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캠페인 ‘꿈에 날개를 달다’
“나 지금 에베레스트에서 제트기 조종하고 있어!!”
지난달 27일, 울릉도의 한 중학교 교실이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36명의 울릉중학교 학생은 VR(가상현실) 체험 기기를 눈앞에 대고, 저마다 감탄사를 뿜어냈다. “앗,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질 것 같아!” 한 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온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진짜 내 옆에 있는 것 같아. 방탄소년단이라니!” 어떤 여학생은 VR 화면 속에 나타난 아이돌 방탄소년단을 보며, 실제로 잡을 수 있을 듯 손을 뻗었다. 스마트폰 영상을 따라 방탄소년단 안무를 따라 추기도 했다.
“여러분 앞에 스마트폰 있죠? 스마트폰으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이 무엇인지 직접 알아볼 거예요.” 김미화 kt 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의 말에 6개 조로 모인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VR과 AR의 뜻과 활용 사례를 찾아, 포스트잇에 차곡차곡 내용을 채워 넣었다. 스스로 검색한 결과를 가지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발표까지 척척 해냈다. 지루할 수 있는 이론 수업이 체험과 어우러지자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수업에 열중했다.
“포켓몬 잡기에 질렸는데, 오늘부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9월 말의 울릉도는 AR 게임인 ‘포켓몬 고’ 열풍이 이미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이날 수업에는 AR 앱 8개를 스마트폰에 설치해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박민찬(13·울릉중 1)군은 “롤러코스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울릉도에선 탈 수 없었다”면서 “놀이기구에 타는 자리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서 진짜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즐거워했다. 빈 종이에 등고선을 그려 스마트폰으로 스캐닝하면, 화면에 가상의 섬이 그려지는 앱도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 등고선을 그려, 나만의 섬을 만들어냈다. AR용 앱으로 세계지도를 찍자, 스마트폰에 전 세계 대륙별 광물자원 매장량을 보여주는 화면도 나타났다.
울릉도의 한 학교를 들썩거리게 한 VR·AR 체험 수업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6 국민행복캠페인’의 ‘꿈에 날개를 달다’ 프로그램. 올해는 kt와 VR·AR 관련 전문 스타트업 서커스컴퍼니와 함께 도서 산간 벽지 학교를 대상으로 VR·AR 체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김미화 kt 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은 “아이들이 VR·AR 수업을 통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울릉도의 학생들은 지루한 수업이 아닌, 살아있는 활동에 에너지가 넘쳤다. 박민찬군은 “경주에 있는 첨성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VR이나 AR로 볼 수 있다면 수업 시간에 이해가 더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꿈을 이루는 데 VR과 AR을 활용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장래희망이 초등학교 교사인 공서빈(15·울릉중 3)양은 “아직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 “학생들이 눈앞에 보이는 VR 체험 화면이 있어서 선생님이 된 체험을 미리 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운식 울릉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직접 체험하는 VR·AR 수업은 아이들 꿈을 키우는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도입 이전에도 진로 교육은 있었지만, 육지와 떨어져 있는 섬인 울릉도의 지리적 특성상 교육 프로그램이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늘 있었던 것. 강 교사는 “전교생이 68명이라 오히려 소규모로 진행되는 체험 학습의 임팩트가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울릉초등학교에서 5·6학년생을 대상으로 드론 수업도 진행됐다.
한편 ‘2016 국민행복캠페인’의 ‘꿈에 날개를 달다’ 프로젝트는 오는 11월 말까지 전남 신안 임자초,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유일한 학교인 대성동초 등 총 24곳(초등학교 13곳·중학교 11곳)의 학교를 찾아 VR·AR·드론 등 체험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울릉도=이수정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