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ODA, 스타트업을 만나다] “말라리아 진단, 실험실 없이 10분 만에 가능합니다”

[인터뷰] 임찬양 노을 대표

말라리아는 세계적인 퇴치 노력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감염 질환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2월 발표한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World Malaria Report) 2022’에 따르면, 2021년 한해에만 84개국에서 약 2억4700만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61만9000명이다. 특히 말라리아 발병의 95%는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가 있고, 최근 백신도 나왔지만 감염 환자는 쉽게 줄지 않는다. 원인은 진단의 어려움이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노을’은 혈액으로 질병을 빠르게 진단하는 인공지능(AI)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존에 7㎛(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적혈구 수만개를 현미경으로 일일이 분석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느라 보낸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노을은 이러한 작업을 AI 기술로 대체하면서 말라리아 진단을 전문 인력 없이도 약 10분 만에 간편하게 또 값싸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3일 경기 용인에 있는 노을 본사에서 만난 임찬양 대표는 “의료 시장은 데이터, 기술검증 등 레퍼런스가 매우 중요한데 질병진단 플랫폼 ‘마이랩(miLab)’을 통해 5167건 이상의 임상 결과를 확보했다”라며 “현재 20개 기관과 글로벌 임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찬양 노을 대표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22년간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더 많은 인류가 건강할 권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미션이 있었기 떄문"이라고 말했다. /용인=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임찬양 노을 대표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22년간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더 많은 인류가 건강할 권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인=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간편 진단키트로 말라리아 퇴치 앞당긴다

노을의 개발도상국 진출은 2015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CTS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SEED1과 SEED2사업을 통해 캄보디아와 아프리카 말라위 지역에서 진단 플랫폼 사업을 정착시켰다. 현재는 나이지리아, 가나, 캄보디아 등 13개 국가에 진출했다. 지난해 3월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말라리아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질병이 아니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감염자 중 95%가 아프리카인이다. 특히 전체의 30%를 나이지리아가 차지한다.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병이지만, 나이지리아의 경우 말라리아 퇴치를 국가 목표로 삼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치료제와 백신이 있는데도 왜 해결되지 않나.

“개발도상국의 경우 병원이나 의료인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작은 병원까지 합쳐야 1만5000개 남짓된다. 하루 검사량이 450만건 정도인데, 모든 병원에서 말라리아 진단해도 하루 300건을 진행해야 한다. 검사 한 건당 1시간 걸린다. 현지 인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관련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없고, 이미 병원은 다른 질병으로 찾은 환자로 포화상태다.”

-경쟁사가 많을 것 같은데.

“말라리아는 세계 3대 감염 질환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 어렵고 조그만 진단검사실을 하나 설립하는데도 약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또 유지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진출을 꺼리는 것 같다. AI 등 혁신 기술을 이용해 말라리아를 진단한 건 노을이 최초다.”

-말라리아 진단 과정이 궁금하다.

“말라리아는 원충이 적혈구에 기생해 발병하는 질병이다. 채취한 혈액의 적혈구를 염색약으로 색을 바꿔서 원충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전문 인력이 직접 염색된 적혈구를 현미경으로 판별했는데, 마이랩은 혈액만 카트리지에 떨어트리면 이 과정을 AI가 자동으로 진행한다. 실험실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말라리아 진단이 가능하다.”

임찬양 노을 대표가 말라리아 진단검사 플랫폼 마이랩의 작동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임찬양 노을 대표가 말라리아 진단검사 플랫폼 ‘마이랩’의 작동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용인=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성공비결은 ‘내부투명성’… 매주 전 직원 정보공유 회의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인류의 건강 문제 해결이라는 소셜미션을 가진 기업 중 처음으로 상장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좋은 일은 돈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지속적으로 임팩트와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노을의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마이랩은 개발 초기부터 개도국 진출을 고려한 기술이다. 개발에만 500억원을 투입할 만큼 기술투자도 병행했다. 보통 기술이 완성되면 현지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우리는 별도의 작업 없이 빠르게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 또 조직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모든 구성원과 매주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사 내부의 주요 사항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가장 큰 목표는 진단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는 여성과 아동의 보건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개도국과 같이 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여성과 아동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건 자궁경부암 진단이다. 선진국에는 진단 설비를 갖추고 백신도 보급하고 있지만,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아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아 있다. 개발은 완료된 상태고, 조만간 마이랩 플랫폼에 도입될 예정이다.”

용인=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코이카x더나은미래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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