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날아라 희망아] 암 투병 중인 엄마와 민호

네식구 생활비 50만원이 전부… 암 3기 엄마 치료도 못하고 있어

“통증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는 게 더 고통스럽습니다.”

지난해 12월 김경희(가명)씨는 의사로부터 자궁암 2기말 판정을 받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해 현재는 3기로 진행된 상태다. 당장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가 시급히 필요하며 지금부터라도 치료를 시행할 경우 완치될 확률은 50%라고 한다.

“처음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의사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일 먼저 민호가 떠오르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죽으면 아이는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바로 그 전해인 2009년 민호(8·가명)의 아버지가 간암으로 숨졌다. 민호의 친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지만 이들 또한 연로해서 민호와 마찬가지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할머니는 청각장애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올 7월에는 낙상으로 큰 수술을 해 기초생활수급자 의료 혜택을 받고도 100만원의 치료비가 더 필요한 형편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민호가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유일한 보호자인 민호의 어머니는 암 3기로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엄두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학교에서 돌아온 민호가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유일한 보호자인 민호의 어머니는 암 3기로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엄두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민호네 가족의 거주지는 동네 빈집인데, 언제 비워줘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지붕에서 물이 새고 벽이 허물어 갈라진 오래된 건물이지만, 지금 민호네 가족에게는 계속해서 머무를 수만 있다면 너무나도 감사하기만 한 보금자리다. 네 가족의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이 전부다. 어르신들의 병원비를 충당하고 네 가족의 먹거리를 장만하기에도 빠듯하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걸 민호도 아는지, 얼마 전 아이는 학교에서 가는 현장 체험 학습비 900원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편지로 그 내용을 써서 말없이 전달했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너무나 살고 싶지만, 지금 경희 씨는 형편이 어려워 본인의 암 치료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방 한편에는 아침·점심·저녁때마다 먹어야 하는 약병과 봉지들이 즐비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고 있지 못한다. 이제는 민호에게도 아픈 사실을 감출 수가 없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는 경희씨가 고통스러워할 때면 “엄마 배 아파?” 하며 다가와 배를 쓰다듬어 주고, 어깨와 팔, 다리를 주물러 준다. 어린 민호는 “대통령이 되면 아픈 사람을 낫게 해 주고 암으로 안 아프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경희씨는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그 말 그 심정대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했다. 가진 게 없지만 남아 있는 날 동안 아이에게 모든 걸 주겠다는 결연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였다. 기자가 찾은 그날도 경희씨는 시골의 오래된 버스 정류장에서 홀로 서서 민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호가 탄 버스의 모습이 보이자 병색이 완연하던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 찼다. 버스에서 내린 민호는 엄마에게 와락 안겼고, 경희씨가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하고 물으니 “엄마요!”라고 답했다. 다시 경희씨가 “얼마만큼 좋아?” 하니, 이번에 아이는 대답 대신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더니 볼에 뽀뽀를 했다. 이 모자(母子)의 작은 행복이 곧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해 줄 수 있는 건, 지금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민호네 가족의 생계비·병원비 등의 지원을 원하거나 민호와 비슷한 처지의 국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1599-0300, www.gni.kr)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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