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주눅 들었던 결혼 이주 여성들… ‘봉사’로 자존감 되찾았다죠”

[우리사회 利주민] 박시은 ‘다빛나’ 대표 사람은 타인과 사회로부터 상처를 받으면 주눅 들게 된다. 상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읽히는 것도 그만큼 그런 일이 드물고 어렵다는 방증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모임 ‘다빛나’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다. 다빛나는 중국·베트남·네팔 등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 26명이 참여하는 자조 모임이다. 기댈 곳 없는 이주 여성끼리 마음을 나누던 모임이 사회봉사를 통해 이주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단체로 자라났다. 다빛나를 이끌어온 사람은 중국 옌지 출신 박시은(41) 대표다. 지난 23일 서울 광장동에서 만난 박 대표는 “봉사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결혼 이주 여성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봉사를 통해 이주 여성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 내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차별받을 때 가장 마음 아팠어요”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났다. 2006년 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박 대표는 “대학도 나왔고 직장생활도 해서 자신감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차별이 심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가장 마음이 아플 땐 아이들이 차별받을 때였죠. ‘저 애 엄마가 중국인이니까 놀지 마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서울 말씨를 익혔더니 사람들이 제가 중국 출신인 걸 모르고 “저 동네엔 중국인이 많아 더럽고 위험하다’고 서슴없이

CDP “글로벌 식품 기업, 식물성 제품에만 집중···산업 구조부터 바꿔야”

기후위기 전문 비영리단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식품 관련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식물성 제품 판매에만 치우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CDP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식품 산업으로 인한 환경 영향과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평가한 보고서 ‘변화를 위한 갈망–기업들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유통 체계를 만들고 있나(Hungry for Change-Are companies driving a sustainable food system?)’를 통해 “식품 관련 기업들의 근본적 변화 없인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 분야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도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CDP는 보고서를 통해 “식품 관련 기업들이 생산·제조·유통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기보다 식물성 제품의 추가 개발과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네슬레, 월마트, 테스코 등 생산·제조·유통 분야의 거대 기업 504곳으로부터 받은 환경 영향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기업들의 정보 공개 수준과 기후위기 대응 목표의 구체성·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물론 식품 산업으로 인한 ▲기후 변화 ▲숲과 토지 ▲물 ▲생물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관련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농경지의 절반은 식품 산업에 활용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축과 사료를 키우는데 77%가 쓰인다. CDP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세계 수자원의 70%는 식품 산업에 쓰이고 있어 수자원 사용량이 공급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도 지적했다. CDP는 식품 산업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의 가장 큰 문제로 구체적인 목표 설정

오는 20일 ‘제4회 국경없는영화제’ 개최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제4회 국경없는영화제’를 개최한다. 국경없는영화제는 분쟁·의료 위기·빈곤 등으로 발생한 구호 현장의 현실을 영화를 통해 소개하는 행사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번 영화제는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Nothing can stop us)’를 주제로 진행된다. 올해는 유료 상영작 네 편과 무료 상영작 세 편으로 구성됐다. 유료 상영작은 ‘케이브’ ‘피란’ ‘어플릭션’ ‘피 속의 혈투’ 등이다. 케이브는 2018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상 후보에 올랐던 페라스 파이야드 감독의 시리아 전쟁 시리즈 후속편 격인 작품으로, 시리아 전쟁 당시 지하 병원으로 숨어든 민간인들이 안전과 희망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피란은 보이스오브아메리카 취재팀이 방글라데시로 이주한 로힝야 난민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다. 어플릭션은 2015년 에볼라 창궐 당시 국경없는의사회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에서 확진자를 치료하고 질병 확산을 막는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피 속의 혈투는 의약품 시장을 독과점하는 거대 제약회사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연대 과정을 전달한다. 무료 상영작으로는 ‘존엄성을 찾아서’ ‘한 의사의 꿈’ ‘오픈 마이 아이즈’ 등이 선정됐다. 존엄성을 찾아서와 한 의사의 꿈은 각각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인 노마병과 수면병을 퇴치하기 위한 의사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오픈 마이 아이즈는 이라크 폭탄 테러로 시력을 잃은 큐세이 후세인이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시력 재건과 재활 치료를 받고 희망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한순간에 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면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사회적 안전망 밖에 놓인 사람들은

