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정부·NGO 동등한 위치서
상호 협력 필요
관심 줄어든 만성재난에
정부 지원 뒤따라야
“재난이 터지면 가장 먼저 집계하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사망자, 실종자, 이재민 수. 모두 ‘사람’이죠. 건물이 몇 채 무너졌는지, 피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조사하지만 인명 피해를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만큼 재난 현장에선 인명 구조(life saving) 그리고 사람이 핵심입니다.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구호활동을 펼치고 이재민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국제구호개발 NGO가 해요. 정부와 국제기구가 무너진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드웨어’ 역할을 한다면, NGO는 ‘소프트웨어’를 맡은 셈입니다. 정부와 NGO가 파트너로서 협력할 때 비로소 시너지가 나는 거죠.”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인도적 지원 분야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해외 재난 현장이나 국제개발협력·인도적 지원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가면 늘 그가 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만난 김선 본부장은 튀르키예 대지진부터 아프가니스탄 지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올해만 연이어 발생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도적 위기 상황이 동시다발하는 추세라 어느 때보다 정부와 NGO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안이 역대 최대인 6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NGO들의 평가는 어떤가?
“ODA 예산이 올해보다 2조원 증가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지점도 있다.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인도적 지원 예산은 7400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민관협력 부문은 50억원에 그친다.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 예산 증가 폭만큼은 아니라도 증액될 거라 생각했는데, 동결 수준의 예산편성이 아쉽다.”
―우리 정부의 NGO 협력 수준은 어떠한가?
“내년도 민관협력 예산이 30억원 안팎으로 동결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다소 무관심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론 NGO 활동에 대한 효능감, 전문성이 아직도 우리 국민과 정부에는 온전히 닿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건 결국 NGO인데.
“ODA 예산 상당액이 국제기구로 간다. 그런데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자체 예산의 70%,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예산의 30% 이상을 NGO 파트너를 통해 집행한다. 국내 NGO들은 수십년간 전문성과 체계를 갖춘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미리 비축된 구호 물자를 제일 먼저 현장에 조달하고 현지 이재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이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시급한지 수요조사를 해왔다.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구호 캠프를 꾸려 심리·정서 안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식량·위생 물품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현지 NGO들과 네트워크도 폭넓게 형성돼 있어 광범위한 지역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NGO가 정부의 파트너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입장에선 예측할 수 없는 해외 재난 대응에 예산을 잡기 어려운 것 아닐까?
“그렇지만도 않다. 외교부·코이카·소방청·군 등 정부 기관 합동으로 파견을 나가는 해외긴급구호대(KDRT)에는 ‘해외 긴급구호’ 예산이 편성된다. 이 예산은 2019년 약 818억원에서 올해 2950억원이 돼 5년 새 3.6배가량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인도적 지원 민관협력 예산은 42억원으로 동결됐다. 정부가 해외 긴급구호 예산을 증액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인도적 위기 상황의 증가다. 같은 논리로 민관협력 예산도 증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민관협력 예산의 80%는 만성 재난에 쓰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만성 재난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대표적으로 난민캠프 지원, 기후변화 대응이다. 재난이 장기화하면 관심은 줄고, 새로운 재난에 밀려난다. 대중 모금도 잘되지 않아 정부의 재정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굿네이버스는 2013년부터 10년째 아프리카 니제르의 왈람 지역에서 난민과 원주민 지원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니제르는 극심한 가난과 잦은 분쟁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내 분쟁 발발 횟수가 늘면서 접경국인 나이지리아·말리 난민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난민과 원주민이 갈등 없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협동 농장도 운영한다. 장기적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기후변화 교육도 병행한다.”
―앞으로의 인도적 지원 사업을 전망한다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3억6000만명이다. 이 수치는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무력 분쟁이 발생하면서 매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NGO는 제한된 자원으로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을 선별해 지원할 거다. 우리의 일을 하다 보면 좋은 지원 사례들이 나올 것이고, 이를 정부와 국민에게 꾸준히 알릴 예정이다. 정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는 국회와도 많은 논의를 나눌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