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5일(목)

“편견에 주눅 들었던 결혼 이주 여성들… ‘봉사’로 자존감 되찾았다죠”

“편견에 주눅 들었던 결혼 이주 여성들… ‘봉사’로 자존감 되찾았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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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利주민] 박시은 ‘다빛나’ 대표

사람은 타인과 사회로부터 상처를 받으면 주눅 들게 된다. 상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읽히는 것도 그만큼 그런 일이 드물고 어렵다는 방증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모임 ‘다빛나’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다. 다빛나는 중국·베트남·네팔 등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 26명이 참여하는 자조 모임이다. 기댈 곳 없는 이주 여성끼리 마음을 나누던 모임이 사회봉사를 통해 이주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단체로 자라났다.

다빛나를 이끌어온 사람은 중국 옌지 출신 박시은(41) 대표다. 지난 23일 서울 광장동에서 만난 박 대표는 “봉사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결혼 이주 여성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봉사를 통해 이주 여성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 내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광장동에서 만난 박시은 다빛나 대표는 “이주민도 존중받아야 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시작한 봉사가 지금은 이주 여성들의 ‘자존감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아이들이 차별받을 때 가장 마음 아팠어요”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났다. 2006년 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박 대표는 “대학도 나왔고 직장생활도 해서 자신감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차별이 심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가장 마음이 아플 땐 아이들이 차별받을 때였죠. ‘저 애 엄마가 중국인이니까 놀지 마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서울 말씨를 익혔더니 사람들이 제가 중국 출신인 걸 모르고 “저 동네엔 중국인이 많아 더럽고 위험하다’고 서슴없이 말했어요. 거기에 또 상처를 받았어요.”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심리상담사 자격증반을 수강했다. 꼬박 3년이 걸렸다.

“자격증을 따면서 스스로 내공이 쌓이니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그때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다른 결혼 이주 여성들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여러 이주 여성들이 그의 뜻에 동참했고 2018년 함께 다빛나를 설립했다. “처음엔 다문화센터에서 떡 케이크 만들기 교육을 받은 후, 혼자 사는 어르신께 떡 케이크를 만들어 드렸어요.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에 탄력이 붙었죠. ‘그간 너무 외로웠는데 고맙다’며 눈물을 보이는 어르신도 있었어요.”

‘다문화’라는 단어에 담긴 편견 깨고 싶어

봉사활동은 그동안 주눅 들어 있던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변화를 가져왔다. 박 대표는 “많은 회원이 ‘봉사를 통해 자존감이 올라간다’며 무척 행복해한다”고 했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차별받다 보니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조차 못 할 정도로 주눅이 든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봉사를 하니 ‘나도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 사람’이라며 얼굴이 확 밝아졌죠.”

봉사활동의 범위도 넓어졌다. 독거 노인들에게 반려 식물을 선물하고, 지역 취약 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세계 문화 체험 교육도 진행했다.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 뒤 아동센터 등에 기부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요즘은 복지단체에서 먼저 ‘좀 도와줄 수 있느냐’며 연락이 올 정도”라며 자랑했다. 최근에는 천주교에서 준비 중인 이주민 동료 상담 기관 ‘엔피코’ 설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말과 문화도 통하고, 서로의 상황을 깊이 공감하는 이주민끼리 서로를 지지해주는 모델”이라고 했다.

최근 다빛나는 ‘다문화가 빛나는 나눔’에서 ‘다 함께 빛나는 나눔’으로 단체의 뜻을 바꿨다. 박 대표는 “‘다문화’라는 단어에 들어 있는 차별적인 시선 때문”이라고 했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 가족은 ‘다문화’가 아니라 ‘글로벌 가족’이라고 부르잖아요. 사전적 의미로는 그 가족도 다문화 가족인데도요. 다문화라는 단어에는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란 시선이 담겨서가 아닐까요? 다문화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고, ‘한국 출신 한국인’들과도 손을 잡는다는 의미로 ‘다 함께 빛나는 나눔’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다빛나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결혼 이주 여성들의 당당한 자립. 둘째는 봉사활동이다. 궁극적으로는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다고 했다. 최근엔 일자리 창출 사업도 시작했다. 재단법인 ‘밴드’의 도움으로 지난달부터 사회적기업 ‘화유 플라워’에 이주 여성 2명을 파견하고 있다.

“대표님이 ‘이주 여성 분들이 아주 손이 빨라서 일에 큰 도움이 된다’며 놀라워하세요. 이렇게 한번 저희에게 기회를 주면, 제 몫을 충분히 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요. 당당한 한 명의 주민으로 결혼 이주 여성이 존중받을 수 있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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