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소비를 ‘줄이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태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생

2018년 IPCC는 ‘1.5℃ 특별보고서’에서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높아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5년이 2023년, 그 기준치를 넘겨버렸다. 이는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 5년 사이에 한국 바다에서 열대지방 바다에서 서식하는 백상아리나 고래상어가 나타나고, 사과를 비롯한 농산물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아 가격이 치솟는 등 우리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해졌기에,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필자는 일반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이 ‘환경을 위한 소비’로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이 정치인의 당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투표하는 것처럼, 시민은 기업의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기업의 생존 여부에 투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돈보다 더 가치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unsplash

◇ 소비는 기업 생존 여부에 대한 투표

기업이 물건을 생산하는 이유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적정 수준의 이윤을 발생시키지 못한다면, 기업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이윤의 원천은 생산한 물건의 판매이며, 그것을 소비하는 주체는 시민이다. 따라서 시민이 특정 기업의 물건을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물건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기업이 어떠한 상품도 생산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기업은 도산하게 된다. 즉, 시민이 어떤 기업의 어떤 물건을 구매하느냐는 작게는 그 물건의 생산 여부를 결정하고, 더 나아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투표인 셈이다.

최근 다국적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든 반도체를 구매하겠다고 나서자, 삼성전자가 이를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만약 두 거대 기업의 요구를 맞추지 못하면, 삼성전자의 이윤은 엄청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기업의 생존만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소비에 따라 새로운 사업이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채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풀무원, 오뚜기 등 여러 식품 기업이 채식 전문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환경을 위한’이라는 조건이 붙은 ‘소비’는 무엇일까? ‘소비’의 개념에서 시작해 보자. 소비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화를 사용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인간이 소비하는 ‘재화’는 그것의 생산,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생수를 구매해 마시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생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수병에 담겨 있다. 석유에서 플라스틱을 뽑아 생수병 형태로 가공하고, 만들어진 생수병을 트럭이 싣고 나르고, 먹고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해 불태우는 등 전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바로 이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주된 원인이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수많은 생수병의 모습. /unsplash

그렇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생수 소비를 줄여야 할까? 물론 플라스틱 생수병 자체를 덜 사면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줄어들 것이다. 산정 방식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2L 플라스틱 생수병(31.6g) 하나를 소비할 때마다 0.2169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말한다(사회적가치연구원,2022). 실제로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배출량의 단위는 kgCO2e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이다. 이는 나무 10그루가 하루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이다. 쓰던 페트병을 줄이면 분명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어 기후위기 완화에 도움이 된다.

환경을 위한 소비가 꼭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만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를 구매할 때, 불필요한 라벨지나 플라스틱을 덜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500mL 생수병의 무게는 브랜드마다 다르며, 많게는 5g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생수 한 병을 사 마실 때 플라스틱을 덜 사용한 제품을 고르기만 해도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환경을 위한 소비’에는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 말고, 탄소를 덜 배출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 조금 바꾼 소비로 환경을 크게 바꿔보자

환경을 위한 소비는 앞서 언급한 ‘소비를 줄이는 방식’과 ‘소비 대상을 바꾸는 방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가지 방식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필자는 두 번째 방식의 소비를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소비 자체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정 수준 이상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생존에 문제가 생기기에 생수 구매를 무한정 줄일 수는 없다.

대신 물을 포장하는 용기를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시민이 플라스틱이 조금 덜 사용된 생수병을 사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자, 생수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앞다투어 포장 용기에 사용된 플라스틱 양을 줄이고 있다. 더 나아가 ‘생수 용기는 꼭 플라스틱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가진 이들은 종이 팩이나 바이오소재에 생수를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제품을 많이 소비한다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 역시 빠르게 ‘패키징’을 전환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과도한 소비를 줄이는 태도는 필요하다. 할인한다는 이유로 쓰지도 않을 물건을 구매해 방에 쌓아놓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우리가 어떤 물건을 선택하느냐가 갖는 힘의 중요성을 알 필요가 있다. 생수병 사례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들을 더 많이 선택한다면, 이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조그만 실천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큰 변화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이태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생

필자 소개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 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 중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선한 힘을 믿고, 그 힘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작당을 함께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에너지연구실 소속 박사과정.

※ 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작당의 ‘청년들의 작당’은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눈 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으로, 더나은미래는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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