불안정 속 고립까지… 미등록 이주 아동 심리적 문제 심각

불안정한 상황·사회적 고립이 원인 문제 지속되면 발달·성장에 악영향 ‘감사 지적’ 불이익에 지원 쉽지 않아 병원·아동센터 등 이용할 수 있어야 #1. 올해 일곱 살인 미등록 아동 A군. 부모나 친구를 깨물고,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폭력 성향을 보여 얼마 전부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심리전문가는 A군의 이상행동 원인이 성장 환경에 있다고 봤다. 미등록 이주민인 부모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생계를 이어가느라 A군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A군은 혼자 집에 남기 일쑤였고, 훈육은 대부분 거친 체벌로 이뤄졌다. 가끔 ‘죽고 싶다’는 말도 한다. #2. 또 다른 미등록 아동 B양은 감정 표현을 극도로 꺼린다. 올해 여섯 살인 B양은 상담 교사가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좋다’는 식의 반응만 반복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친구나 선생님 등 타인과 관계 맺기도 거부한다. 부모와의 애착도 형성되지 못했다. B양 역시 부모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어려운 경제적 상황 탓에 제대로 된 돌봄은 이뤄지지 못했다. 미등록 이주 가정의 돌봄 공백이 아동의 심리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아동의 정서적 안정에는 쾌적한 거주 환경,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 적절한 사회 활동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고립까지 겪는 미등록 아동들은 폭력성, 우울감, 사회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올해로 5년째 미등록 이주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 활동을 해온 송정은 아트온어스 대표는 “미등록 아동은 보통의 취약 계층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데 이는 이들이

“암 경험자를 세상 밖으로… 따뜻한 실험실이 열립니다”

암 경험자 사회 복귀 플랫폼사회적협동조합 ‘온랩’ 탄생 ‘암밍아웃’. 자신이 암 경험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는 일을 뜻하는 표현이다. 암 병력(病歷)을 주위 사람들에게 밝히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성적 지향을 밝히는 ‘커밍아웃’에 빗댄 말이다. 암을 ‘죽음의 병’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시선은 당사자들의 사회 복귀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지난해 국립암센터와 대한암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암 경험자의 직장 복귀율은 30.5%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온랩’이 설립됐다. 암을 겪은 당사자를 비롯해 심리치료사, 가수,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등 각계 전문가로 이뤄진 개인 13명과 법인 4곳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지난 2일 온랩의 정승훈(32) 이사장과 서정주(45) 코디네이터를 서울 선유동에서 만났다. ◇ 사회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실험실’ 온랩을 설명하려면 2015년 시작된 ‘나우 프로젝트’부터 짚어야 한다. 나우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20여 기관의 협력 프로젝트로, ‘나를 있게 하는 우리’라는 뜻이다. “나우는 장애인·시니어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에 나갈 용기를 얻도록 돕는 프로젝트예요. 당사자들이 직접 쓴 가사로 합창하고 훌라춤을 추죠. 해마다 주제를 정해 활동했는데, 2018년은 ‘암 경험자’였어요. 당시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자는 뜻이 모이면서 ‘온랩’을 만들게 된 겁니다. 온랩은 ‘따뜻한 사람들의 실험실’이라는 뜻이고요.”(서정주) 온랩이라는 이름으로 첫 모임을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6월. 약 서른 명이 모임을 시작했다. 가수·법률가·심리치료사·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암 경험자와 지지자가 매월 한 번씩 모였다. 서정주

“수어를 통해 한국과 일본, 농인과 청인 벽 허무는 역할 하고 싶어”

[우리사회 利주민] 한국 수어 하는 일본인, 후지모토 사오리 평창 페럴림픽 홍보대사 참여 후 수어에 관심 갖고 제대로 공부 외국인 첫 수어통역사 필기 통과 K팝 수어 영상 만들어 알리기도 ‘농인(聾人)’의 사전적 의미는 ‘청각장애로 인해 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농인들은 스스로를 ‘보는 행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일본의 농인 작가 사이토 하루미치는 농인들을 ‘보는 문화권의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농인들의 문화를 ‘농문화’라 부르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대신 청인(聽人)과 농인으로 구분한다. 수화(手話)가 아니라 수어(手語)로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이런 구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수어를 배우는 청인은 많지 않다. 그런데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수화통역사 필기시험을 통과한 외국인이 나왔다. 주인공은 일본 요코하마 출신 방송인 후지모토 사오리(32).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와 행정안전부, 2020 한일 축제 한마당 등 여러 분야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사오리는 유창한 한국어로 “코로나19로 실기시험이 미뤄졌지만, 합격은 자신 있다”며 “수어를 통해 한국과 일본, 농인과 청인을 잇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외국인 수어통역사 “한국어가 한국의 문화를 담은 언어인 것처럼 수어도 농인들의 언어예요. 표정과 공간 등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농인의 문화를 담은 독립된 말이죠. 수어가 전 세계 공용이 아니고 일본 수어, 한국 수어가 다른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문화가 다르니까요.” 사오리는 수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농문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수어 이름’이다. “농인들은 손가락과 얼굴을

