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몸 변화부터 이성 문제까지 말 못 할 고민, 터놓고 소통

[굿네이버스 여아 지원 멘토링 현장]

곽성애 성교육 전문강사가 여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 ‘반짝반짝 소소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생리대는 하루에 몇 개 필요할까요?”

지난 19일 부산 지역의 한 중학교. 곽성애 성교육 전문강사의 질문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둥글게 빙 둘러앉은 15명의 여학생은 서로 얼굴을 살피며 대답을 주저했다. 중학교 1학년. 곽 강사는 양 입꼬리를 바짝 올리며 “부끄러워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며 학생들을 다독였다. 굿네이버스의 여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멘토링 프로그램 ‘반짝반짝 소소한 이야기’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낯선 신체 변화를 홀로 감당하는 저소득 가정의 여아들에게 물품뿐 아니라 정서적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모인 아이들은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로 한참 웃고 떠든 뒤에야 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연예인’에서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이야기가 ‘사춘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매일 짜증이 나고 잠이 쏟아지는데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지, 몸의 변화에 어떤 속옷을 선택해야 하는지, 사이즈는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생리대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등 갖가지 물음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곽성애 강사의 설명에 집중했다. 멘토링 시간을 지루해하며 엎드려 있던 아이들도 조금씩 고개를 들어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소한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기도 한다.

“저는 키가 작은 편인데, 생리를 시작하면 키가 안 큰대요.”

노주연(가명)양의 질문에 곽성애 강사가 “노노!”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월경을 한다고 해서 키가 자라지 않거나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면서 “키가 크는 데는 유전적 영향에 따라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으로 관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곽 강사는 학생들에게 ‘배를 따뜻하게 해줄 것’ ‘꽉 끼는 바지는 피할 것’ 등 생리 시 알아두면 좋은 요령을 알려줬다.

멘토링 막바지, 여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 담긴 ‘반짝반짝 선물상자’가 전달됐다.

“청소년기에는 생리량이 많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생리대를 골라야 해요. 여러분이 배운 대로 골라 쓰면 됩니다. 하루에 필요한 생리대를 넣어 다닐 수 있는 파우치도 있답니다.”

도성아 굿네이버스 부산동부지부 과장은 상자를 열어 구성품 하나하나를 집어들고 설명했다. 도 과장은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보람을 느끼지만 동시에 고민도 남는다”면서 “현재 교육복지투자학교로 지정된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학생에게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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