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7일(목)

[모두의 칼럼] 내 휠체어 건들지 마라

[모두의 칼럼] 내 휠체어 건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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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민(서울 강명중 2)
유지민(서울 강명중 3)

세상엔 특정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에 드는 비용들이 있다. 여자는 생리대, 남자는 면도기, 학생에겐 교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장애인에게는 장애 비용이 있다. 장애 비용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휠체어·보청기 등 보조기구 비용, 병원 외래·입원·약 처방 등의 의료 비용, 마지막으로 생활 비용이 있다.

첫 번째, 보조기구 비용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내 경우에도 휠체어, 보조기, 재활 기구 등의 구입비와 유지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거나 중첩될 경우 비용은 끝도 없이 늘어난다. 특히 휠체어, 보청기 등 개인에 따라 미세한 조절이 필요한 것들은 주문 제작 형식을 거치기 때문에 부담이 더 늘어난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내 휠체어를 함부로 만지고 장난치는 친구들에게 “이 휠체어 고장 나면 너희 가족 휴대폰을 다 팔아야 한다”고 하면 모두 장난을 멈췄던 기억이 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비용을 물어줘야 한다는 게 핵심은 아니었다. 휠체어는 장애인에게 몸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중요한 물건이니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것을 납득시키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두 번째, 의료 비용은 셋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 날 잡아 대형병원의 여러 과를 돌며 진료를 받으면 최소 3만원. 당일 실시된 처방, 검사에 따라 몇 십만 원이 드는 날도 있다. 진료가 끝나고 가만히 영수증을 볼 때마다 먼 훗날 혼자 아르바이트나 취업해 돈을 벌 때는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매번 처방받는 약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건강보험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이런 비용이 부담이 되어 ‘나는 외국에서는 못 살겠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약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병원과 담을 쌓고 사는 내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많다.

마지막으로 생활 비용은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장애로 인해 생기는 아주 사소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출이다. 예를 들어, 혼자 바지를 갈아입기 어려워 사이드에 지퍼가 달린 바지를 조금 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다거나, 지하철역 휠체어 환승 경로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환승 인정이 안 돼 돈을 한 번 더 내게 되는 등의 경우다. 위의 두 가지 비용과 다른 점은 굳이 안 내도 될 것 같은 비용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는 것이다. 만약 세상의 모든 바지가 누구나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게 제작된다면? 지하철역에서 휠체어로 30분 이내로 환승할 수 있게 경로를 재정비한다면?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장애인에게 불친절한 사회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장애 비용은 장애인에게 큰 부담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장애인들은 연간 1인당 127만 5000원에 달하는 ‘장애 비용’을 낸다.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이런 비용이 들어간다는 걸 잘 모른다. 심지어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 복지를 ‘손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휠체어를 싣고 내리기 위해 넓은 공간을 배정하는 ‘장애인 주차구역’이 대표적이다. 장애 비용은 평범한 가정을 가난하게 만들고, 가난한 가정을 더 가난하게 만들기도 한다.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비장애인이 함께 관심 갖고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다. 세상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라면 말이다.

유지민(서울 강명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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