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상상이 곧 현실로…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다

‘국민행복캠페인’ 3D프린팅·모델링 교육

“우와! 이게 다 지금 프린터에서 나오는 거야?”

지난 15일 경산 문명중학교 컴퓨터실 앞에 수십 명의 학생이 모여들었다. “구경만 하지 말고 들어와서 만져 봐도 돼!” 김종현 강사가 손짓하자 아이들이 순식간에 3D프린터가 설치된 테이블을 빙 둘러쌌다. 등줄기의 이음새가 촘촘히 살아 있는 악어 모형과 플라스틱 사슬로 만든 직물을 만져본 아이들의 입에선 연신 감탄사가 쏟아졌다.

드디어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문명중학교 소프트웨어 동아리 1~3학년 아이들 20여명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찾아가는 3D 프린팅&모델링 워크숍’에서 칠판에 부착된 현수막을 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15일 경산 문명중학교에서 3D프린팅&모델링 수업을 진행한 메이커스 강사들이 소프트웨어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보람 기자
지난 15일 경산 문명중학교에서 3D프린팅&모델링 수업을 진행한 메이커스 강사들이 소프트웨어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보람 기자

◇제조업3.0, 자유학기제의 날개를 달고 학교로 가다.

‘찾아가는 3D프린팅&모델링 워크숍’은 ‘제조업 혁신 3.0’의 주요 전략인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국민행복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날 문명중학교에서 처음 실시됐다. 3D프린팅 교육 전문 스타트업 ‘메이커스’의 김종현 강사는 3시간 동안 진행될 워크숍의 포문을 이론 수업으로 열었다.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3D프린트 기술에 주목해왔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3D프린트로 출력한 보장구가 대표적인 예죠. 두바이에서는 3D프린터로 출력한 사무용 건축물이 세워질 예정이고,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는 우주인들이 비행선 안에서도 맛좋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음식물을 출력하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죠.”

세계 곳곳에서 꿈틀대는 제조 혁명 이야기에 이어 본격적으로 전다은 강사의 모델링 수업이 이어졌다.

“찰흙놀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세요. 기본 입체 도형을 활용해 원하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더하거나 빼면 됩니다. 궁금한 점은 선생님에게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모델링 프로그램 조작법 설명이 끝난 후 학생들은 전씨의 지도에 따라 열쇠고리를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열쇠고리가 출력되는 1시간30분 동안 자유로운 모델링 기회가 주어졌다. 주제는 ‘미래의 탈것’. 뾰족한 꼬리와 머리로 땅속을 파고드는 자동차, 바퀴 한 개로 굴러가는 1인 승용차는 불과 한 시간 전에 모델링을 배운 아이들이 만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했다. 천장에 미러볼을 달고 높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이동식 클럽’이 소개될 땐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선생님이 만든 모델을 보고 따라 하는 시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전다은 강사는 “3D프린팅&모델링 작업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수업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선진국은 교과과정에 모델링 수업을 포함하고 있고, 가장 많이 쓰는 운영 체제인 ‘MS윈도’에도 모델링 프로그램이 깔려서 보급되고 있죠. 모범 답안을 따라 하는 수업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이끄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창조경제 시작 알린 ‘3D프린팅’ 교육으로 과학기술 꿈나무 키워

이날 3D프린팅&모델링 워크숍을 함께 한 강대형 문명중학교 정보부장은 “교과 시험을 치르지 않는 ‘자유학기제’ 시행 등 창의 교육 기회가 커지고 있다”면서 “3D프린팅&모델링 수업이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기사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3D프린터를 접한 학생들에게 관련 질문을 자주 받았어요. 하지만 수도권에 비해 지역의 예산과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수업에 이런 첨단 기술을 도입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죠. 고민하던 찰나에 온라인 교사 모임을 통해 ‘국민행복캠페인’을 알게 됐습니다. 오늘 소프트웨어 동아리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많은 학생에게 3D프린팅을 교육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워크숍에 참여한 김동영(15)군은 “수업 시간이 짧았던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말로만 듣던 3D프린터가 건축, 의료 등 실제 산업에서 유용하게 쓰인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소프트웨어 전문가라는 제 꿈에 한 발짝 다가선 시간이었죠. 오늘은 3D모델링과 쿠라(CURA·모델링 파일을 3D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도록 변환해주는 유틸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부문만 배웠지만, 기회가 된다면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배우고 싶어요. 오랜 기간 연구해서 자동차처럼 큰 모델을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강 교사와 문명중학교 아이들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된다. 다음 달부터 국민행복캠페인 교육혁신 부문에 참여하는 15개 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3D프린팅 교수법 워크숍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3D프린팅 교육을 위해 3D프린터 제조업체 오픈크리에이터스가 캠페인 참여 학교에 3D프린터를 기부할 예정이다.

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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