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필리핀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정부 주도로 세계시민교육을 정규 교과로 편성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시민교육이란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지식, 기능,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을 의미한다. 평화, 인권, 빈곤, 다양성, 포용, 공동체 등이 모두 세계시민교육의 키워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세부 목표에도 포함돼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으로 여긴다. 세계시민교육이 국내에서 구체화된 건 2015년 열린 인천 세계교육포럼 때였다. 당시 교육과정에 ‘세계시민성’ 관련 내용이 처음으로 추가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구체적 제도는 없다. 국제 개발 협력과 인도적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NGO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2009년 굿네이버스의 ‘희망편지쓰기대회’를 시작으로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이 잇달아 청소년 대상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내놨다. 굿네이버스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국내외 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글로벌 유스 네트워크’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따르면,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회원 단체 135곳 중 22곳이 세계시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학교 파견 교육(13단체) ▲세계시민 캠프(8단체) ▲교원 연수(7단체) ▲청소년

김옥희(오른쪽)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시리아 지진대응팀장이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의 발리 사임 초투르 스타디움에 마련된 이재민 텐트촌에서 한 아이와 그림을 그리며 대화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로 간 NGO] “우리가 더 강해질 때까지 함께해주세요” 이재민 아이가 남긴 詩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000채가 부서졌고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르는 이재민은 190만명이 넘는다. 재난 발생 직후 한국 NGO 활동가들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튀르키예로 파견 간 구호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아 더나은미래로 보내왔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의 글을 차례대로 전한다. <3> 김옥희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시리아 지진대응팀장 지난달 21일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현장 조사단으로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전날에도 규모 6.4의 여진이 발생할 정도로 재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여진의 공포로 이재민들이 일상 복귀를 시작할 엄두조차 못내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튀르키예에 있을 때 지진 피해 상황과 구호 활동 현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튀르키예 사무소를 찾았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지역 적십자사와 적신월사(Red Crescent·이슬람권의 적십자사)가 재난대응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재난구호긴급기금(DREF)을 지원하고 국제구호요원을 파견해 초동 대응 역량에 힘을 보탠다. 동일본 지진의 경험을 나누고자 튀르키예에 방문한 일본적십자사 현장 조사단과 함께 피해 실태와 구호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적십자운동이 글로벌 운동체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최초 지진 발생 후 10여일이 지나고 루벤 카노 국제적십자사연맹 튀르키예 사무소 대표를 만났다. 그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구조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수색·구조작업은 사실상 막바지에 왔다”면서 “잔해

박해성 굿네이버스 긴급구호대응단원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아다나(Adana) 공항에 도착해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굿네이버스
[튀르키예로 간 NGO] 여진 공포에 야외서 쪽잠 자는 사람들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000채가 부서졌고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르는 이재민은 190만명이 넘는다. 재난 발생 직후 한국 NGO 활동가들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튀르키예로 파견 간 구호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아 더나은미래로 보내왔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의 글을 차례대로 전한다. <2> 박해성 굿네이버스 긴급구호대응단원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소식을 듣자마자 짐을 꾸렸다. 피해 현장으로 신속히 출동하기 위해서였다. 굿네이버스는 지진 발생 직후 긴급 재난 대응 프로토콜을 가동하고,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위해 100만달러(약 13억1650만원) 규모의 초기 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굿네이버스 요르단 대표가 가장 먼저 지진 피해 현장에 도착했고, 곧이어 한국의 긴급구호대응단도 현장 지원에 동참했다. 긴급구호대응단원들은 14시간의 비행 끝에 10일(이하 현지 시각) 튀르키예 아다나(Adana)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대지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언론과 전 세계 각국에서 도착한 구조대, 그리고 지진 피해 지역을 떠나려는 주민들까지 얽히고설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선발대로 출발한 긴급구호대응단에 합류에 현지 상황을 살펴보니 지진 피해 현장은 생각보다 더 참혹했다. 도시 곳곳에서 울부짖는 탄식이 들려왔다.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 배고픔과 싸우고 있었다. 현지 밤 기온은 영하 2~3도까지 떨어지는데,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에 달한다. 임시방편으로 모닥불을 지피고 그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한기를 달래보지만, 아이들이 잠든 텐트 안까지

박한영 한국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대리는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중 하나인 안타키아(Antakya)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본인 제공
[튀르키예로 간 NGO] 긴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000채가 부서졌고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르는 이재민은 190만명이 넘는다. 재난 발생 직후 한국 NGO 활동가들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튀르키예로 파견 간 구호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아 더나은미래로 보내왔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의 글을 차례대로 전한다. <1> 박한영 한국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대리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뒤덮인 도시는 이미 뉴스 영상을 통해 접한 상태였고, 튀르키예행 비행기에서도 내내 머릿속으로 피해 상황을 그렸다. 하지만 멀쩡한 건물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 전체가 무너져버린 튀르키예 안타키아(Antakya)의 상황을 직접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동료 활동가는 안타키아에서 멀지 않은 시리아도 비슷한 처지라고 전해왔다. 국제월드비전 동료들은 시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 활동가들은 시리아에 입국할 수 없다. 한국 외교부가 10년 넘게 내전 중인 시리아를 여행금지국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구호활동가로서 다양한 재난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하는 훈련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실제로 접한 대지진의 참혹한 현장 속에선 무력감을 느꼈다. ‘Save lives, alleviate suffering, and maintain human dignity(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경감시키고, 존엄성을 지킨다).’ 사무실 모니터에 붙여 뒀던 문구를 머릿속으로 되뇌며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애썼다. 긴급구호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월드비전 긴급구호대응단은

