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4일(일)
[Z의 휠체어] 내가 왜 옷에 맞춰야 해?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여자에게 다이어트란 평생 과제’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현 사회의 많은 여성이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한다. 나 또한 여러 번의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다. 적절한 체중 관리는 건강에 도움 되지만,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그렇지 않다. 거식증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프로아나(pro-anorexia)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 여성이 저체중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이어트를 하는 까닭에는 많은 외부적 요소들이 영향을 끼친다. 그중 내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 건 나날이 작아지는 여성복과 ‘프리사이즈’의 함정이다.

시중의 의류 브랜드에서는 흔히 ‘프리사이즈’라는 명칭으로 상의, 하의, 원피스 등을 단일 사이즈로 판매한다. 이름 그대로 모두가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홍보하지만, 대다수는 44~55사이즈에 맞춰져 있다. 또한 프리사이즈를 포함한 여성복 라인은 나날이 짧아지고 작아지는 추세다.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작아지는 옷에 체형을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가끔 옷 쇼핑을 하다 보면 지금 성인 여자의 옷을 보고 있는 건지, 아동 코너의 옷을 보고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서도 아동복과 여성복을 나란히 두고 사이즈를 비교하는 사진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5~6세 여아의 옷과 10~20대 여성 옷의 크기가 같은 것은 분명 문제다.

여성복의 사이즈 축소 현상은 여성들의 의류 선택권을 박탈한다. 특히 작은 옷을 입은 여자 연예인들을 미디어에 일상적으로 노출하는 현 사회는 여성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체형을 검열하게 만든다. 해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나의 몸을 사랑한다’라는 신조(信條)의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가 생겨났다. 여러 여성 인플루언서가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몸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브랜드들 또한 자기 몸 긍정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여성의 몸이 아름다움이라는 틀 안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변질된 개념과 선정적이고 성차별적인 마케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자기 몸 중립주의(body neutrality)’라는 새로운 개념이 제시됐다. 자기 몸 중립주의는 항상 자기 몸을 사랑할 필요가 없고, 자기 신체를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자신을 스스로 검열하게 만드는 여성복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여성복은 키 크고 마른 비장애인 여성에게 맞춰 제작되고 있다. 물론 개인에게 맞춤 사이즈의 옷을 판매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이 때문에 표준 집단의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표준 사이즈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의류 시장이 바뀌어야 할 타이밍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만드는 건 배려가 아니다. 표준의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고객들도 소비자로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여성들이 진정한 옷 입을 자유를 누릴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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