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보다 ‘간호사 이직률’을 낮추자…17배 수익이 돌아왔다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3·끝> ‘좋은 생태계가 좋은 수익을 만든다’…마즈가 보여준 EoM의 계산법 반려동물 사료 판매를 늘리려면 신제품 출시나 광고 마케팅 강화가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글로벌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Royal Canin)은 전혀 다른 해법을 택했다. 반려동물 병원 현장을 지탱하는 수의사 보조 인력, 즉 동물병원 간호사의 이직 문제에 주목한 것이다. 로얄캐닌은 제품 경쟁력보다 간호사 이직률이 반려동물 진료 생태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잦은 인력 교체로 진료 효율이 떨어지고, 고객 경험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의사 네트워크와 추천을 통한 ‘신뢰 기반 유통 모델’을 갖고 있는 로얄캐닌에게 이 문제는 곧 브랜드 신뢰 붕괴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에 로얄캐닌은 약 25만 달러(한화 약 3억 6000만원)를 투입해 간호사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업무 숙련도 강화, 수의사·간호사 간 협업 체계 정립, 그리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직업적 정체성 회복을 돕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결과 간호사 유지율은 38% 오르고, 고객 만족도는 25% 상승했다. 이는 반려동물의 건강검진 건수와 사료 재구매율 증가로 이어져 총 440만 달러(한화 약 64억 3000만원)의 매출 확대가 일어났다. 처음엔 ‘비용’으로 보였던 투자가 17배의 수익으로 돌아온 셈이다. ◇ 기업의 이익은 ‘생태계의 건강’ 위에서 자란다 로얄캐닌의 전략은 글로벌 식품기업 마즈(Mars)가 옥스퍼드대와 함께 제시한 ‘상생의 경제학(Economics of Mutuality·이하 EoM)’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마즈 산하 기업 로얄캐닌은 2015년 이후 이윤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반려동물 건강 생태계의 조정자(coordinator)’를 자임하는

“사람을 지키면 기업도 산다”…유한킴벌리가 보여준 상생의 답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2> 문국현 “기술보다 사람, 갈등보다 신뢰… 상생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데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2025 EoM-한양대 넥스트 임팩트 포럼’에서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전 유한킴벌리 대표)는 유한킴벌리가 경제적 성장과 함께 환경과 사람을 고려하는 경영 전략을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인 EoM(Economics of Mutuality·상생의 경제학)은 기업이 고객·근로자·공급망·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가치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기업 마즈(Mars)와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이 공동 제시했다. 재무성과 중심의 ESG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통합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문 대표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40년 전부터 숲을 가꾸고 사람에 투자한 유한킴벌리의 행보는 상생의 경제학(EoM)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1984년 시작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다. 당시만 해도 기업이 산림 복원을 핵심 전략에 두는 것은 ‘비용’으로 여겨졌지만, 유한킴벌리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숲을 되살리는 데 꾸준히 나섰다. 그 결과 국내외 약 1만6500ha(여의도 56배 규모)에 57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심어졌다. 그는 “IMF 외환위기 시기에는 실직자에게 생태·기술 교육을 제공하며 30만 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정부 지원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감이 캠페인을 확장시킨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은 이후 17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사업으로 확장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유한킴벌리는 구조조정 대신 ‘사람을 남기고 기계를 줄이는’ 방식을

“성장은 멈추고, 부는 위로 쏠렸다”…정운찬 “상생 없인 한국경제 없다”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1> 이익공유제·정부조달 직접발주 제안…“자본과 기회가 아래로 흘러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이중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를 끊어낼 해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상생성장(shared growth)”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2025 EoM-한양대 넥스트 임팩트 포럼’ 기조연설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며 “양극화 심화와 고용 불안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대 초반(약 0.8~0.9%)에 머물고 있다. 소득 분포 역시 한쪽으로 기울었다. 2021년 기준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약 15%, 상위 10%가 47%를 차지하는 등 부는 상층부에 집중돼 있다. 정 이사장은 “1980년대 초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약 20% 수준이었지만, 수십 년 사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며 “경제의 활력이 특정 집단에 쏠리면서 사회 전체의 에너지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한때 ‘다이내믹 코리아’라 불리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경제 활력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 1960년대 이후 이어진 ‘재벌 중심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을 짚었다. 그는 “이 전략은 산업화 초기 성장의 동력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부의 편중과 산업 집중을 심화시켰다”며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4%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납품단가 인하와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거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과실이 기업에 집중되며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크게 늘고, 가계부채는 1900조원을 넘어섰다”며

