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지역으로 간다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광주·경북까지
지역 창업생태계 조성

2018년 첫 출범후
470개 스타트업 양성

창업생태계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삼성이 지방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삼성은 지역 균형 발전에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지방 소재 풀뿌리 기업·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해온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전국 단위로 넓히는 모양새다.

국내 투자 네트워크와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지방에 거점을 둔 스타트업들은 생존에 난항을 겪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 총 5조7183억원 중 80%(4조5608억원)가량은 수도권 소재 기업들의 몫이었다. 경북·강원·충남 등 지방에 대한 벤처투자 금액은 5039억원에 불과했다.

고용 부문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수도권 소재 벤처기업 종사자는 총 6만5067명으로 전년(4만9665명) 대비 약 31% 증가했지만 지방 벤처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같은 기간 20%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광주 서구 삼성화재 상무사옥에서 ‘C랩 아웃사이드 광주 캠퍼스’를 개소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광주 서구 삼성화재 상무사옥에서 ‘C랩 아웃사이드 광주 캠퍼스’를 개소했다. /삼성전자

지난달 20일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의 광주 캠퍼스를 마련했다. 이날 광주 서구 삼성화재 상무사옥에서 진행된 개소식에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비롯해 삼성전자 관계자, 국회의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가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C랩 아웃사이드가 앞으로 광주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지난 2018년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서울에서 첫 출범했다. 현재까지 삼성은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470개의 스타트업을 양성했다. 삼성전자의 우수 사내벤처 61곳이 스타트업으로 분사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총 531개의 스타트업이 삼성전자의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셈이다. 이들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총 1조3600억원에 달한다.

1550㎡(470평) 규모의 광주 캠퍼스는 스타트업 업무공간, 네트워킹공간, 회의실, C랩파트너 사무실, 휴식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연단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은 이 공간에서 삼성전자 임직원의 일대일 맞춤 컨설팅을 받는다. 또 향후 1년간 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 삼성전자·계열사와의 협력 기회 등을 지원받는다. 광주 소재 스타트업은 누구나 C랩 아웃사이드 광주 캠퍼스에 지원할 수 있다.

올해 광주 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클리카(초소형 머신러닝 AI 모델 개발) ▲고스트패스(생체정보 인증·결제 설루션 제공) ▲인트플로우(축산동물 디지털관리 서비스 제공) ▲감성택(얼굴 움직임으로 건강·감정 상태 모니터링) ▲포엘(에너지 절감하는 냉각 소재 개발) 등이다. 벤 아사프 클리카 공동창업자는 “당사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C랩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더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C랩을 운영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이 스타트업 육성 사업의 기지를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설정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 2월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를 신설했다. 대구 캠퍼스는 옛 제일모직 공장 부지인 삼성창조캠퍼스 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건물 2층에 약 1490㎡(450평) 규모로 조성됐다.

대구 캠퍼스 입주사는 ▲네오폰스(의료AI로 뇌질환·언어장애 진단하는 플랫폼 개발) ▲클레어오디언스(태아·산모 건강진단 서비스앱 제공) ▲티아(미세먼지 저감하는 고효율 촉매 필터 개발) ▲엠에프알(모듈 교체형 로봇 플랫폼 제공) ▲뷰전(상황에 따라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 개발)이다. 이들 스타트업이 받게 될 지원은 광주 캠퍼스와 동일하다.

삼성전자는 4월 ‘C랩 아웃사이드 경북 캠퍼스’도 출범할 계획이다.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은 “스타트업의 혁신성·역동성과 삼성의 노하우·인프라·네트워크가 조화롭게 융합하면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지역의 스타트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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