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류머티즘 앓고 있는 안젤로 뿌연 흙먼지가 날리고 얇은 나무껍질들로 얼기설기 엮은 벽만이 이곳이 집임을 겨우 알려주는 필리핀 난민촌 산이시드로. 쓰레기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난민촌 한구석에 작은 소년 한 명이 왼쪽 가슴을 손으로 누른 채 옅은 숨을 뱉으며 누워 있었다. 바로 열두 살 안젤로다. 고통스럽게 누워있는 소년에게 어디가 아픈지 물으니 “숨을 쉬기가 힘들어요”라는 희미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젤로는 선천성 심장 류머티즘, 좌심방과 좌심실의 경계에 있는 승모판이 완전하게 닫히지 않는 심장 판막증인 승모판 폐쇄부전, 게다가 심장에서 폐로 통하는 혈관의 경화증까지 앓고 있다. 일반 건장한 어른이라도 견디기 어려운 큰 병들을 바닥에 힘없이 누운 가녀린 소년의 몸으로 모두 품고 있었다. 지난 4월 굿네이버스 필리핀 지부가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안젤로는 심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당시, 필리핀 심장센터 의사는 엑스레이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지만 안젤로는 받을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비싼 진료비 때문이었다. 가빠오는 숨을 참으며 한 달이나 지나서야 안젤로는 처음의 병원보다 조금 더 저렴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안젤로의 치료를 위해선 심장수술과 더불어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충치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안젤로의 치아 상태 역시 몇 개는 뽑아야 하고 몇 개는 막을 씌워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안젤로를 위해 약 한 알조차 내줄 수가 없었다. 심장에 있는 구멍이 매우 커서 얼른 수술을 시행하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