국적이 바뀌어도, 시선은 그대로였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4> 편견과 차별이 만든 ‘정체성’의 벽 한국어로 꿈을 꾸고, 한국에서 자랐지만 자기소개 앞에서는 늘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너는 한국인이야, 중국인이야?” 김지영(22)씨는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동포’라고 말하면 ‘조선족이 왜 동포냐’는 반응이 돌아올까 봐 두려워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제일 힘들었어요.” 한국에 온 지 9년이 넘은 김씨는 여전히 구직 사이트에서 ‘외국인 불가’ 문구가 눈에 밟힌다. “아르바이트 공고 중 ‘외국인은 받지 않는다’는 말을 생각보다 자주 봤어요. 대학 취업 상담에서도 ‘F-4 대졸자는 잘 안 뽑는다’는 말을 들었죠.” 이 경험은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국내 체류 외국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체류 외국인의 17.4%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차별 이유로는 ‘출신 국가’(54.5%), ‘한국어 능력’(31.2%), ‘외모’(9.1%)가 주로 꼽혔으며, 특히 유학생(D-2)의 차별 경험률은 27.7%로 가장 높았다. 청년층에서의 차별 인식이 두드러진 결과다. ◇ 서류는 바뀌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귀화를 하면 달라질까. 고등학생 때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정세원(27·가명)씨는 서류상 ‘한국인’이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이다. “외모만 보고 ‘외국인인가 보다’ 생각하는 시선이 있어요. 서류를 낼 때만 ‘한국인이었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오죠.” 2020년 귀화한 임수현(23·가명)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면접에서 이주배경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려 해도, 몇 마디면 ‘외국인이죠?’라는 질문이 나와요. ‘나도 이제 한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겉모습만 보고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앞선다는 순간 체념이 되죠.” 편견은 사실 사회 진입 이후가

