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토)

그들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게 하라

영국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배우다

맨캡의 거스 가사이드.
맨캡의 거스 가사이드.

장애인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2%의 장애인만이 문화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장애인 문화활동 실태 및 욕구조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도 문화 및 여가 활용 내용의 76%가 TV시청이었으며, 문화예술교육 경험률은 2.3%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과 질적 내용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이에 예술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 변화에 주목하며 문화예술 교육을 발달시켜 온 영국의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 단체를 방문해 우리의 현재와 비교해 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지적 장애인 특화 단체인 맨캡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대학에 예술학과를 가지고 있으며 예술 교육을 위한 산하 단체인 아트 스파이더를 통해 장애인 청소년 대상 랩, 펑크록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대상과 장르를 세분화해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트 스파이더의 런던 지부 매니저 거스 가사이드씨는 “보조자가 추측하거나 대신 결정하지 않고 지적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해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년간 예술 교육 활동을 함께한 테이트 리버풀이 프로젝트 후에도 젊은 지적 장애인의 고용을 통해 프로그램을 지속하도록 한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는 사례다”라며 주류 기관, 단체, 예술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참여를 넘어 사회 활동까지의 연결을 강조했다.

카로셀의 마크 리처드슨.
카로셀의 마크 리처드슨.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브라이튼 지역에 위치한 카로셀은 신체·시각·청각 장애인을 도와주거나 복합 장애인을 보조하는 역할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지적 장애인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가는 단체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단체 마크 리처드슨씨 또한 교육 과정에서 장애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소통 방법과 다른 장애, 비장애인과 연계한 활동을 강조했다.

“지역사회의 전문적인 예술가와 협동 작업을 통해, 장애인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주고, 주류 예술에서도 지적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는 2만8000명 이상이 관람한 오스카 브라이트 국제 영화제, 라디오 방송, 클럽 쇼케이스 행사 등 카로셀의 대표적인 사업을 소개하며 지적 장애인 예술 활동의 가치를 알리고 그들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발맞춰 준비중인 문화 올림피아드에서 영국은 ‘unlimited’라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식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로 장애 예술가들의 저변을 성장시켜 왔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장애인의 예술활동 참여와 창작에 대해 열려 있는 사회의 시선과 정부, 기업, 주류 예술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상호 성장의 가치를 알고 있는 교육 현장 강사들의 탄탄한 뒷받침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장애인문화체육과가 신설되면서 관련 예산이 늘어나고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설, 편의 서비스 확충 등 기초 인프라 조성을 병행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은 부족한 실정이다.

함께 동행한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 문화체육과 정재우 주무관은 “성인 지적 장애인에게도 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시각 장애인들에게도 연극, 작가 등 다양한 예술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인상 깊었다” 며 “국내에서도 장애인을 문화 혜택의 수혜와 치료의 대상화하는 관점에서 나아가 문화예술을 즐기면서 그 안에서 재능을 끌어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 사회와 소통하도록 하는 전문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 접근성 확대에 대해 포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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