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날아라 희망아] 겨울…집에서 쫒겨날 현우네 5형제

5형제가 라면 한 개 나눠먹고… 난방 안되는 집도 곧 비워야
“함께 지낼 곳만 있었으면…”

다섯 살 현우(가명)와 그 위로 일곱 살, 아홉 살, 열두 살, 열네 살인 현우의 형들은 올겨울을 위태롭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일용직으로 홀로 다섯 형제를 거둬 오던 아버지 황씨(44)가 지인에게 부탁해 시골 빈집을 얻어 임시로 살아오고 있었는데, 최근 그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나 있던 주인이 다시 돌아와 살 예정이어서, 현우네 가족은 이번 달 말까지 새 거처를 찾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팔을 다쳐서 그나마 있던 일용직 일도 얻기 힘든 지금,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갈 곳마저 없어질 상황입니다”라며 아버지 황씨는 막막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현우네 가족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황씨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황씨는 얼마 전 일을 하던 중 4m 사다리에서 떨어져 팔을 쓰지 못하게 돼 주업인 용접일을 하지 못하고, 현재 폐품 줍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상_사진_날아라희망아_현우네5형제_2011현우네 5형제는 아버지가 일거리를 찾아 이틀이나 사흘씩 집을 비우면 형제들끼리 지내곤 합니다. 근처에 사는 할머니가 가끔 와서 형제들을 돌봐 주시지만, 할머니도 여든 살로 연세가 많으신 데다 삼촌 두 명이 투병 중이라 현우 형제들을 돌보는 일이 여의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인 첫째가 빨래도 하고 동생들 밥도 차려준다고 합니다. 형제들은 서로 할 일을 맡아 조금 큰 아이들은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씻기고, 각각 청소 등의 집안일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나눠서 합니다. 아이들은 성격이 밝아 서로 잘 돕고, 학교에서도 뒤지지 않고 공부도 곧잘 하는 편입니다.

지난 11월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취재차 찾아간 그날, 현우 5형제는 라면 한 개를 같이 끓여 먹은 뒤 후다닥 밖으로 나가 함께 축구를 했습니다. 축구를 할 만한 장소가 없지만 아이들은 다리 위 도로에서, 공터에서, 물이 말라버린 시냇가에서 한참을 뛰어다녔습니다. 저녁이 되자 아이들은 집에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난방을 하지 않은 차가운 방은 찢어진 창호지 문을 통해 들어오는 겨울바람으로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놓은 이불을 아무렇게나 싸매고, 겹겹이 덮어도 아이들은 춥기만 한지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아버지 황씨는 “일을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이 혹시라도 풀이 죽어 있지는 않을까, 기가 죽어 있지는 않을까 늘 걱정”이라며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빈자리를 형제들끼리 채워가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현우네 가족의 유일한 바람은 “함께 지낼 곳만 있었으면”하는 것입니다.

현우네 5형제가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 위해서는 좋은 이웃들의 소중한 마음과 사랑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현우네 형제들과 같이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들의 어려움에 우리 모두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현우네 주거지 마련비용 및 생계비 지원을 원하거나 현우와 같은 국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1599-0300, www.gni.kr)로 연락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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