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세계 최대 규모 정신질환 아티스트 기획사, ‘Workman Arts’ 리사 브라운 대표

정신질환 아티스트와 함께한 29년, ‘리사 브라운’ 인터뷰

 

캐나다人 5명 중 1명이 겪는 정신질환 

 

300명 넘는 정신질환 예술가들의 기획사 설립해 

 

‘워크맨 아츠(Workman Arts)’의 성공 비밀

 

Workman Arts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사브라운(Lisa Brown) /©Workman Arts
Workman Arts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사브라운(Lisa Brown) /©Workman Arts

화가 반고흐, 피카소,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소설가 헤밍웨이.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예술 활동을 무려 29년간 도와온 여성이 있다. ‘워크맨아츠(이하 Workman Arts)’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사 브라운의 이야기다. Workman Arts는 정신질환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회·공연·페스티벌 등을 개최하는 캐나다의 정신장애인 예술 기획사다. 자체적으로 시각예술, 미디어 예술 스튜디오, 트레이닝 시설,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보유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최대규모의 정신장애인 종합예술단체이다. 리사 브라운에게 정신질환 아티스트들과 함께해온 지난 29년의 세월을 물었다. 

◇편견 없는 눈으로 바라 본 정신질환, 가능성을 발견하다

 

“저희 할머니가 정신질환을 앓고 계셨어요. 사회적 인식은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을 ‘불능’ 이라고 여기잖아요. 저는 그러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자랐습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해도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제게 큰 사랑을 주셨고, 제게 최고의 할머니셨습니다.”

할머니의 영향으로 정신의학 간호사가 된 리사 대표는 토론토 정신건강 병원에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녀는 “내게 정신질환은 낯선 것이나 나쁜 것이 아니었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몇몇 분들에게서 엄청난 예술적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들의 전문적인 예술활동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계기를 설명했다. 병원에서 만난 정신장애인들과 예술단체를 꾸리려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병원 측과 끝내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그녀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직접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예술가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최저임금이 시간당 7달러였는데, 병원에서는 50센트밖에 못 준다고 하더라구요. 아티스트로서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단체를 내 손으로 직접 운영해보자는 의지가 생겼죠.”  

1987년, 정신질환을 지닌 8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총 시작한 Workman Arts는 현재 300명이 넘는 소속 아티스트들과 20여명의 운영 스태프들이 함께한다. 첫 시작은 조그만 연극이었지만 지금은 문학, 미술, 연극, 뮤지컬, 패션쇼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을 제작한다. 지난 29년간 직접 기획하고 개최한 전시회·공연·축제들만 수백여편. 지금까지 총 30여편의 연극 극본을 제작했고, 개최한 정기 미술 전시회만 15차례에 달한다. 특히 세계 최초의 정신 건강 영화제 ‘Rendevous with madness’는 올해 24회째 개최했고, 국제 축제인 ‘광기와 예술’ 국제 축제는 캐나다·독일·네덜란드에서 3차례 개최해 총 3만6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맞서다

 

Workman Arts가 제작한 연극 'Third Eye Looming(어렴풋이 나타나는 제 3의 눈)' 의 한 장면. 정신질환을 가진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_©Workman Arts
Workman Arts가 제작한 연극 ‘Third Eye Looming(어렴풋이 나타나는 제 3의 눈)’ 의 한 장면. 정신질환을 가진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_©Workman Arts

“캐나다 사람 가운데 5명 중 1명이 살면서 정신질환을 겪습니다. 약 100만명이 심각하고 만성적인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없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립니다. 우리가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입니다. 대중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리사 대표는 ‘Rendevous with madness’ 축제를 예로 들었다. 해당 축제가 열리면 정신질환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정신의학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 관객들이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중고등학교에 정신건강 관련 영화들을 상영하고, 정신건강 전문가와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Workman Arts가 제작하는 연극, 공연, 문학작품의 대부분이 정신질환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 문제를 조명하고, 이해와 공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한 전문성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Workman Arts는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매년 약 65개의 전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술, 영화, 연극,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들이 수준별로 구성돼 있고, 최고의 전문 예술가들이 교사로 함께한다. 포커송 그룹으로 유명한 ‘the Mamas and the Papas’의 멤버 Denny Doherty와 아카데미상과 오스카상을 수상한 Chris Landreth 감독도 Workman arts와 함께하고 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예술가를 키워내는 기획사

 

“저희는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과 공간을 제공합니다. 임금도 프로 예술가 기준에 맞춰 줍니다. 정신질환과 예술을 접목한 다른 기관들은 대부분 치료나 취미에 그칩니다. 우린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전문적 성장과 경제활동을 돕고 있죠.”

Workman Arts의 멤버십에 지원하는 예술가들은 한 해 평균 50여명. 그 중 20여명 정도가 선발된다. 리사 대표는 멤버 선정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으로 ‘마인드’를 꼽았다. 그녀는 “자신의 예술 활동에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전문 예술가로 거듭나려는 열정과 분명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만 멤버로 영입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29년간 Workman Arts를 거쳐간 예술가들만 수천여명. 모두 양극성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증 등의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이다. 리사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Workman Arts가 나의 삶을 바꿨다’고 말할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정신질환 아티스트들을 위한 그녀의 헌신 덕분일까. 리사 대표는 캐나다 훈장(The Order of Canada), 다이아몬드 주빌리 메달(the Queen’s Diamond Jubilee Medal), 총독 메달(the Governor General’s, Meritorious Service Medal) 등 수많은 헌장을 받았고, 2013년엔 정신질환과 예술을 접목한 선구자로서 인정을 받아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됐다.

“우리 Workman Arts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지난 29년은 제게 축복이었습니다. 멤버들은 한명 한명 모두 대단한 분들이고, 그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대중들과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 간에 거리감이 생깁니다. 앞으로도 Workman Arts는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는 데에 앞장 설 거에요.”

Workman Arts 창립 30주년이 되는 2017년, 리사대표는 은퇴를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예술가들을 돕는 그녀의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남편과 함께 예술가들을 위한 휴양지를 만들 거에요. 정신질환을 가진 예술가들이 치유도 하면서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요. 기대해주세요(웃음).”   

변지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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