‘사각지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아동

코로나 장기화로 고립 극심 부모는 생계 위해 일터로 육아는커녕 끼니 걱정해야 지역센터 대부분 문 닫아 비영리·소셜벤처가 나서 아이 돌봄이나 먹거리 지원 “노 머니, 노 푸드, 아이엠 베리 헝그리.(돈도, 음식도 없어 너무나 배가 고파요)” 경기 한 지역에서 이주민을 돕는 A씨는 몇 달 전 일을 잊지 못한다. 2~3개월 된 작은 아이를 안은 한 흑인 여성이 “며칠 동안 자신도, 아이도 굶었다”며 센터 문을 두드린 날이다.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사는 그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임신 중 코로나19가 퍼졌다고 했다. 건장한 이주민 남성도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임신한 그에게 일을 주는 곳은 없었다. 이 와중에 출산하면서 수백만원 빚을 지게 돼 갓난아이와 함께 거리로 나앉게 됐다. 그나마 A씨를 찾아오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다. 현재 A씨가 돌보는 미등록 아동은 15명가량. 그는 “한 집에 갔더니 다섯 명이 넘는 아이가 불도 안 켠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여서, 똥오줌을 싼 기저귀와 옷을 그대로 입고선 피부병에 걸려 몸을 벅벅 긁고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도움의 손길을 구하기도 어려운 미등록 아동의 고통이 장기화하고 있다. 돌봐줄 친지가 없어 평상시에도 어려움이 컸던 미등록 이주민의 육아가 이제는 끼니를 걱정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출신 B씨는 “모텔 청소 일을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일거리가 있을 때만 가서 일을 해주는 식으로 바뀌었다”면서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아이를 볼 시간이 더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주민 삶 지키면서 외지인 껴안는 마을 만들고 싶어”

[레벨up로컬] 서정영 남쪽바다여행제작소 총괄책임 주민과 상생하는 숙박·여행 프로젝트 지역 농산품으로 마을 식당 운영 예정 “참 아름답지요?” 지난달 13일 경남 거제 칠천도. 이곳에서 주민공정여행사를 운영하는 서정영(39) 총괄책임은 기자에게 대뜸 “동네부터 한 바퀴 걷자”고 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남쪽바다여행제작소’를 설립해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숙박·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을 보고 나면 제가 왜 이 촌에서 이 일을 하는지 이해가 갈 겁니다(웃음). 따라오세요.” 칠천도의 풍광은 눈부셨다. 넓고 잔잔한 바다와 울창한 숲, 새하얀 백사장. 해안선 너머에선 다도해의 작은 섬들이 푸른 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시선 닿는 모든 곳의 역사를 읊던 서정영씨가 “소중한 자연과 역사가 있는 이 섬의 풍경과 주민들의 삶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칠천도엔 80대 어르신들만 남았어요. 펜션과 카페는 계속 생기지만 다 외지인이 세운 거라서 주민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죠. 오히려 높은 건물이 좋은 풍광은 가리고 주차난에 소음, 쓰레기 문제만 늘어나니 주민들 불만이 많아요. 한 마을은 아예 ‘외지인 출입 금지’를 걸어놨습니다. 이 마을을 알리면서도 자연과 사람들을 지킬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는 칠천도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 친구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다. 그도 한때 도시에서 살았다. 거제 본섬에서 대기업을 다녔다. “부모님이 계속 칠천도에 사셨으니 자주 들여다봤는데, 섬이 쇠락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정말 이상한 일 아닌가요? 거제가 세계를 누비는 배를 만들어 우리나라 경제를 키운 도시로 알려지는 동안 정작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어촌 마을은 텅텅 비어갔으니까요.” 처음엔 부모님이 운영하던 펜션을 도와드리는

[더나미 책꽂이] ‘이제 시골’,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외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20대 손녀가 치매 걸린 90대 할머니를 돌보며 써내려간 2년의 기록. 취업준비생이라는 이유로 얼떨결에 맡게 된 일이지만, 손녀는 할머니를 돌보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간다. 양갱만 좋아할 줄 알았지만 달디단 마카롱을 좋아하고, 자연과 농사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입체적인 할머니의 모습은 좋은 면만 보여주진 않았다. 할머니는 평생 고된 집안일과 농사로 가족을 돌보면서도 그 가치를 존중받아본 적 없는 피해자면서, 딸과 손녀에게 그 노동을 당연하게 대물림하려는 가해자였다. 가부장제의 피해자라고만 여겼던 엄마도 할머니 돌봄을 거부하는 올케를 비난하는 가해자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돌봄으로 얽힌 가부장제의 입체적인 모습을 찬찬히 이해해나간다. 노년 여성의 삶과 돌봄 노동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기록한 훌륭한 구술사. 윤이재 지음, 다다서재, 1만4000원   커밍 업 쇼트 ‘노동 계급 밀레니얼 청년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2030세대의 삶을 연구하는 저자는 청년 100여 명의 인터뷰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의 시작은 “왜 밀레니얼들은 결혼이나 정규직 일자리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성인됨’의 지표들을 가지지 않고 있는가”하는 질문이었다. 혹자는 비혼이나 자유로운 이주, 다양한 일의 방식 등 선택권이 넓어진 탓이라고 했지만, 저자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노동 계급 청년의 인생 궤적을 추적했더니 타의로 인해 불안정한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의 목소리를 살려 기록했다. 기댈 곳 없는 청년들은 질병·실업 등의 위험으로 금세 헤어나올 수 없는 불안정한 삶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노력하면 된다’는 신념은 쉽게 무너진다. 저자가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④한국과 아시아의 컬렉티브 임팩트를 이끌 인재 발굴

