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보다 실무, 공공엔 최고 대우를” 美·싱가포르가 법조인을 키우는 방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국제 심포지엄’ 개최
싱가포르 LSC의 통합 인사관리·미국 로스쿨의 ‘경험 중심’ 공익 교육 조명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공익 법조인을 개인의 선택이나 헌신에 맡기는 것이 아닌, 국가와 교육기관이 제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공개됐다. 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개최한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다. 채용과 배치, 교육, 보상, 경력 관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핵심으로 제시되며, 한국 역시 공익 법조인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정부 전체가 하나의 조직”…싱가포르 공공 법조인 관리 시스템

싱가포르는 공공영역 법조인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제프리 심(Jeffrey Sim) 싱가포르 법률서비스위원회(LSC) 사무총장에 따르면, LSC는 싱가포르 헌법 제9장에 근거해 설립된 독립 기관으로, 국가 법률 인력의 임용과 승진, 전보 등을 총괄한다. 제프리 사무총장은 “정부 전체를 하나의 조직으로 보고 법률 인력을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변호사들은 임용 초기 법무부 범죄과나 민사과, 법률구조국 등에서 수년간 기초 배치를 거치며 실무를 익힌다. 이후 본인의 적성과 조직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부서를 거치는 ‘순환 근무 경로(Rotational Track)’나 특정 법률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 분야 경로(Specialist Track)’를 선택해 경력을 개발하게 된다.

제프리 사무총장은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공공서비스 분야 역시 민간 영역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법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를 유지하되, 공무원 투명성 원칙에 따라 숨겨진 특혜가 없는 투명 급여(clean wage)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역시 기초–전문–리더십 단계로 이어지는 체계가 마련돼 있으며, 멘토링과 성과 평가, 장학 지원 등이 결합돼 커리어 전반이 관리된다. 제프리 사무총장은 “공공 법조인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국가의 법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역할”이라며 “공익은 특정 영역이 아니라 모든 법조인이 공유해야 할 기본 가치”라고 강조했다.

◇ “자발성에서 제도로”…공익 법률, 국가 책임으로 확장

이어 발표한 헬레나 훼일런-브릿지(Helena Whalen-Bridge) 싱가포르국립대 법과대학 교수는 싱가포르 공익 법률 활동의 확장 과정을 설명했다.

초기에는 형사 법률구조의 공백으로 인해 변호사들의 자발적인 무료 변론이 중심을 이뤘지만, 이후 1985년 기부 기반 형사 법률지원 제도가 도입되고, 2013년부터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공익 법률 서비스는 제도권 안으로 편입됐다. 2022년에는 공공변호인 사무소가 설립되며 국가 책임이 한층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법률 수요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연결하는 ‘Pro Bono SG’가 핵심 허브 역할을 맡았다. 헬레나 교수는 “한 기관이 책임지고 공익 법률 서비스를 조직해야 필요한 곳에 자원이 정확히 배분된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 기준에 걸려 법률구조 대상에서는 제외되지만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른바 ‘샌드위치 계층(sandwich class)’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싱가포르는 커뮤니티 법률 클리닉과 저가 법률서비스 등을 통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법학교육 단계에서도 공익 경험을 제도화해 학생들에게 최소 20시간의 프로보노 활동을 의무화했다. 그는 “프로보노를 의무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지원 체계”라며 “지원 없이 의무만 부과하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경험을 통한 교육’ 강조하는 미국 로스쿨 

미국 법학교육의 핵심 화두는 ‘경험을 통한 교육(Learning Through Doing)’이다. 오스틴 패리쉬(Austen Parrish) UC어바인 로스쿨 학장(미국로스쿨협의회 전 회장)은 “과거 미국 법학교육은 대형 강의실에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진행되는 이론 중심 구조였지만, 약 20년 전 카네기 재단 보고서를 계기로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는 법학교육이 ▲법 이론 ▲실무 기술 ▲직업적 정체성이라는 세 요소를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로스쿨에서는 실제 의뢰인을 맡는 클리닉 수업과 공공기관·비영리단체 인턴십, 프로보노 프로그램이 교육과정에 포함됐다.

최근 미국 로스쿨협의회(AALS)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로스쿨 학생들은 연간 약 510만 시간의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는 약 1억7800만 달러(약 2686억 원) 규모에 달한다. 학생 1인당 평균 230시간의 공익 활동을 수행하는 셈이다.

UC어바인 로스쿨 역시 모든 학생이 실무 중심 교육을 필수로 이수한다. 1학년부터 비영리 단체와 협력해 실제 의뢰인을 면담하는 과목을 듣고, 형사사법, 이민, 환경, 지식재산 등 다양한 분야의 클리닉 중 하나를 졸업 전까지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오스틴 학장은 “대학은 지식 생산을 넘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며 “공익 활동은 법학교육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법학과 글로벌 협력 교육을 통해 공적 마인드를 갖춘 실무형 변호사를 길러내는 것이 법조계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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