(왼쪽부터)사처리장 긴급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한 포항제철소 퇴직 직원 이원홍씨, 김수학 포항제철소 제선부 명장, 배동석 광양제철소 제선부 명장. /포스코
시니어의 힘… 사라진 옛기술로 용광로 살렸다

[재난, 그 후] 포스코 조기 정상화의 ‘숨은 영웅’ <끝> 시니어들 노하우로 고비마다 문제 해결쇳물 모래밭에 부어 긴급대응 나서기도MZ 직원들 아이디어도 빠른 복구에 한몫 “선배님, 이틀 안에 되겠습니까?” “설계 도면 짤 시간도 없네요. 일단 해 봅시다.” 전 직장 동료의 전화를 받은 이원홍(74)씨는 바로 출근하겠노라 말했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포항제철소를 덮친 그날의 일이다. 이씨는 포스코 제선부에서 정년을 마친 잔뼈 굵은 철강 베테랑이다. 포항제철소를 떠난 지 오래지만, 회사에서는 제철소 복구에 이씨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완전 복구하고 지난달 20일 완전 정상화됐다. 피해 발생 135일 만이다. 사고 당시 완전 복구까지 1년 넘게 걸릴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고비마다 시니어들의 노하우와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복구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이번 복구 작업에는 이씨처럼 정년을 마치고 현장을 떠났던 은퇴 직원들과 명장 등 전문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컸다. 제철소 정상화의 ‘숨은 영웅’들이다.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수십년 전에 사라진 옛기술을 구현해 긴급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씨는 “평생을 제철소에서 보냈는데 무슨 핑계를 대고 안 나갈 수 있겠느냐”라며 “보름간 자정까지 작업하고 집에서 잠깐 눈 붙이고 다시 현장으로 나갔는데 현역 때만큼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은퇴 선배 지휘로 이틀 만에 ‘뚝딱’… 후배들 박수가 터졌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고로(高爐·용광로)에서 생산된 갈 곳 잃은 쇳물이었다. 약 1500도 온도로 펄펄 끓는 쇳물을

지난 7일 경기 성남의 그리드위즈 사옥에서 만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성남=김종연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스타트업 불모지는 옛말… 에너지 시장이 급변한다”

[인터뷰]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전력 시장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의 오차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전력 수요와 공급 원리는 저수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 저수지 수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물이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 또 나가지는지 정교하게 측정해야 합니다. 수위를 365일 24시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국내 전력 표준주파수가 60Hz(헤르츠)인데, 여기서 0.2Hz만 높거나 낮아도 화재나 정전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김구환(52) 그리드위즈 대표는 전력 시장에서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력 수요반응(DR·Demand Response)’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수요반응은 전력 소비가 집중되는 시간에 전기사용을 줄이거나, 다른 시간대에 사용하도록 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불안정하고 조절이 어려운 재생에너지와 기존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가상발전소(VPP) 핵심 솔루션 중 하나다. 그리드위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로 스타트업 불모지로 여겨지는 에너지 시장에 지난 2013년 뛰어들었다. 창업 10년차였던 지난해 매출은 1300억원 수준이다. DR을 포함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재생에너지 등 그리드위즈의 솔루션은 가상발전소의 핵심 기술이다. 특히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약 90%를 그리드위즈가 보급했고, 미국·유럽·말레이시아 등 해외 보급률도 약 30%에 달한다. ‘스타트업 불모지’ 에너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에너지 관리의 중요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은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자체적으로 수급할 수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40조원 규모의 석유·가스를 수입해 필요한 만큼 사용한 뒤 다시 100조원 정도를 수출했다. 한해 140조원 규모를 사용하는 셈이다. 석유와 가스를 자체적으로 얻지 못하기 때문에 100년이 지나도 이 정도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RE100 달성의 필수 조건... 국내외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RE100 달성의 필수 조건… 국내외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국내 가상발전소(VPP) 시장은 초기 단계다. 가상발전소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 산업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규모 전력중개 시장 개설로 첫발을 뗐다. 재생에너지 등 분산자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사업자 간 계약 구조, 인센티브 분배 등의 문제로 아직 참여가 저조하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가상발전소 시장에 뛰어든 건 대기업이다.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을 달성하려면 가상발전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가상발전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8월엔 전력중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태양광 등 소규모 분산전원을 모아 20MW 이상의 발전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 E&는 ESS, VPP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한국전기연구원, 가상발전소 기술 개발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 소프트베리 등과 가상발전소 기술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SK그룹 외에도 포스코에너지, KT 등이 가상발전소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분산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기술 외에도 수요반응자원 관리 방식의 가상발전소 스타트업도 성장하고 있다. 그리드위즈(Gridwiz)는 사업장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요전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식스티헤르츠는 다양한 분산 자원을 연결하고, 연결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가상발전소 시장에 진입했다. 또 약 8만2000개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추적한 후 발전 용량과 발전량을 예측한 ‘햇빛바람지도’를 개발해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국내 가상발전소 관련 사업이 한국전력과 중부발전 등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태양광·풍력 비중 높은 유럽 ‘VPP 시장’ 주도

