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가족들과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놀러 갔다. 익선동은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들이 가득한 소위 ‘핫플레이스’다. 근방에 창덕궁, 경복궁, 운현궁이 있고 거리 곳곳에 한옥 식당, 카페, 상점도 많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많은 가게를 앞에 두고도 하염없이 거리를 걷기만 했다. 과거와 현대의 멋이 공존하는 한옥은 장애인에게 ‘그림의 떡’ 같은 존재이다. 초등학생 시절 체험학습으로 궁에 가는 걸 싫어했다. 애초에 계획 단계부터 배제당했다. ‘어차피 가기 힘드니까’라는 말로 시작하는 문장을 수십 번 들었다. 어찌어찌 가더라도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건물을 둘러보고 설명을 듣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기 일쑤였다. 그냥 집에 보내달라고 말하던 어린 마음엔 큰 상처가 남았다. 2020년 8월, 이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SK텔레콤이 AR(증강현실)을 통해 궁을 관람하는 ‘창덕ARirang’을 선보였다. 창덕ARirang 광고에는 휠체어를 탄 아이가 나온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창덕궁에 놀러 갔지만 휠체어 바퀴가 턱에 걸려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어 아이는 스마트폰 앱으로 창덕궁 내부를 관람한다. 이러한 앱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장애인에게도 ‘직접 경험할 권리’가 있다. 이 권리의 공백은 어떤 기술의 발전도 채워줄 수 없다. 대다수의 한옥은 단차가 높고 내부가 좁다. 대대적인 개조를 하지 않는 이상 휠체어로 가기 매우 힘들다. 궁이나 한옥마을의 ‘준수한 휠체어 접근성’은 보통 내부 이동로와 화장실, 주차장 같은 부가 시설에만 해당한다. 정작 주요 관람지인 건물은 갈 수 없다. 심지어 이마저도 제대로 갖춰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