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 아프리카 프로그램 부회장 빌 카터
“여러분 주변에 ‘미친 사람(Crazy Man)’이 있다면 유심히 보고 아쇼카에 알려달라.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그 당시 사회로부터 미친 사람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1981년, 빌 드레이튼과 내가 바로 그러했다.”
아쇼카(Ashoka) 창립 멤버이자 현재 아쇼카 아프리카 프로그램 총괄 부회장인 빌 카터(Bill Carter·사진)의 말이다. 아쇼카는 사회 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소셜 앙터프리너(Social Entrepreneur·사회 혁신가)라는 개념을 최초로 정립했다. 지난 33년간 70여개국에서 약 3000명에 이르는 사회 혁신가들을 ‘아쇼카 펠로(fellow)’라는 이름으로 발굴, 지원해왔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빈민을 위한 소액 대출 은행)의 창립자이자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미국 인문대생들에게 ‘취업하고 싶은 직장’ 1위로 뽑힌 비영리 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만든 웬디 콥(Wendy Sue Kopp) 모두 아쇼카 펠로다. 지난해엔 한국에서 처음으로 3명의 아쇼카 펠로가 탄생하기도 했다(2013년 아쇼카 한국 펠로는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박유현 인폴루션 ZERO 대표,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이다). 올해 겨울 발표될 2014년 아쇼카 한국 펠로 심사를 위해 내한한 빌 카터를 지난달 28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아쇼카 펠로 선정을 위한 인터뷰에만 20년 넘게 참여해온 베테랑 심사위원이다.
―그동안 인터뷰한 아쇼카 펠로 후보자들만 1000명이 넘는데, 혁신가들 사이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무엇인가.
“아쇼카는 후보자 전체의 삶보다 그의 어린 시절에 관심을 갖는다. 대부분의 아쇼카 펠로들이 어릴 때부터 ‘체인지 메이킹’을 연습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부딪친 작은 변화들이 쌓여서 발현되는 것이다. 1988년 시각 장애에 대한 인식 교육 체험 공간인 ‘어둠 속의 대화(DiD)’를 개발한 안드레아스 하이네케(Andreas Heinecke·2005년 독일 아쇼카 시니어 펠로)는 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새워 인터뷰할 정도로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장애란 주변에서 불쌍히 여길 문제가 아니라 장애가 능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고민해온 흔적은 진정한 앙터프리너에게서만 발견되는 자질이었다. 또한 체인지 메이커들은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실제로 캐나다 아쇼카 펠로인 메리 고든은 사회복지사로서 원주민들과 소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후 9개월 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공감 능력을 배양하는 ‘공감의 뿌리’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를 15개국에 전파했다. 캐나다 정부 역시 이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학교 폭력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쇼카가 요구하는 펠로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아쇼카는 아이디어, 창의성, 앙터프리너 자질, 사회적 임팩트, 윤리적 소양 등 5가지 기준으로만 판단한다. 아이디어는 본인의 경험에 기반해서 본인이 고안해낸 것이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임팩트를 확산하는 방법에 대한 창의성도 필요하다. 많은 이가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일부러 아이디어를 쉽게 설계하는 펠로도 많다. 앙터프리너 자질은 ‘터닝 포인트’를 말한다. 이 사람이 아이디어를 증명하고 확산시키는 데 100% 헌신할 준비가 돼있는지,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한다. 윤리적 소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아쇼카는 펠로 후보자의 직장에 찾아가 하는 일을 배워보고, 가족·친구·직원들도 직접 만나는 등 굉장히 오랜 시간을 이들과 함께 보내며 면밀히 평가한다.”
―새롭게 추진하는 아쇼카만의 차별화된 계획이 있는가.
“모두가 체인지 메이커가 되는 세상이 되려면 어릴 때부터 공감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이에 아쇼카는 공감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초등학교를 찾아서 전 세계에 본보기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프리카의 경우, 올해 안에 20~30개 초등학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체인지 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비전을 심어주고 지원하는 기업을 찾고, 이러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