아이슬란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수요를 100% 충당하는 국가다.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지각 활동이 활발하고, 화산 폭발이 잦아 지열을 이용한 발전이 쉽다. 또 U자형 계곡이 많고, 편서풍이 불어 수력 발전도 용이하다. 이 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자연스레 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술 연구도 활발히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불모지다. 지리적 조건을 고려하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가능하지만, 각종 규제와 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활성화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기존 30.2%에서 21.6%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발표한 ‘재생에너지 2022(Renewables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총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불과했다. 재생에너지를 얻기 용이한 지리적 특성을 가진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을 제외하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31.3%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적은 수치다. 가상발전소(VPP) 시장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활성화됐다. 발전량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야 안정적인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호주, 미국 등 가상발전소 시장이 활성화된 국가는 대부분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0% 이상이다. 현재 가상발전소 시장의 선두주자는 독일이다. 독일은 2000년 재생에너지법(EGG)을 제정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이후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가상발전소 시장이 성장했다. 독일의 가상발전소 운영 기업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Next Kraftwerke)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발전소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독일에 설립된 이후 유럽과 아시아에도 진출했다.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재생에너지로 ‘질 좋은 전기’ 마음껏 쓰려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전기 공급이 원활한 나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서는 ‘질 좋은 전기’라고 말한다. 해외 어느 나라보다 전기 요금이 저렴하고, 정전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간혹 정전이 발생해도 복구가 빠르다. 이처럼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려면 전력망 주파수가 안정돼야 한다. 전력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는 일정한 양의 전력을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변동이 심한 발전량을 전력망에 연결하면 주파수가 깨진다. 정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로 해결할 수 있다. 가상발전소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하는 풍력·태양광·수력 발전소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전력을 생산·저장하고 거래까지 할 수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환경 비영리단체 RMI(Rocky Mountain Institute) 주도로 가상발전소 확대와 정책 수립하기 위해 ‘가상발전소 파트너십’(VP3)이 꾸려졌다. 이번 파트너십에는 구글·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동참했다. 여러 기업들이 전력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가상발전소의 원리는 간단하다. 전력 소비량과 공급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전기공급자 계통제어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이 측정값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적절한 발전량과 공급 경로를 설정해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풍력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받던 공단 지역에 발전량이 낮아지면, 한국전력에서 정전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했다. 가상발전소가 도입되면 인근 지역의 남는 전력을 공단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추가 전력 생산 없이 전력망을 유지할 수

국내 스타트업 엔씽은 컨테이너 안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DB
전문가 50인이 말하는 올해 소셜섹터 전망은?

[2023 소셜섹터 키워드 10] 달라지는 ‘소비 문화’활력 생기는 ‘비영리’ 기후위기, 경기 침체, 인구 감소. 당면한 위기 속 불안과 무언가 일어날 거란 기대가 공존하는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았다. 지난 한 해 소셜섹터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유독 컸고, 재계에서는 ESG 열풍이 불었다. 2023년은 과연 어떻게 기록될까. 특히 사회문제 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소셜섹터에서 어떤 변화의 흐름이 나올까. 더나은미래는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임팩트비즈니스, 기업, 학계, 법조 영역 전문가 50명 의견을 바탕으로 올해의 키워드 10개를 선정했다. 01. 빅벳 필란트로피(Big Bet Philanthropy)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조직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자선 활동을 말한다. 보통 한 기관에 2500만달러(약 31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확산해왔다. 미국의 비영리 재단 브릿지스판그룹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빅벳’으로 집계된 기부금은 400억4800만달러(약 50조9600억원)에 달한다. 대표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이다. 게이츠재단은 말라리아 종식, 소아마비 근절, 물 없는 화장실 개발 등 구체적인 사회변화를 목적으로 기부를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설립한 공익재단 ‘브라이언임팩트’가 사회문제 해결 역량이 있는 비영리 혁신 조직에 빅벳 방식으로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02.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기후위기 담론을 넘어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자연기금(WWF)은 2년마다 내놓는 ‘지구생명보고서’를 통해 1970년에서 2018년 사이 전 세계 생물 개체군의 69%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담수 어종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