정책의 언어는 멀고, 청춘은 길을 잃었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3> ‘정보 격차’에 갇힌 이주배경청년들 “비자 매뉴얼이 너무 자주 바뀌어요.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데, 바뀔 때마다 갑자기 법의 보호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변경 사항이 제때 전달되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비자로 제한된 직종에서 시간제 근로가 가능하다는 걸, 시행 6개월이 지나서야 알았어요.” 13살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성인이 된 뒤 F-4(재외동포) 비자를 받은 김지영(22)씨의 말이다. 그는 법무부 외국인 지원 포털 ‘하이코리아’에 들어가 “정확한 상담을 원하면 1345에 전화하라”는 안내 문구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오랜 대기 끝에 연결된 상담원은 “F-4 비자 소지자의 세금 신고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고용노동부로 문의하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근무가 어려우니 중국어 과외라도 해볼 생각으로 “그럼 과외는 가능하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단순노무직이 아니면 괜찮다”는 식의 모호한 설명이었다. 결국 김씨는 스스로 법무부 매뉴얼을 찾아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그는 “한국어가 어려운 청년이라면 절대 혼자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 제도는 있는데, 정보가 닿지 않는다 이주배경청년은 수시로 바뀌는 제도 속에서도 그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 지원책이 있어도 정보 접근 경로가 제한적이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 결국 ‘있는데 모르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난 8월, 직장 인근 여의도에서 만난 정세원(27·가명)씨는 “사실 ‘이주배경청년’이란 말을 오늘 처음 들었다”며 “그런 단어를 몰랐으니, 나에게 해당되는 지원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보 장벽’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복잡함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연결망의 부재,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체류를 위한 선택이었어요”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2> 비자가 허락한 꿈만 꿀 수 있는 청년들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이주배경청년들은 자신을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 법적으로는 외국인, 정서적으로는 이방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셈이다.  대부분 부모의 비자에 동반된 상태로 한국에 정착하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 그 자격은 효력을 잃는다. 이후에는 스스로 비자를 새로 취득해야 한다. 그 절차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에 따라 진학과 취업의 선택지도 갈린다.   <더나은미래>가 심층 인터뷰한 이주배경청년 7명은 짧게는 9년, 길게는 22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왔다. 현재 체류 자격은 유학(D-2), 재외동포(F-4), 영주(F-5) 등으로 다양하다. 7명 중 2명은 이미 귀화를 마쳤다. 공통점은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다’는 점이다. 안지영 사단법인 피난처 매니저는 지난 9월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주최한 ‘2025 이주배경아동, 사회적 연결을 위한 6가지 시선’ 포럼에서 “부모의 비자 종류에 따라 아동의 체류 자격이 결정된다”며 “결혼이민자나 북한이탈주민 자녀는 국적 취득 기회가 있지만, 그 외의 아동들은 대회 출전, 장학금, 인턴십 등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단순히 ‘이주배경’으로 묶기보다 상황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또래 한국 청년에게 대학 진학이나 이직은 단순한 선택이지만, 이주배경청년에게는 신분이 걸린 결정이다. 휴학이나 진로 변경이 체류 자격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가 이들의 삶을 직접 규제하는 구조다. ◇ “작가가 되고 싶지만, 비자가 허락하지 않아요” “작가가 꿈이라

‘꿈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주배경청년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 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1> 같은 말을 써도 다르게 들리는 사회 우리가 만날 청년 7명의 항해는 낯선 바다를 건너온 이들의 기록이자, 한국 사회가 향해야 할 항로를 비추는 나침반입니다. 부모의 이주로 시작된 여정은 이제 한 세대의 진로가 되었고, 그들의 커리어는 한국 사회의 포용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이주배경청년 당사자가 인턴기자로 참여해 함께 기획하고 취재한 ‘저널 액티비즘 프로젝트’로, 보도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공익 저널리즘의 실험이기도 합니다. 더나은미래는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함께, 이 청년들의 ‘서사’를 조명하며 다문화 시대의 ‘함께 사는 법’을 묻습니다. /편집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이 5%를 넘으면 그 나라를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한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24년 4월 기준 한국의 외국인 인구는 260만2669명, 전체 인구의 5.07%.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다문화 국가 기준선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1년 반, 한국 사회는 얼마나 이들과 ‘함께’하고 있을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가구원 중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19만3814명. 전년보다 1만2636명(7.0%) 늘었다. 2012년 조사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학생 중 비율은 약 4%. 이들이 성장하면 바로 ‘이주배경청년’이 된다. 일반적으로 이주배경청년은 ‘본인 혹은 부모 세대를 통해 국경을 넘는 국제 이주를 경험한 청년’으로 규정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인구총조사를 토대로 이주배경청년 규모를 2010년 1만7000명, 2015년 2만7000명, 2020년 3만5000명으로 추산한다.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데이터로 고객 읽는 반찬가게, 지역 농가 판로를 열다

