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날아라 희망아] “의사 돼서 아빠 병 고쳐줄 거예요”

식물인간 아버지와 함께 사는 12살 소년 재훈이

미상_사진_날아라희망아_재훈이_20112007년 12월 18일. 당시 8살 소년 재훈(가명)이에게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건강했던 아빠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된 것. 평소 재훈이를 끔찍이 아꼈던 아빠는 병원에 누워 꼼짝할 수 없는 ‘식물인간’이 됐다. 심장마비로 뇌에 오랫동안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결국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재훈이네 가족의 시간은 아빠와 함께 멈춰버렸다.

재훈이네 가족은 엄마 없이 아빠, 할머니 이렇게 두 명뿐이다. 엄마는 이혼 후 연락이 끊겼고, 재훈이는 아빠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비록 엄마의 빈자리가 있긴 했지만, 세 식구는 서로 의지하며 오순도순 지내왔다.

그러나 아빠의 심장 마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갑작스러운 그날의 사고로 할머니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빠의 병간호에 매달리게 됐고, 정부보조금은 아빠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보조금이 유일한 수입원인데, 아빠의 요양병원 입원비로 매달 지출되는 90만원을 빼면,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을 여유도 없다. 운동을 좋아하는 재훈이는 검도학원을 다니고 싶지만, 학원비는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동사무소에서 연결해 준 아파트 지하 방이 재훈이와 할머니를 지켜줄 유일한 보금자리다.

할머니는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거의 매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나이의 손자와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을 돌봐야 하는 재훈이 할머니의 어깨는 늘 무겁다. 할머니는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부모가 못다 준 사랑을 재훈이에게 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아직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 12살 재훈이는 학교 운동장에 홀로 남아 축구를 한다. 사고를 당하기 전 아빠는 주말마다 재훈이와 함께 운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마추어 농구선수였던 아빠를 닮아 운동신경이 좋은 재훈이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아픈 이후로 또 다른 꿈이 생겼다. ‘기적’을 만드는 의사가 되고 싶단다.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아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다는 재훈이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빠가 빨리 나아서, 같이 축구하고 싶어요” 굳어서 휘어져버린 아빠의 손을 잡고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던 재훈이는 멈춰버린 아빠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정부 보조금 외에 수입이 거의 없는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재훈이와 할머니에게, 생계지원과 재훈이의 학습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재훈이네 가족의 유일한 소원은 병원을 벗어나 아빠와 함께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사는 것이다. 재훈이가 소중한 꿈을 계속해서 키워갈 수 있도록 이웃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훗날 ‘기적’을 만드는 의사, 재훈이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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