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투자를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에 “어떤 분야가 앞으로 유망할까요?”가 있다. KT&G 상상서밋에서 ‘사회혁신가로 살아온 10년, 앞으로의 10년을 상상하다’란 주제의 기조강연 후 받은 질문도 유사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투자하다 보면 몇 년에 걸쳐 새롭게 부상하는 주제들을 미리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곤 한다. 반려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직전 펫테크(Pet Tech)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한 적이 있다. 클린테크(Clean Tech)를 넘어 기후테크(Climate Tech) 역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과 정책 방향이 강화되기 직전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정 환경 조건이 존재함을 나타내는 식물을 ‘지표식물’(indicator plant)이라 부르듯, 특정 영역의 혁신 수요가 증가함을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이런 스타트업은 ‘지표 스타트업’(indicator start-up)이라 볼 수 있다.
MYSC는 올해 총 130억원을 47건의 투자로 나눠 집행했다. 누적으로 총 투자금액은 300억, 그리고 누적 투자건수는 160건에 달한다. 올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육성한 기업 수는 267개에 달한다. 투자 집행을 하고 직접 육성을 하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부터 부쩍 빈도가 많아짐을 느끼는 ‘지표 스타트업’들이 있다. 바로 ‘인구변화’와 관련된 스타트업들이다. 아직 이렇게 부른 적은 없지만 ‘인구테크’(population tech)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일만하다.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은 시니어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시니어테크가 주를 이뤘다. 투자한 기업으로는 시니어 맞춤형 1대1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무빙 컴퍼니’와 시니어를 위한 여행 및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페런츠’ 등이 있다. 하지만 인구테크는 시니어를 넘어서 인구 변화가 가져오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수요까지도 포함하기 시작했다. 농어촌 지역에 늘어나는 빈집을 공동소유 가능한 세컨하우스로 탈바꿈해 제공하는 ‘클리’, 1인 주거 단위가 증가하면서 이에 최적화된 주거공간 정보제공 플랫폼 ‘독립생활’을 운영하는 ‘고수플러스’ 등이 이러한 카테고리로 새롭게 투자한 기업들에 속한다. 여기에 여성의 건강과 육아를 돕는 팸테크로서 베이비시터 매칭 플랫폼 ‘돌봄플러스’를 제공하는 ‘휴브리스’에도 투자를 진행했고, 출산을 하고 싶어도 난임에 봉착한 분들을 위한 난임 치료 스타트업에도 투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인구테크’는 특정 카테고리로의 확장이 특히나 눈에 띈다. 바로 외국인 노동자 및 일자리 연결과 관련된 영역이다. 경남에 위치한 오랜 역사의 한 폐기물 처리 중소기업을 만난적이 있다. 가업 승계를 위해 경영에 참여 중인 2세는 내게 일할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렵고, 현재 모든 근로자가 다 외국인 노동자라고 했다. 폐플라스틱을 비롯 자원을 선별하는 작업에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지원하지 않고, 그 마저도 기숙사 등 숙식 제공도 없으면 지원조차 없다고 했다. 지역에 있는 한 대학의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이 지원한 학생들 중에서 채용하는 방식(hiring)이 아니라, 학교로 찾아와 기업이 인재를 모셔가는 방식(recruiting)으로 이미 전환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들에 맞춰 ‘지표 스타트업’인 ‘인구테크’에는 올해부터 확연히 외국인 인재와 노동자들의 비자 발급, 일자리 매칭, 역량강화 지원, 이력관리, 의료서비스 등을 돕는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인구변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거시경제가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기회를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한 기업가들의 등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어디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앞서 기조강연 후 내가 받은 질문은 구체적으로 ‘앞으로 10년 후 가장 유망해질 투자 영역은 어디인가?’였다. 그 질문에 나는 ‘인구테크’를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가장 확대될 인구테크의 정의이자 매년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분야로 내가 구체적으로 답변한 영역은 곧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타트업’과 ‘지속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었다. ‘지표 스타트업’들이 가리키는 명확한 신호는 이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거나 망하는 이유에 일할 사람 자체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할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무섭게 추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시장 적합성의 문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서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책 담당자와 창업가,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그때가 누구에게나 명확해지기전까지 투자의 큰 기회가 존재한다. ‘인구테크’가 가리키는 지표의 방향 속에 어쩌면 가장 유망한 투자 분야가 숨어있지 않을까?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