애그테크, 농업의 미래를 짓다<5·끝> 반찬으로 농장과 도시를 잇는 ‘도시곳간’ “좋은 재료를 만들지만, 팔 곳이 없어요.” 청년 농부들의 이 말이 한 청년 창업가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모님이 자양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옆 공간에서, 민요한 대표는 ‘로컬 농산물로 도시 식탁을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 실험의 이름은 ‘도시곳간’. 평범한 골목 반찬가게 옆 작은 매장은 지금 전국 68개 지점을 둔 데이터 기반 로컬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시곳간은 지역 농가와 청년 농부들이 직접 만든 재료로 반찬을 만든다. 반찬가게의 진열대가 농부들의 판로가 되고, 소비자는 그날 수확된 신선한 재료를 식탁에서 만난다. 민 대표는 “좋은 재료를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며 “고객이 반찬을 사는 동시에, 농가의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서 16평 매장으로 출발한 도시곳간은 한 달에 3억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골목상권의 기적’으로 불린다. 지금은 전국 68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연내 73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는 “단호박 식혜는 서로 다른 쌀 농가와 단호박 농장을 매칭해 만든 PB 상품인데, 지금까지 25만 병이 판매됐다”며 “농가와 협업이 곧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 데이터를 읽는 반찬가게 도시곳간이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민요한 대표는 “처음엔 감으로 메뉴를 만들다 팔리지 않은 반찬을 매일 버리기도 했다”며 “그때 배운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회상했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교훈은 곧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내외 기업·단체 한자리에…‘2025 글로벌 CSR 포럼’서 기업 자원봉사 미래 논의

11월 12일 포스코센터서 개최… IAVE·CJ·현대모비스 등 참여 2026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 앞두고 정부·기업·국제단체 협력 방안 모색 기업 자원봉사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2025 글로벌 CSR 포럼(2025 Global CSR Forum)’이 오는 11월 12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2026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를 앞두고 한국자원봉사문화,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Globalization & Localization of Corporate Volunteering for the Future(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기업 자원봉사의 세계화와 지역화)’다.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행사에는 행정안전부, 사우디 사회혁신 컨설팅기업 ‘알타홀딩스(Aathar Holding Company)’, 유럽 자원봉사단체 ‘볼리야스(Volies)’, CJ, 현대모비스, 카카오모빌리티 등 국내외 주요 기관과 글로벌 파트너가 참석한다. 기조연설에는 니콜 시릴로(Nichole Cirillo) IAVE 사무총장이 나서 ‘2026 자원봉사의 미래를 위한 글로벌 행동 촉구(Global Call to Action for the Future of Volunteering)’ 글로벌 서베이 결과를 처음 공개한다. 이어 민희경 CJ사회공헌추진단장이 ‘기업 차원의 CSR & EVP, 세계화와 지역화 방향’을 발표하며,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발표 세션에서는 정부, 기업, 국제단체가 참여해 지속가능한 자원봉사 전략을 공유한다. 박순영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과 과장은 ‘2026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를 맞아 정부 차원의 기업 자원봉사 활성화 전략을 소개하며, 사우디 비전2030 실행허브 알타홀딩스는 국가 주도의 자원봉사 정책을 발표한다. 제프리 존스(Jeffrey Jones) 로널드맥도날드하우스자선재단(RMHC) 코리아 회장은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자원봉사의 미래’를, 셀리나 레투스(Celine Lestus) 볼리스 프로젝트 디렉터는

