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사회문제를 보면 일자리가 생긴다-⑧]3D프린팅 기술로 장애인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이준상 ‘그립플레이’ 대표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로봇 등이 주축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도를 내면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였고, 연간 실업자 수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2016 통계청).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저출산 고령화, 공동체 붕괴, 소외계층 급증 등 新사회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미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 더나은미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소셜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들을 만났다. 사회문제를 들여다보고 일자리를 만들어낸 8인의 소셜이노베이터를 소개한다.

장애인들에게 점 하나, 선 한 줄 그리는 행복을 선물합니다 

 

[사회문제를 보면 일자리가 생긴다-⑧] 

3D 프린팅으로 장애인용 필기 보조기구 제작 

이준상 그립플레이 대표  인터뷰  

 

“뇌병변 장애 아동들은 펜을 들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절단 장애인을 위한 의수( 義手)처럼, 신경계 이상으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이들을 위한 필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3D 프린팅 기술이라면 각자의 손에 맞는 필기구 제작이 가능할 거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적기업 ‘그립플레이’의 이준상(33) 대표가 설립 계기를 설명했다.  그립플레이는 3D 플린팅 기술로 뇌병변이나 척수 장애 등으로 손을 움직이기 힘든 이들을 위해 필기 보조 기구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펜이 달린 ‘ㄷ자’ 모양의 보조기구 사이로 네 손가락을 끼워 사용하는 그립플레이의 제품은 기존 장애인용 필기구 크기가 대‧중·소뿐이던 것과 달리, 3D 프린터로 개개인의 손에 맞춰 제작된다. 게다가 모든 제품이 사용자에게 유해하지 않도록 옥수수 전분 등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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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플레이 제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장애 아동들.   ⓒ그립플레이 제공

처음엔 장애인의 가정이나 회사를 직접 방문해 손 모양과 치수를 측정했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측정값을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지방에 있는 장애인들도 주문 제작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올해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사 보조 기구, 타이핑 보조 기구 등 파생상품 개발까지 예정돼 있다. 혁신성과 품질을 인정받아 그립플레이 제품은 2016년도 장애인 고용공단 건강보험 수가 지정 품목으로 등록돼 신청하면 사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3D 프린팅 제품 중 최초 인증이다.

성공의 바탕이 된 건 이 대표가 6년 간 꾸준히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덕분이었다. 그는 2011년 미대생 시절, 한 기업의 후원으로 장애인 4명과 함께 장애인 예술가들의 자립방안을 알아보는 영국탐방을 가면서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인의 삶에 대해 처음 깨달았다. “약속 장소는 휠체어를 탄 친구들을 위해서 턱이 없는 곳으로 정하고, 청각장애인들이 제 입모양을 잘 볼 수 있게 크고 또박또박 말해야 했죠. 그때부터 ‘장애인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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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에서 2년간 장애인 예술가들의 공연 등을 기획, 제작하던 그는 대다수의 척수 장애인들이 맞춤 필기구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이를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지난해엔 정부 지원으로 미국 스탠포드대 디자인씽킹 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피디로도 활동하면서 영상편집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건 큰 두려움이 없었다”며 “그보단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이 혼자 버틴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술뿐 아니라 보조기구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공을 살려 다양한 색깔과 무늬까지 가미한 디자인 등으로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2014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 사업 기반을 닦을 수 있었고 법인 설립 2년만인 지난해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엔 캐나다 주정부도 수입을 고려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장애인 아동들에게 무료로 제품을 보급을 할 계획이다. 그립플레이는 지난해 한 기업 재단과 함께 서울, 경기, 대전 등 전국을 누비며 100여명의 장애 아동을 만나 3D 프린터로 미술 교육을 진행했다.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무료로 보조기구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가발을 쓰고 ‘엉터리 박사’로 변신해 3D 프린터에 대해 설명하고 같이 제품을 착용해 그림을 그리면 아이들이 보조기구를 덜 낯설어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는 “척수 장애 아동의 부모님이 ‘우리 아이도 펜을 쥘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며 밝게 웃었다.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아이들의 그림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음센터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병원’에 두 차례 전시되기도 했다. 그는 “올해도 대기업 두 곳과 후원 약정을 맺고 더 많은 장애 아동들에게 무료로 제품을 제작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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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열린 ‘보조기구로 그린 따뜻한 세상’ 전시회에 전시된 그림./그립플레이 제공

이 외에도 그립플레이는 3D 프린터로 교육을 하거나 제품 제작을 하는 등 별도 비즈니스 모델을 다지며, 앞으로 보조기구 제작방법과 노하우 등을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다. ‘아깝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처음 3D 프린팅 기술을 익히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의 그립플레이가 있기까지 나 역시 누군가가 나눠준 지식으로 컸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기술을 공유해 언젠가 장애인들도 스스로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그립플레이라는 회사 하나가 세상을 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행기나 우주 비행선처럼 큰 물체를 움직이는 것도 아주 작은 손잡이(grip)잖아요. 장애인들이 그립플레이의 제품을 통해 일상에서 즐거움(play)을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작은 즐거움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알립니다] 이준상 ‘그립플레이’ 대표를 직접 만나는 방법! 

더나은미래와 ㈔스파크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사회문제를 보면 일자리가 생긴다”를 주제로 ‘스파크포럼@더나은미래’를 개최합니다. 아이패드 화가, 모바일 요리사, 유머 작가 등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들어내는 ‘창직 카운슬러’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이 “필요하면 일자리를 만들어라”란 주제로 특강을 엽니다. 이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소셜 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 두 명을 초대해 성공 노하우를 듣고, 전문가 및 대중이 함께하는 토크 테이블이 진행됩니다. 이번 포럼에 연사로 참여하는 소셜이노베이터는 공유 서비스로 어린이 통학 안전을 지키는 ‘셔틀타요’의 손홍탁 대표, 3D 프린팅 기술로 장애인의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그립플레이’의 이준상 대표입니다. 사회문제 해결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일시: 2017년 2월 22일(수) 저녁 6~9시

◆장소: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콘퍼런스홀

◆신청: 온오프믹스(신청하기)

◆문의: ㈔스파크 사무국 (02-511-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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