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ODA, 스타트업을 만나다] “송수관 누수, AI 소리 데이터로 찾는다”

[인터뷰] 차상훈 위플랫 대표

“송수관 누수 문제는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분야에요. 10년 이상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들이 지면을 살피면서 누수음을 탐지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인간의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신뢰 수준은 50%을 약간 웃도는 정도예요. 전문가 양성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이런 문제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기술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도의 전문 기술 없이도 효율적으로 누수 탐지를 할 수 있는 거죠.”

차상훈(49) 위플랫 대표는 AI로 송수관 파열 지점을 찾아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로 지난 수십년간 숙련된 전문가를 동원해 누수음을 판별해 비용이 많이 들고 측정 결과도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수자원 관리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솔루션을 개발했고, 이제 국내를 넘어 개발도상국에도 진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충남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만난 차상훈 위플랫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해 12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충남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만난 차상훈 위플랫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수자원공사에서 23년간 근무했던 차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위플랫을 설립했다. 누수음을 수집해 공간정보시스템(GIS)에 데이터를 기록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압분석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넬로우(NELLOW), 이동식 누수음 데이터 수집장치 소닉(SONIC)을 개발했다. 배관 삽입형 누수음 탐지 장치 등 관련된 특허도 7개에 달한다. 기술 개발과 특허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위플랫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같은 해 11월엔 코이카 CTS 프로그램에 선정돼 인도네시아로 진출했다. 코이카의 기술개발 지원을 받아 기존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적합하게 현지화해 보유 기술을 이전했다. 현재 위플랫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탄자니아 등 6개 국가에서 누수관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AI로 소리 데이터 분석해 누수 지점 탐색

-누수 관리 시장에 뛰어든 계기가 궁급합니다.

“물과 관련된 분야 중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누수입니다. 누수로 인해 세계적으로는 1년에 50조원 정도, 우리나라에선 6000억원 정도가 낭비되고 있어요. 또 누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비효율적이죠. 누수를 잡아내려면 전문가들이 청각에 의존해 누수음을 직접 탐지하는 거죠. 누수 관리에도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요?

“데이터 수집장치를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누수음을 수집해요. 이 데이터들이 클라우드로 전송이 되면 AI가 소리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분석된 데이터는 이후 누수음을 판별하는데 기준이 됩니다. 또 데이터들을 GIS에 대치시켜요. 이후 지속적으로 수압 변화를 기록해 해당 지역에서 누수가 발생하는지 모니터링까지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확인한 누수 판별 신뢰도는 93%에 달합니다.”

-누수 관리 사업이 그간 비효율적으로 유지된 이유는 뭔가요?

“기술은 기존 관행이 깊게 자리잡은 누수 시장의 룰을 깰 수 있어요. 누수 관련 사업이 모두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고, 물과 관련된 영역은 전 세계에서 프랑스 등 몇 개 국가를 빼면 모두 정부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어요. 여기서 기술은 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수자원공사 한 명이 1년 동안 엔지니어링 파견을 나가게되면 비용으로 3억원 정도가 든다면, 기술을 현지에 이전해 현지인을 고용해 운영하면 월 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또 기존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누수 문제 영역에 스타트업이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

-경쟁사는 없나요?

“페르마 파이프 인터내셔널 홀딩스, 아트모스 인터내셔널 등 누수 관련된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파는 큰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존재해요. 하지만 대부분 누수 관련 전문가를 지원해주는 형식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들이거든요.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이 되진 않았습니다. 또 누수 탐지 장비부터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곳은 전무했습니다.”

차상훈 위플랫 대표는 "누수문제는 여전히 전문가에게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비용절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차상훈 위플랫 대표는 “누수문제는 여전히 전문가에게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비용절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인니서 송수관 복구 사업, 하루 1500t 누수 막았다

-개발도상국 상황은 어떤가요?

“일반적으로 한 지역의 상수도 누수량을 측정하는 데엔 ‘물 생산 후 수용가에 도착하기전 손실 비율(NRW·None Revenue Water)’이 이용됩니다. 쉽게 설명하면 송수관을 통해 100L를 공급했을 때 일반 가정에 도달하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 거죠. 세계은행에 따르면 국내 특·광역시의 NRW는 약 7%입니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NRW 비율은 35%에 달합니다.”

-굉장히 심각한 상태 아닌가요?

“개발도상국은 아직 누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거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상당히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누수를 관리하기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국가 경제 성장이 이뤄져야 해결되는 문제다보니 개도국 자체에서는 누수문제 해결이 어렵죠. 현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운영하는 글로벌 공적개발원조(ODA) 펀드를 통해 대부분 자금이 지원되고 있어요.”

-처음 해외로 사업을 확장했을 때 상황이 궁금합니다.

“처음 코이카 CTS의 지원받고 인도네시아 수카부미 지역에 진출했을 때 NRW 비율이 70%에 달했습니다. 송수관을 통해 100L를 공급하면 70L는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가 버려진다는 뜻이에요. 누수관리 기술을 적용해 15개월 동안 인도네시아 수카부미 지역에서 40개의 누수를 찾아 복구를 완료했습니다. 이를 통해 하루에 약 1500t의 누수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도국 진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스타트업이 개도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아요. 누수문제와 같은 공적 사업의 경우 대부분 기업과 정부간 전자상거래(B2G) 형태로 이뤄져요. 그렇다보니 대부분 경쟁 입찰의 형태로 나오는데, 신용등급이나 레퍼런스들이 필요하죠. 스타트업은 이런 면에서 좋은 솔루션이 있어도 경쟁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전전긍긍하다 스타트업의 데스밸리를 맞게 되는 거죠. 적합한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사회문제를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술 보유 스타트업이 개도국 진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의 개발도상국 진출에서 가장 필요한건 재정 지원이죠.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로 구현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요. 또 현지에 진출하려면 현지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하는 문제들도 있어요. 코이카 CTS 프로그램이나 ODA 펀드 등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죠. 위플랫은 코이카 CTS 프로그램을 활용했습니다. 기술개발(SEED 1)을 지원 받아 기술과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시범사업(SEED 2) 유치까지 성공해서 사업지역을 늘릴 계획입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코이카x더나은미래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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