“공공은 촉진자이자 통역가”…민관이 함께 짜는 사회혁신의 판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협력의 힘, 임팩트를 더하다 <3·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남양호 원장·전유진 사업본부장 특별 대담 “정부는 단순한 시장 조력자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미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혁신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는 저서 ‘미션 이코노미(Mission Economy)’에서 정부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했다. 시장의 결함을 메우는 ‘조력자’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며 방향을 설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추진 중인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에도 녹아 있다. 공공이 협력의 무대를 만들고, 민간과 사회적경제조직이 그 위에서 해법을 실험하는 구조다. 이 사업은 단순한 공모사업이 아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포착한 조직이 과제를 제시하면, 기업과 기관이 뜻을 모아 실행에 옮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백본(backbone)’ 역할을 맡아 전문가를 매칭하고 협력의 균형을 잡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안성의 ‘일죽목욕탕’과 ‘청년 그린 편의점’ 같은 실험이 나왔다. 돌봄 공간이 안전 복지 플랫폼으로, 편의점 점포가 청년 자립의 출발점으로 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공공·기업·사회적경제가 맞물린 이 협력 모델은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남양호 원장과 전유진 사업본부장을 만나 이 실험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 협력 구조를 설계하고, 사회적 가치를 ‘보이게’ 만들다 ―이 사업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나. 전유진(이하 전)=2022년, 경기도가 사회적경제조직과 함께 ‘100대 사회문제 의제’를 도출한 것이 시작이었다. 문제를 찾아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해결로 이어지려면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2023년 신설된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직접 나섰다. 환경·돌봄·고용·주거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는 어느 한 조직만으로는 풀 수 없다.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로…‘편의점’에서 시작된 자립의 선순환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협력의 힘, 임팩트를 더하다 <2>  청년 자립부터 장애인 스포츠팀까지, 공공·민간·사회적경제가 만든 협력형 사회혁신 모델 “매장 위치나 고객층에 따라 잘 팔리는 상품이 다르더라고요. 요즘 러닝족이 많아 에너지 음료를 늘렸어요.” 경기도 고양 라페스타에 위치한 ‘청년 그린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은비(24)씨는 이제 ‘점주 후보’로 불린다. 계산과 진열, 발주와 프로모션 기획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관리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일반 편의점과 다를 바 없지만, 특별한 서사가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일터를 통해 삶을 다시 세우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청년 그린 편의점’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 세븐일레븐이 손잡고 만든 협력형 일자리 모델이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직업훈련과 점포 운영 경험을 제공하고, 수익 일부를 다시 청년 인건비와 일자리 창출에 재투입한다. 기업은 ‘자립준비청년 일자리 제공’이라는 사회공헌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은 현장의 실행력을 담당한다. 공공·민간·사회적경제가 연결된 협력의 구조 속에서 청년 자립의 새로운 해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 일경험 넘어 창업까지, ‘청년 그린 편의점’ 자립준비청년의 실업률은 전체 청년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2024 자립지원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실업률은 15.8%로, 같은 연령대 전체 청년(5.3%)보다 높았다. 취업률은 52.4%로, 20대 평균(61.3%)보다 낮았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에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진슬기 PMO운영개발담당팀 대리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편의점 점주는 평생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들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 방식이 과연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중간에서 조율하며 사업

28년 된 낡은 목욕탕, 어르신 지키는 ‘안전 공간’이 된 비결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협력의 힘, 임팩트를 더하다 <1>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의 탄생 “혈압이 124 나왔네요. 오늘은 전신욕보다 반신욕이 좋겠어요.”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일죽목욕탕’ 입구에서는 어르신들이 순서대로 서서 키오스크로 혈압을 잰다. 수치에 따라 적절한 목욕법이 안내되고, 탈의실 한편엔 온수를 마실 수 있는 온수대가 마련돼 있다. 욕탕 안에서는 10분마다 ‘안전벨’이 울리고, 낮은 벽체 너머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8년 된 노후 공중목욕탕이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어느 한 기업의 힘으로 된 일이 아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을 중심으로 안성시,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안성의료사협),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비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6개 기관이 손을 맞잡은 결과다. 이와 같이 다양한 주체가 공동의 목표를 두고 협력하는 사회문제 해결 구조를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라고 부른다. 2011년 존 카니아(John Kania)와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가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에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복잡한 사회문제는 단일 조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공통의 목표와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 모델은 ▲공통 목표 설정 ▲성과 공유 ▲상호보완적 활동 ▲지속적 소통 ▲협력을 조정하는 ‘백본 조직(Backbone Organization)’이라는 다섯 원칙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2023년,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한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참여 기관에는 최대 2년간 1억2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하며, 사경원은 단순 행정지원이 아닌 ‘조율자’ 역할을 맡는다. 사회문제를 제안한 조직이 적합한 기업·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ESG·디자인·기술 등 전문 파트너를 매칭한다. 올해까지 총 177개 기관이 참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