최근 소셜섹터는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소셜섹터 조직 간 공동 복지를 만드는 등 들어온 인재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한창인데,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이나 협력체가 만들어질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단법인 루트임팩트, 임팩트얼라이언스 등이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에는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이의헌 점프 대표, 김용근 포스코 기업시민실 리더, 류지은 사회적기업 연구자,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모더레이터)가 참여해 컬렉티브 임팩트 분야를 이끌어갈 리더 발굴에 대한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연사들은 “컬렉티브 임팩트는 조직 간 역할과 문화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협력에서 시작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다른 조직의 문화나 언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소셜섹터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 교육 프로그램 ‘임팩트 베이스캠프’를 진행한 경험을 들었다. 그는 “소셜섹터의 협력은 각자가 일을 나눈 후 물리적으로 합쳐 결과물을 내는 게 아니라 가치관을 나누는 치열한 토론이 따르는 ‘화학적 협력’”이라면서 “이를 잘 해내기 위해서는 자기 관점이 뚜렷하면서도 영리·비영리를 비롯해 여러 조직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경계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는 “타조직과 호흡 맞추는 게 쉽지 않지만, 다른 조직에서 일하는 동료와 교류할 수 있는 건 매우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의헌 점프 대표는 “컬렉티브 임팩트 등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 대표 “임팩트와

넥스트임팩트-세션2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②컬렉티브 임팩트 관점에서 본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

“우리 조직이 선두에서 이끌고,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태도를 먼저 버려야 합니다.” 지난 29일 열린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은 컬렉티브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선 타조직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세션의 주제는 ‘컬렉티브 임팩트 관점에서 본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강에나 AVPN 한국대표부 매니저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했고, 정경선 HGI 의장, 김광욱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 최재호 현대자동차 책임매니저, 크리스티 데이비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리엔 사회혁신센터장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각자 경험한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를 공유하면서 진정성 있는 컬렉티브 임팩트의 필요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경선 의장은 “‘선두 조직’이라는 개념을 버리자”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이끌고 남이 따라온다는 식의 접근은 협력을 어렵게 한다”며 “비영리와 영리가 협력할 때 각자 자신의 언어와 기준만 고집하는 탓에 같은 언어로 소통하면서도 통역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내 방식에 상대 조직이 맞추기를 강요하지 말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같은 목표를 가진 파트너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해나가면서, 우리 조직이 해당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조직이 맞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호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책임매니저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H-점프스쿨’ 베트남 사례를 들어 파트너에 대한 존중과 정확한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그는 “H-점프스쿨은 현대차가 꾸준히 자동차 판매량 1위인 베트남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회적기업 점프를 중추

“협력 넘어 컬렉티브 임팩트로”…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개최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Next Impact Conference)’가 오늘(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렸다.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는 국내외 임팩트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행사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발간하는 사회혁신 전문 매거진 SSIR(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한양대학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개발협력학회가 후원했다. 콘퍼런스의 주제는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사회문제 해결이나 혁신을 목표로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행사는 ▲글로벌·학제간 컬렉티브 임팩트 현황 진단 ▲컬렉티브 임팩트 관점에서 본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민관협력 분야에서의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 공유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컬렉티브 임팩트 인재 육성 전략 등 총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에릭 니 SSIR 편집인,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연사와 패널들이 모여 아시아 지역에서의 협력 사례를 나누고 향후 전망을 논의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에릭 니 SSIR 편집인은 “컬렉티브 임팩트는 SSIR 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내는 분야”라면서도 “단순히 여러 조직이 협력하는 것을 모두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컬렉티브 임팩트의 다섯 가지 조건으로 ▲공동의 목표 설정 ▲합의된 측정 시스템 ▲협력 조직이 서로의 활동을 강화·독려하는 환경 마련 ▲지속적인 소통 ▲협업을 지원하는 중추 조직 등을 내세웠다. 그는 “여기에 지역사회 구성원까지 논의 주체로 포함해야 지속가능한 컬렉티브 임팩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